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까지 부산을 이끌었던 안익수 감독은 최근 성남 일화의 차기 사령탑에 낙점돼 자리를 옮겼다. 안 감독은 현역 시절 성남 일화에서 수비수로 활약하며 1993~1995년 팀이 3연패를 달성하는 데에 주역으로 활약했던 프랜차이즈스타 출신이다. 1998년을 끝으로 은퇴한 이후에는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성남 코치를 지내며 지도자에 입문한 경력이 있다.
올 시즌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신태용 감독과 결별한 성남은 일찌감치 안익수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점찍고 고위층이 직접 부산 구단 측과 접촉해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산 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안익수 감독의 계약기간이 아직 2년이나 남아있는 데다, 최근까지도 안감독이 성남행을 강하게 부인했기 때문이다. 몇몇 팬들은 “부산 축구팬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건가.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감독을 빼가는 것이나, 그에 동의하는 감독과 구단이나 무슨 경우인가”하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부산 팬들이 갑작스럽게 감독을 빼앗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안 감독의 성남행과 더불어 기존 부산 출신 감독들의 이적 행보가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
2007년 7월 부산 감독에 선임됐던 박성화 감독은 감독 선임 불과 17일 만에 베이징올림픽대표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핌 베어벡 감독의 사임으로 갑작스레 공석이 된 사령탑 자리에 박성화 감독이 대타로 낙점 받았다. 정몽준 당시 대한축구협회장이, 사촌인 정몽규 부산구단주에게 양해를 얻어 허락된 결정이었다. 박성화 감독은 지금도 부산 축구팬들에게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08년부터 부산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은 3년간 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임기 내내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2011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포항 스틸러스로 자리를 옮겼다. 황선홍 감독의 경우는 시즌 중 자리를 옮긴 것이 아니라 종료 후 재계약 포기였지만 부산 팬들은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아야 했다.
포항 사령탑 취임이후 황선홍 감독은 부산 선수들의 수준을 다소 폄하하는 발언을 한 것이 빌미가 돼 부산 팬들의 원성을 듣기도 했다. 황선홍 감독은 올해 포항에서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감독 데뷔 이후 첫 우승에 성공했다.
황선홍 감독의 후임으로 부산을 맡았던 인물이 바로 안익수 감독이었다. 부산과 4년 계약을 맺고 등장한 안익수 감독은 부임 첫해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올해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상위 그룹에 잔류하며 지도력을 검증받았다. 그러나 정규시즌 막바지에 이르러 불화설과 이적설이 계속 흘러나온 끝에 결국 황선홍 감독의 사례와 같이 친정팀으로의 귀환을 선택했다.
설상가상으로 부산은 이미 지난주 김인완 수석 코치가 대전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뒤다. 당장 다음 시즌을 어떻게 꾸려갈지 코칭스태프 구성부터 난항에 봉착한 셈이다. 안익수 체제 2년 동안 자리를 잡아가는듯하던 부산의 리빌딩은 또다시 원점으로 회귀하게 됐다.
부산 팬들로서는 부산이 지도자들에게 잠시 머물렀다가 더 좋은 자리를 찾아 떠나가는 ‘항구’가 됐다고 한숨을 내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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