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권 보유한 JTBC, 방송 3사에 마지막 제안
방송사간 다툼보다 국민 '볼 권리'가 가장 중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80일 앞으로 다가왔다. ⓒ AP=뉴시스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축제, 2026 FIFA 북중미월드컵이 80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국내 축구 팬들은 설렘보다 우려가 앞선다. 지난달 막을 내린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 이어 이번 월드컵 역시 ‘보편적 시청권’을 둘러싼 방송사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계권을 확보한 JTBC와 지상파 3사(KBS·MBC·SBS) 사이의 재판매 협상이 이번에도 평행선을 달릴 경우,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특정 방송사의 단독 중계로 월드컵을 볼 수도 있다. 당시에는 SBS가 전 경기를 단독으로 중계했다.
보편적 시청권이란 국민적 관심이 큰 스포츠 행사를 누구나 시청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권리다. 방송법에 따르면 월드컵, 올림픽 등은 전체 가구의 90% 이상이 시청 가능한 채널을 통해 방송되어야 한다. 유료 방송 플랫폼인 JTBC 단독 중계만으로는 이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JTBC 측은 지상파 3사에 다시 제안했다. JTBC는 23일 입장문을 통해 전체 중계권료에서 디지털 재판매액(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 판매분)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중 50%를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나머지 50%를 지상파 3사가 나눠 부담하면, 각 사의 부담률은 약 16.7%까지 떨어진다는 게 JTBC의 설명이다.
JTBC가 단독 입찰 과정에서 중계권료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국부 유출’을 초래했고, 그 부담을 지상파에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JTBC는 이번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료가 약 1억 2500만 달러(약 1882억원)라고 밝혔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1억 300만 달러)보다 인상된 수치다. 하지만 JTBC는 매 대회 2000만~3000만 달러씩 상승하고 물가 상승 흐름을 고려하면 폭등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대회부터 본선 진출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나며 경기 수가 64경기에서 104경기로 대폭 증가했다. 경기당 단가로 따지면 오히려 과거보다 낮아진 셈이다. JTBC 측은 "지상파가 입찰 당시 제시했던 금액과도 큰 차이가 없다"며 시장 가격에 부합하는 합리적 수준임을 분명히 했다.
JTBC는 지난달 동계올림픽서 지상파 3사와의 합의에 실패했다. 곽준석 JTBC 편성전략실장.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문제는 시간이다. 월드컵 중계는 단순히 방송 신호만 보내는 것이 아니다. 현지 국제방송센터(IBC) 청약, 중계 부스 확보, 송출 기술 점검 등 복잡한 실무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공식적인 마감 시한은 지난 상황이다. FIFA와의 추가 협의를 통해 대안을 찾고는 있지만, 정상적인 중계 준비를 위해서는 이달 말이 사실상 마지노선이다. 만약 이달 안에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지상파 3사는 물리적으로 중계 준비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이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위해 방송사 간의 원만한 합의를 촉구하고 있지만, 민간 계약 영역에 강제력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 공은 지상파 3사로 넘어갔다. JTBC가 ‘절반 부담’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상황에서, 지상파가 이를 거부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드컵은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전 국민의 화합을 이끄는 공적 자산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만약 협상이 결렬되어 JTBC 단독 중계가 확정될 경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이나 유료 방송 미가입 가구의 시청권 박탈 논란은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중계권료를 둘러싼 수치 싸움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볼 권리'다. JTBC의 제안이 나온 만큼, 이제는 지상파가 공영방송의 책임감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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