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눈앞 오승환’ 불편한 선발<불펜시대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3.01.02 08:22  수정

오승환 등 불펜 투수 가치 상승

지나친 불펜 비중, 선발 기근 초래

최근 프로야구는 오승환 등의 활약으로 불펜 투수들의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올 시즌 3억 8000만원의 고액연봉자였던 오승환(30)은 삼성으로부터 재계약 협상 테이블에서 1억 7000만원이나 오른 5억 5000만원을 제시받았지만 대답은 “노(No)”였다.

최근 프로야구는 불펜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자연스레 몸값 폭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베테랑 투수들이 불펜의 주요 보직을 담당했다면, 현대 야구에서는 입단 때부터 전문 셋업맨, 마무리 투수를 육성하는 모양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 입단해 성장한 이들은 각 팀을 대표하는 불펜으로 거듭났다.

불펜 야구는 최근 8년간 우승을 7차례나 나눠가진 삼성(4회)과 SK(3회)로부터 비롯됐다. 권오준-안지만-권혁-정현욱-오승환으로 구성된 삼성의 강력한 불펜은 05~06시즌과 11~12시즌, 각각 2연패 업적을 일궜다. SK 역시 김성근 전 감독이 빚은 일명 ‘벌떼 불펜’을 앞세워 V3을 달성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들의 몸값이다. 팀 우승에 크게 공헌한 불펜투수들에게 구단 측은 아낌없는 연봉 인상을 안겼다. 하지만 특급으로 발돋움한 이들이 매년 꾸준한 성적을 내자 구단 측은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다른 보직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었다.

대개 불펜 투수들은 한 시즌에 50~60이닝 정도를 던진다. 130이닝 넘게 소화하는 선발 투수들에 비해 컨디션 조절 및 체력 관리에서 보다 수월하다. 그러나 불펜의 치솟는 몸값은 어느새 선발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3년 전만 하더라도 선발과 불펜의 몸값은 큰 차이를 나타냈다. 2010년 투수 고액 연봉 Top10에 불펜 투수는 고작 2명에 불과했다. 또한, 선발 연봉 Top10의 몸값 총합은 32억 9000만원이었던 것에 비해 불펜 Top10은 18억 9500만이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지난해, 불펜 연봉 Top10의 몸값은 무려 31%나 상승한 32억 1000만원까지 증가했다. 롯데로 이적하며 연봉 5억원을 받게 된 정대현이 불펜 최고 연봉자로 올라섰고, 특급 활약에는 못 미치지만 불펜 품귀현상 혜택을 톡톡히 본 이승호, 강영식, 송신영도 고액 연봉자가 됐다.

올 시즌도 불펜 쪽에서의 연봉 상승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오승환이 이미 5억 5000만원을 거절한 가운데 Top 10에 포함됐던 안지만도 뚜렷한 인상 대상자다. LG 유니폼을 입으며 4년간 최대 28억 6000만원에 계약한 정현욱은 4~5억원 대의 고액 연봉이 예상된다.

군입대한 정우람의 빈자리는 넥센 마무리 손승락이 채울 전망이다. 손승락은 44%나 인상된 2억 6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연봉 7000만원이었던 홀드왕 박희수는 2억원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최근 3년간 선발-불펜 연봉 Top10.

반면, 선발 쪽은 지난 3년간 3억원 인상(35억 9000만)에 그쳤다. 게다가 선발 Top10의 연봉 합계는 오히려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4억원으로 껑충 뛴 장원삼과 FA를 앞둔 송은범을 제외하면 큰 폭의 인상자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투수 빅3’ 중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로 이탈했다. 규정이닝에 못 미친 김광현은 삭감이 분명하며 윤석민도 상승 요인이 마땅치 않다. 지난해 선발 Top10 가운데 4명은 30대 중반의 복귀 해외파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FA 선수는 배영수 단 1명뿐이다.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일부 특급 선수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불펜 투수들은 연봉 협상에서 저평가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불펜을 육성하고 대우해준 삼성과 SK가 큰 성공을 거두자 이를 바라본 다른 구단들도 동참하며 불펜 투수에 대한 대우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러면서 나타난 문제는 선발투수들의 씨가 마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신인드래프트에서 상위라운드에 지명된 투수 유망주들은 아예 불펜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 선발로 육성되는 선수는 한화 유창식 정도가 고작이다. 이번 WBC 예비 엔트리만 봐도 선발은 부족하고 불펜은 넘쳐나고 있다.

선발과 불펜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는 무의미한 논쟁일 뿐이다. 다만, 야구는 선발 투수가 공을 던지면서 시작되는 경기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버텨주고 점수를 적게 줘야만 필승조의 역할이 생기고, 더불어 팀이 승리한다는 것은 야구의 오래된 진리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순서가 뒤바뀐 모습이다.

오승환을 비롯한 불펜 투수들이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이 이룬 가치에 대해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야 말로 프로 선수들이 갖춰야할 마인드다. 연봉 책정에서 형평성이 어긋난다면 불펜 못지않게 선발 투수 육성에도 힘을 기울여야만 했다. 한쪽 쏠림 현상이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것에 대해 각 구단들은 선수들과 얼굴을 붉힐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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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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