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표 트리플더블’ 7년 만에 재현?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12.06.24 00:03  수정

신인 오승환, 프로 첫 트리플 더블

언터처블 박희수, 투심 앞세워 도전

오승환(왼쪽)-박희수.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지난 2005년 신인왕을 차지한 오승환(30·삼성)은 프로야구 역대 최초로 ‘트리플 더블’이라는 값진 기록을 달성했다.

당시 오승환은 10승(1패) 11홀드 16세이브 평균자책점 1.18을 기록, 다승-홀드-세이브에서 모두 두 자리 수 고지를 밟았다. 농구팬들에게 익숙한 용어인 트리플 더블이 야구에서도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오승환의 트리플 더블은 선수의 기량과 약간의 운이 조합된 결과물이었다. 대졸신인으로 삼성에 2차 1라운드(전체 5위)에 지명된 오승환은 선동열 전 감독의 조련을 거쳐 즉시 전력감으로 성장했다.

데뷔 첫해 오승환은 중간계투로 시작해 6월까지 11홀드를 올리며 삼성 허리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이후 주전 마무리 권오준이 부진하자 선동열 감독은 오승환에게 뒷문을 맡겼고, 마무리 변신 후 43.2이닝동안 고작 4실점(평균자책점 0.82)만을 내주는 짠물피칭을 이어가며 세이브 행진을 펼쳤다.

오승환은 시즌 내내 승수도 차곡차곡 쌓아 9승째에 도달했다. 그리고 한화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선 감독의 배려로 구원승을 따낸 오승환은 2000년 홀드 부문이 제정된 이후 처음으로 트리플 더블의 기록을 완성시켰다. 두 자리 수 승수를 거두며 승률 타이틀을 거머쥔 오승환은 기세를 몰아 신인왕과 한국시리즈 MVP까지 석권했다.

특히 승리는 구원투수가 가장 올리기 힘든 기록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오승환의 트리플더블은 대단한 기록임에 틀림없다. 물론 밀어주기식 기록 달성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비난은 잠시지만 기록은 영원하다’라는 말이 나온 1992년 빙그레 송진우의 19승과 구원승으로 첫 20승을 거둔 1997년 쌍방울 김현욱이 좋은 예다.

하지만 오승환의 두 자리 수 승수는 엄연히 다르다. 당시 오승환은 지고 있거나 접전 상황에 등판하는 경우가 잦았다. 실점 없이 이닝을 막고 타선의 지원을 받아 승리를 올리는 식이었다. 논란이 됐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도 1-1로 접전을 펼치던 5회 등판해 무려 3이닝이나 소화한 뒤 당당히 승리투수가 됐다.

이후 트리플 더블은 모든 투수들에게 금단의 구역과도 같았다. 홀드와 세이브 요건을 채우면 다승이 모자라는 등 세 가지 모두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없었다. 가장 근접했던 투수는 2010년 삼성의 정현욱이다.

‘국민노예’로 불렸던 정현욱은 그해 보직을 가리지 않았고 오승환이 부상으로 빠진 뒷문도 훌륭하게 막아냈다. 당시 61경기에 등판해 70.1이닝을 소화한 정현욱의 기록은 9승 11홀드 12세이브. 단 1승이 모자라 아쉽게 놓친 경우다.

올 시즌도 트리플 더블에 도전할 강력한 후보가 등장해 관심을 모은다. 바로 데뷔 후 6년 만에 잠재력을 꽃피운 SK 좌완 박희수다.

지난 2002년 SK에 2차 6라운드(43위)로 지명된 박희수는 동국대 졸업 후 2006년 프로에 입단했다. 입단 초기에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상무 제대 후 김성근 전 감독의 집중조련을 받으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김 전 감독의 조언대로 팔각도를 달리한 박희수는 구속이 빨라짐과 동시에 제구도 점차 안정되어 갔다. 박희수가 야신의 마지막 유산이라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희수의 최대 무기는 다름 아닌 투심 패스트볼. 그의 투심은 빠르기는 물론 낙폭 또한 크기 때문에 타자들 입장에서는 스플리터를 마주하는 느낌이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이대호를 헛스윙 삼진을 돌려세웠던 구질 역시 투심이다.

풀타임 첫해를 맞이한 올 시즌, 박희수는 그야말로 언터쳐블이다. 현재까지의 기록은 3승 무패 18홀드 5세이브에 평균자책점은 0.67에 불과하다. 특히 피안타율(0.179)은 올 시즌 투수들 가운데 전체 1위이며, 9이닝당 탈삼진(10.71개)도 류현진과 함께 두 자리 수를 기록 중이다.

시즌 중반에 합류했던 지난해와 달리 개막과 함께 팀 주축으로 자리잡다보니 홀드 등의 페이스도 상당히 빠른 편이다. 벌써 18홀드를 올린 박희수는 2006년 권오준이 기록한 시즌 최다 홀드(32홀드)를 넘보고 있다.

또한 마무리 정우람이 이두근염으로 빠진 최근에는 뒷문까지 담당, 6월에만 벌써 5세이브를 거두고 있다. 승수는 3승으로 다소 부족하지만 SK가 선발진이 약하고 경기 중반 역전승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10승도 도전할만하다.

2005 오승환과 2012 박희수 성적.

문제는 역시 몸 상태다. 현재 박희수는 왼쪽 팔꿈치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만수 감독은 “큰 부상은 아니다. 부상 방지 차원에서 휴식을 주기로 했다. 열흘 뒤 다시 1군에 올라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1군에 복귀하더라도 박희수의 보직은 당분간 계속 마무리를 맡을 전망이다. 마무리 정우람의 근육 염증이 가라앉으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우람의 복귀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고 있다.

현대 야구에서 트리플 더블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역시나 투수 분업화 때문이다. 셋업맨에서 시작했던 오승환은 마무리의 부재로 보직을 변경한 뒤에도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모두 오승환의 기량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이룰 수 없는 기록이었다.

박희수 역시 오승환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오승환의 돌직구처럼 박희수 또한 투심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지니고 있다. 타자와의 몸 쪽 공 승부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도 닮았다. 7년 만에 트리플 더블의 기록을 다시 볼 수 있을지 박희수의 복귀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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