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우승 놓친 임성재…골프는 ‘내 안의 괴물’과 싸움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3.23 15:14  수정 2026.03.23 16:53

3라운드까지 선두 달리다 최종 라운드서 순위 하락

그렉 노먼, 로리 매킬로이 등도 심리적 부담과 싸워

최종 라운드서 아쉽게 우승 놓친 임성재. ⓒ Imagn Images=연합뉴스

흔히 골프를 ‘멘탈 스포츠의 정점’이라 부른다. 골프는 정지된 공을 치는 정적인 운동이지만, 그 짧은 샷 하나를 결정짓는 것은 근육의 힘보다 뇌의 평정심이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임성재는 2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하버 이니스브룩 리조트 앤드 골프클럽 코퍼헤드 코스(파71)에서 열린 2026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발스파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3오버파 74타를 기록, 최종합계 8언더파 276타로 선두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1라운드부터 선두를 놓치지 않으며 2021년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이후 4년 5개월 만에 우승을 노렸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는 데 실패한 임성재다.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임성재는 초반부터 샷이 흔들렸다. 2번홀과 3번홀 연속 보기에 이어 6번홀, 8번홀에서도 타수를 잃었고, 10번홀까지 보기만 5개를 기록하며 순식간에 선두 경쟁에서 밀려났다.


골프에서 1위 자리를 지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우승이 결정되는 최종 라운드에서 ‘추격하는 자’와 ‘지키는 자’의 심리 상태는 천양지차다. 잃을 게 없는 추격자는 과감한 공격을 선택하지만, 지키는 자는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방어적인 심리가 발동하고 결국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기 일쑤다.


매킬로이는 심리적 압박에 대해 '내 안의 괴물'이라 칭했다. ⓒ AP=뉴시스

골프 역사상 가장 유명한 ‘멘탈 잔혹사’는 1996년 마스터스의 그렉 노먼(호주) 사례다. 당시 노먼은 2위에 무려 6타 앞선 채 최종 라운드에 들어섰으나, 닉 팔도에게 역전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당시 노먼은 평소와 다름없는 경기력을 선보였는데 버디가 될 것이 파가 되고, 파 세이브 또한 보기로 결과가 바뀌자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반면, 제 플레이에 집중한 팔도의 멘탈은 흔들림이 없었고 결국 우승의 주인공이 바뀌고 말았다.


한국 선수 중에는 2012년 나비스코 챔피언십의 김인경이 있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30cm 거리의 파 퍼트만 넣으면 우승이었으나, 공은 홀컵을 돌아 나왔다. 결국 연장 끝에 우승을 놓친 이 대회는 골프에서 1m 이내의 퍼트가 얼마나 거대한 심리적 장벽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로리 매킬로이도 빼놓을 수 없다. 로리 매킬로이 역시 2011년 마스터스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무너졌다. 10번홀에서의 트리플 보기로 선두 자리에서 내려왔고 당시 매킬로이는 “스윙이 아니라 머릿속이 무너졌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그토록 바라던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하며 그린 재킷을 몸에 걸쳤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며 전설로 거듭났다.


매킬로이는 최근 그랜드슬램 1주년을 기념에 열린 기자회견서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온 내 안의 괴물을 물리친 뒤에야 삶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라고 토로했다. 매킬로이가 밝힌 괴물은 ‘심리적 압박’을 일컫는다. 그러면서 그는 “그날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라고도 밝혔다. 내면의 압박과 부담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골프 역사에서 우승을 앞두고 무너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반면, 매킬로이처럼 이를 이겨낸다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 임성재가 우승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전된 모습으로 필드로 돌아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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