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17일 문학구장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SK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 10회 밀어내기 볼넷으로 5-4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1패 후 기사회생한 롯데는 안방인 사직으로 이동, 홈팬들의 절대적 응원을 등에 업고 반격을 노린다.
이번 2차전은 롯데에 많은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포스트시즌 내내 부진했던 전준우가 4안타를 기록하며 부활에 성공했고, 실망스러운 모습의 조성환도 적시 동점타를 때리며 벤치의 믿음에 보답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부상 후 첫 선발 출장한 포수 강민호 역시 든든하게 안방을 지켰다.
물론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다행히 승리로 장식했기에 망정이지 자칫 패하기라도 했다면 롯데는 사실상 회복불능 상태로 빠져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도 그럴 것이 불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정대현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양승호 감독은 정대현을 마무리가 아닌 중간계투로 투입해 급한 불을 끄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독이 되고 말았다.
사실 이번 플레이오프에 임하는 롯데 선수들의 모습은 지난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와 상당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여유를 찾아볼 수 없는 선수들의 표정에는 비장한 각오만이 있을 뿐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플레이오프를 전망하며 SK의 절대 우위를 점쳤다. 롯데가 13년 만에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를 맛보긴 했지만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는 과정에서 많은 약점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유먼-송승준을 제외한 선발진은 무너져버렸고, 주루플레이 미스와 야수들의 실책은 매 경기 도마 위에 올랐다.
언제나 자신감 넘치던 양승호 감독도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양 감독은 롯데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여기저기서 터진 약점들로 인해 전력의 불균형이 일어났다며 한숨만을 내쉴 뿐이다.
예상대로 1차전은 1점 차 패배에 불과했지만 롯데의 체감은 이보다 더 컸다. 결국 양승호 감독은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총력전을 예고했다. 모든 투수들이 언제든 나갈 수 있도록 불펜에 대기를 시켰고, 선발 라인업에도 손을 댔다.
롯데의 배수진은 3차전과 4차전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3차전부터는 믿을 만한 선발 투수가 없기 때문에 앞선 경기들보다 많은 투수들이 마운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야수들 역시 오직 한 경기 승리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할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한국시리즈를 향한 롯데의 의지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다만, 문제는 선수들의 집중력과 체력이다. 매 경기 총력전을 펼쳐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따내더라도 롯데에 남는 것은 상처뿐인 영광이 될 공산이 무척 크다.
그동안 플레이오프에서 모든 전력을 쏟아 부어 간신히 한국시리즈에 오른 팀들은 대부분은 좋지 못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지난 2010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 내내 1점 차 박빙 승부를 펼쳤던 삼성은 정작 한국시리즈에서 힘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SK에 4전 전패로 고개를 숙였다.
롯데 역시 비슷한 과거를 지니고 있다. 박정태의 그 유명한 “오늘은 무조건 이기는 거다”란 말이 나왔던 1999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서 롯데는 1승 3패로 몰린 뒤 극적인 3연승을 거뒀다. 하지만 지쳐버린 선수들은 한화와의 한국시리즈서 1승 4패로 밀리며 투혼을 불사르는데 실패했다.
이렇다 보니 당장 급한 불을 꺼야하는 양승호 감독의 속내도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느다란 실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면 언젠가 끊어지기 마련이다. 현재 롯데의 현실이 꼭 그러하다. 연일 계속되는 롯데의 선전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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