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한 운명이다. 박지성(31)이 속한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가 17경기 만에 첫 승을 따냈지만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QPR은 지난 16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로프터스로드에서 열린 ´2012-1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풀럼과의 홈경기에서 아델 타랍의 연속골로 2-1 승리했다. 이로써 QPR은 1승7무9패(승점10)로 레딩(승점9)을 제치고 19위로 올라섰다.
QPR은 해리 레드냅 감독 교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레드냅 감독은 마크 휴즈 전 감독과 다른 라인업으로 시즌 첫 승을 일궜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도 박지성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무릎 부상 탓에 결장했지만, 이미 레드냅 감독 머리에서 박지성은 흐려진 듯한 흐름이다.
박지성은 선덜랜드, 아스톤 빌라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됐고, 지난 주말 열린 위건전에는 명단에서 제외됐다. 주장완장까지 차고 전폭적인 신뢰를 받던 휴즈 감독 시절과는 사뭇 다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릎 부상 여파로 약 2~3주 결장이 불가피하다.
풀럼전 첫 승으로 레드냅 감독은 당분간 현재의 라인업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레드냅 감독은 박지성을 비롯해 에스테반 그라네로, 주니어 호일렛, 파비우 다 실바 등 올 여름 영입한 선수들을 과감하게 배제했다. 대신 아델 타랍, 션 라이트 필립스, 제이미 맥키, 클린트 힐, 라이언 넬센, 아르망 트라오레 등 기존 선수들을 중심으로 4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끌고 있다. 결과적으로 레드냅 감독의 결단이 실효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타랍은 뛰어난 개인기와 번뜩이는 천재성으로 풀럼전에서 혼자 2골을 터뜨리는 등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부상했다. 맥키는 최근 측면 미드필더와 최전방 원톱 자리를 넘나들며 2골을 기록했으며, 라이트 필립스는 전성기 만큼은 아니지만 빠른 스피드와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눈도장을 받았다.
이들 모두 박지성 경쟁자들이다. 휴즈 전 감독 체제에서 박지성은 붙박이 주전이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박지성의 올 시즌 활약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보이지 않는 힘'이 있었다 해도 10경기 출전 1도움이라는 성적표는 만족을 주기엔 거리가 있다.
맨유 시절 몇 차례 무릎 수술 이후 과감한 플레이 대신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스타일 변화를 시도했는데 아인트 호벤, 맨유 초창기 보여준 저돌적인 돌파나 빠른 스피드는 상당 부분 떨어졌다. 전술 수행 능력이나 영리하고 헌신적인 플레이는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레드냅 감독은 공격력이 뛰어난 윙어를 선호한다. 즉, 현재의 박지성은 레드냅 감독 체제 하에서 측면 미드필더로서의 경쟁력을 잃었다는 의미다.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것은 아니다. 레드냅 감독 부임 후 두 차례 중앙 미드필더로 교체 출전했지만 강한 인상을 심어주진 못했다. 스테판 음비아, 삼바 디아키테, 알레한드로 파울린과 같은 젊고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중용하고 있다. 심지어 올 시즌 QPR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선보인 그라네로마저 벤치로 밀려난 상황이다.
레드냅 감독은 로테이션을 잘 활용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더구나 QPR은 토트넘처럼 유럽 대회 없이 리그와 FA컵만 치르면 된다. 강팀들과 비교해 경기 간격이 넓어 로테이션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 그만큼 레드냅 감독 구상에서 한 번 빠지면 기회가 크게 줄어든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현 상황이 모두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현재 QPR의 라인업에는 박지성과 같은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많지 않다. 박지성처럼 팀에 헌신하는 선수들이 많을수록 팀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아직 시즌은 절반가량 남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일단 부상 복귀 후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올리고 주어진 출전 기회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박지성은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