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개봉
감사와 죄송함 사이에서 꺼낸 복귀 심경
2019년 촬영을 마친 ‘끝장수사’가 약 7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됐다. 당초 2020년 개봉을 목표로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배우 배성우의 음주운전 사건 등이 겹치며 일정이 미뤄졌고, 오랜 시간 ‘창고 영화’로 남아 있었다.
‘끝장수사’는 촌구석으로 좌천된 형사 재혁이 두 명의 용의자가 얽힌 살인사건을 맡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신입 형사 중호와 함께 서울로 올라가 진범을 쫓는 과정이 중심 서사다. 실화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시리즈 ‘그리드’, ‘지배종’ 등을 연출한 박철환 감독의 첫 영화다. ‘하나의 사건, 두 명의 용의자’라는 설정 아래 추리와 반전을 이어가는 수사극 구조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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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공개되지 못했던 작품인 만큼, 개봉 소식이 전해진 순간 배우로서의 감정도 복합적으로 교차했다. 배성우는 그 시간을 함께한 이들에 대한 마음과, 음주음전으로 뒤늦게 관객과 만나게 된 데 따른 부담을 함께 짚었다.
“작년에 개봉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들었어요. 작품을 같이 한 감독님이나 제작진 분들이랑은 워낙 친해서 중간중간 계속 만나기도 했는데, 그런 관계를 떠나서 죄송한 마음은 계속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건 당연한 부분이고요. 그래서 일단 개봉하게 된 것 자체가 다행이고 감사해요. 시간이 좀 지난 작품이다 보니까 관객분들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앞서지만 그래도 즐겁게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큽니다.”
오랜 시간 ‘창고 영화’로 남겨져 있었던 만큼, 시대적 이질감을 줄이기 위한 후반 작업에도 공을 들였다. 배성우는 편집실을 직접 찾아 감독과 호흡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끝까지 점검했다.
“촬영 끝나고 나서 감독님이 편집본을 보여주셔서 편집실에서 몇 번 봤어요. 그때 의견도 조금씩 나누고, 감독님이 취할 건 취하고 아닌 건 덜어내면서 두세 번 정도 계속 수정 과정을 거쳤어요. 작년에 개봉 이야기가 나오고 나서는 시간이 좀 느껴진다는 얘기도 있어서 다시 손을 봤고, 마지막으로 시사실에서 확인하는 정도로 한 번 더 봤어요. 근데 극장에서 시사회 때 같이 보니 확실히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공기 자체가 다르고, 의도했던 부분들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바로 느껴져서 흥미롭기도 하고 동시에 걱정도 됐어요.”
작품 선택의 출발점은 이야기의 결이었다. 배성우는 장르적 재미와 현실 기반 서사가 맞물리는 지점에서 이 작품의 가능성을 봤다고 설명했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약간 레트로한 감성이 느껴졌어요. 제가 어릴 때 영화 보면서 느꼈던 재미 같은 게 있었고요. 체육관에서 시작하는 도입부도 개인적으로는 되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까 이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라는 걸 알게 됐고, 그게 저한테는 좀 안정감을 줬어요. 실제 있었던 일이니까 완전히 뜬 이야기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거기서부터 잘 재구성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하고 참여하게 됐어요.”
익숙한 형사물, 버디 무비 등 현장에서는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기 위한 방향성에 대해 꾸준히 의견을 나눴다. 배성우는 사건의 무게와 인물의 결을 어떻게 균형 있게 가져갈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전형적인 형사물로 보이지 않게 하자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직업은 같아도 인물이 다르면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내용 자체에 집중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봤어요. 사건은 무겁지만, 그렇다고 너무 어둡게만 가면 또 재미가 떨어질 수 있으니까 위트를 섞되 희화화는 피하자는 방향이었어요. 억지로 웃기려고 하면 오히려 안 웃기니까, 인물이 살아 있으면 자연스럽게 재미가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연기에서도 ‘의도가 보이지 않는 게 가장 좋다’는 얘기를 많이 했고, 그 방향으로 계속 고민하면서 작업했습니다.”
현장에서의 대사와 호흡은 자연스럽게 맞물린 결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전 논의를 거쳐 다듬어진 경우가 많았다. 배성우는 즉흥에 의존하기보다는 준비된 상태에서 연기를 쌓아가는 방식을 택했다.
“대본도 말이 많은 편이었고, 현장에서 만들어진 것도 꽤 있었어요. 다만 즉흥적으로 막 넣기보다는 촬영 전에 미리 맞춰보고, 감독님이랑 계속 얘기하면서 정리하는 방식이었어요. 이건 되고 이건 안 된다고 계속 조율하면서, 현장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준비된 상태에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사실은 준비된 부분이 꽤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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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람과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 함께 출연한 적 있지만, 당시에는 호흡을 나눌 기회가 없었다. ‘끝장수사’를 통해 처음으로 같은 호흡으로 연기하게 된 만큼, 현장에서는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정가람 배우는 같이 작업해보니까 굉장히 예의 바르고 진지한 친구였어요. 현장에서는 되게 순박하고 성실한 모습이 인상적이었고요. 저는 조언을 해준다기보다는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면서 작업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가는 과정이었어요. 카메라가 돌아갈 때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밀고 들어오는데, 촬영이 끝나면 또 수줍어지는 모습이 있어서 그 차이도 재미있었고요. 그런 부분들이 연기적으로도 잘 살아났던 것 같습니다.”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배성우는 사건의 결말보다 과정에서 드러나는 의미에 주목했다.
“결국 중요한 건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사실을 밝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은 형사라면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대사가 있었는데, 그게 개인적으로도 많이 와닿았어요. 가볍게 보일 수 있는 이야기 안에서도 그런 부분이 자연스럽게 전달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숙 중 캐스팅 제안이 있었냐는 민감한 질문에도 그는 피하지 않고 차분히 생각을 꺼냈다. 배우라는 직업이 대중에게 주는 신뢰에 대해 그간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듭했는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연기라는 게 결국 관객이 알고 보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해요. 대신 그 거짓말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보고요. 그래서 작품 안의 이야기뿐 아니라, 배우로서의 모습까지도 같이 보인다는 걸 항상 의식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 때문에 작품 선택도 더 조심스럽게 하게 되고요.”
결국 연기뿐만 아니라 본인의 모습 또한 대중에게 평가받는다는 점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는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앞으로 조심할 부분은 조심하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더 신경 쓰면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걸 더 깊게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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