절반이 ‘애니·영화’인 클래식 시장…서현을 향한 ‘순혈주의’ 프레임의 모순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3.19 08:41  수정 2026.03.19 08:42

재능 기부 형태로 참여, 수익금도 전액 기부

클래식 시장 문턱 낮춰...일각에선 '특혜 논란' 비판도

지난해 클래식 공연 티켓 판매액, 전년대비 17.2% 급감

최근 그룹 소녀시대 출신 배우 서현이 롯데콘서트홀에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 협연을 진행했다. 서현은 이 무대를 위해 7개월간 연습에 매진했으며, 별도의 출연료를 받지 않는 재능 기부 형태로 참여했다.


ⓒ꿈이엔티

이를 두고 대중음악인이 클래식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존재하는 한편, 클래식계 일각에서는 거센 비판도 제기됐다. 비전공자가 대중적인 인지도와 유명세만으로 전공자들의 꿈의 무대인 대형 콘서트홀을 차지했다는 이른바 ‘특혜 논란’이다.


이러한 논란의 기저에는 현재 국내 클래식계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와 절망감이 자리 잡고 있다. 뮤지컬과 대중음악 콘서트 등 전체 공연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으나, 정통 클래식 시장은 뚜렷한 역성장을 기록 중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기준, 2025년 클래식 공연의 티켓 판매액은 전년 대비 17.2% 급감한 836억원에 그쳤다.


매출 하락보다 뼈아픈 대목은 시장의 질적 변화다. 해당 기간 클래식 장르 티켓 판매액 상위 10개 공연을 살펴보면 ‘진격의 거인 콘서트’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인 콘서트’ ‘에반게리온 윈드 심포니’ 등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미디어에 기반한 공연이 절반(50%)을 차지했다. 대중문화 콘텐츠와 결합한 형태의 공연이 클래식 시장 매출의 상당 부분을 지탱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서현의 클래식 데뷔 무대에 대한 ‘특혜 논란’은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정통 클래식 시장, 극도로 제한된 무대 기회, 그리고 전공자로서 자생하기 어려운 경제적 현실 등 내부의 배타적 방어기제가 응축되어 발현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시장의 구조적 위기가 서현에게 씌워진 ‘특혜 논란’ 프레임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오히려 미디어 기반 공연이 상위권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현실은, 정통성과 순혈주의를 내세운 이번 논란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보여준다.


서현이 참여한 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프로 교향악단이 아닌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였다. 서현의 협연이 클래식 전공자에게 돌아갈 무대와 일자리를 물리적으로 박탈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평소 클래식 공연장을 찾지 않던 일반 대중과 팬덤을 객석으로 유입시키는 통로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문화 경제학적 관점에서 정체된 클래식 시장의 ‘파이를 키운’ 긍정적 사례로 평가해야 마땅하다. 대중스타가 가진 화제성을 활용해 클래식 장르에 대한 대중의 심리적 진입 장벽을 낮췄기 때문이다. 클래식 시장이 자생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외부 수요의 유입 없이 내부의 파이만 나누려는 시도는 공멸을 초래한다.


결국 서현을 향한 비판은 클래식계 내부의 위기를 외부의 선의를 가진 타인에게 전가하는 방어기제에 가깝다. 836억 원이라는 초라한 시장 규모와 17.2%의 역성장은 대중문화 아티스트의 무대 진출 때문이 아니다. 대중과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그들만의 리그에 머무르려는 클래식계 고유의 폐쇄성과 엘리트주의가 누적된 결과다.


현재 클래식계가 직면한 과제는 유명인의 이벤트성 무대를 비판하며 엘리트주의를 지키는 것이 아니다. 이미 시장의 절반을 서브컬처와 대중 매체에 내어준 현실을 직시하고, 전년 대비 17.2%나 감소한 클래식 시장을 어떻게 반등시킬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이다. 서현의 무대를 특혜로 폄하하는 대신, 대중문화와의 융합을 통해 어떻게 새로운 관객층을 창출할 것인지, 그리고 화제성에 이끌려 공연장을 찾은 관객을 어떻게 정통 클래식의 지속적인 고정 수요층으로 정착시킬 것인 지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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