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아 / 자음과 모음
방랑 끝에 깨닫는 인생의 진리가 있다. 때로는 잔잔한 파도에 편안함을 느끼다가도, 거센 파도에 휩싸여 길을 잃을 때도 있다.
‘방랑, 파도’는 이렇듯 예측할 수 없는 파도 속 방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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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아 작가의 연작 소설 ‘방랑, 파도’에는 ‘방랑, 파도’와 ‘빗금의 논리’, ‘향자’까지. 총 세 편의 짧은 소설이 담겼다. 작은 해변 마을을 배경으로, 외부인인 ‘나’와 ‘나’가 만나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차례로 펼쳐진다.
‘나’는 백반집을 운영하는 남매 지애와 지환(백과 반)의 집에서 하숙하며 마을의 요양원으로 출근한다. 일이 없을 때는 백과 반과 함께 서핑을 하며 바다를 느끼고, 요양원에 출근해서는 향자 할머니와 혜란을 통해 마을에 점차 적응해 나간다.
‘나’가 왜 이 마을에 오게 됐는지, 왜 백과 반의 집에 머물게 됐는지는 담기지 않는다. 그러나 ‘나’가 만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차근차근 풀리며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마을의 분위기와 역사를 체득하게 된다.
‘바다’는 마을 사람들에게는 ‘생’ 그 자체다. 바다에 맞서지도, 순응하지도 않는 그들은 오는 파도를 그대로 느끼며 몸을 맡긴다. 서핑을 배우는 것이 녹록지 않은 ‘나’도, 아이를 잃고 서핑을 통해 안정을 되찾는 백도 바다와 파도를 따라 주어진 고통을 감내해 낸다.
‘방랑, 파도’의 전개 역시도 작품 속 파도와 닮았다. 죄책감 또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체감케 하는 방식으로 몰입을 이끄는 이 작품은 잔잔하지만, 동시에 남는 여운이 길다.
세 이야기가 맞물리며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는 과정은 흥미롭지만, 그렇다고 ‘흥미진진한’ 전개로 독자들을 몰입시키는 작품은 아니다.
그럼에도 세 인생이 겹겹이 쌓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감정의 깊이를 더해간다. 외부인 ‘나’와 마을의 어린이였던 백과 반 그리고 향자 할머니를 필두로 그들과 연결된 혜란과 미자 할머니의 이야기까지. 작은 마을 속 인물들의 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삶의 의미를 짚는다.
때로는 좌절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찾으며 나아간 끝에 의미 있는 마지막을 남긴 ‘방랑, 파도’의 거센 파고를 따라가다 보면 ‘삶’의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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