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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이 뭐라도 안보여주면 다음은 없는기다"


입력 2013.04.20 10:14 수정         부산 = 데일리안 조성완 기자

<4.24 재보궐 부산 영도민심 탐방>"당연히 1번 아이가" 속 회의론도

"20여년 밀어줬는데 해준게 뭐꼬" vs "그래도 힘없는기 시키면 안돼"

4.24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치뤄지는 부산시 영도구에서 각 후보들의 선거운동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15일 부산시 영도 백련사 앞 아름다운 바다풍경이 보이는 해안도로에 김무성 새누리당, 김비오 민주통합당, 민병렬 통합진보당 후보의 선거벽보가 붙여져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24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실시되는 부산시 영도구에 김무성 새누리당, 김비오 민주통합당, 민병렬 통합진보당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영도구 주민들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5일 부산 영도구에 밀집된 주택들이 빼곡히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보소, 그런 걸 뭐할라꼬 물어보노. 당연히 1번 아이가.”

“20여년간 그마이 밀어줬는데 김형오가 우리한테 해준 게 뭐꼬?”

4·24 재보궐선거를 10일 앞둔 15일, ‘데일리안’이 찾은 부산 영도는 따뜻한 봄 햇살이 내리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채 겨울이 가시지 않은 듯 살을 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었다.

재보선을 앞둔 영도의 민심도 이 같은 날씨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게 당연하듯 ‘데일리안’이 만난 영도 주민들은 하나같이 김무성 새누리당 후보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지난 14대 총선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당선된 이후 해당 지역에서 18대까지 내리 5선을 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향한 실망감으로 인해 영도 민심의 한켠에는 아직도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쫌 등치 큰 게 와야 영도가 발전 안하겠나. 힘 없는기 오면 암것도 안 돼”

부산 영도는 인구가 23만 명에서 14만 명으로 점차 줄어들면서 낙후된 도시가 돼 가고 있다. 특히 영도 주민 대부분의 ‘밥줄’인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부진으로 지역경제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주민들은 지역 발전을 책임질 수 있는 인물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영도로 들어가는 관문 중 하나인 영도대교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모 씨(70대 초반)는 “힘 있는 의원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역에 뭐라도 하나 안 해주겠나. 초선은 와봐야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고 지적했다.

영도 내 공영주차장을 관리하는 송모 씨(66)도 “김무성이 돼야 안 되겠나. 일도 잘 했고. 영도 생각하면 다른 후보들보다는 김무성이 더 괜찮지”라고 단정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김 후보도 ‘영도발전론’을 전면으로 내세웠다. 그는 이날 오전 청학2동에 위치한 한 노인대학을 방문해 “제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인거 아시죠. 그렇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임기 중에 저한테 힘이 실립니다”라며 “그 힘으로 영도를 발전시키겠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의 목소리에 호응하듯 강의실 의자에 앉아 있던 할머니들은 “싸움도 1등이 제일 좋듯이 의원도 힘 좋은 놈 시켜야지. 그래야 밀고 당기기도 잘하고, 우리도 더 좋은거 아이가”라고 말했다.

영도의 한 중공업 회사에서 일하는 백모 씨(48)도 “여기는 조선, 기계 등 중공업이 많이 있어서 김무성 같은 큰 사람이 (당선)되면 도움이 많이 될 거야. 김무성 조카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기도 하고”라고 내심 기대감을 비쳤다.

“그동안 마이 속았다 아이가. 그마이 밀어줬는데 김형오가 해준 게 뭐꼬”

‘김무성 대세론’ 속에서도 영도 주민들의 가슴 한켠에는 지난 20여년간 지지해준 김형오 전 국회의장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김 전 의장 시절 부산 영도에 뉴타운 건설, 고가도로 건설, 대형마트 입점 등이 진행됐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김형오 뽑아줘도 먹고 사는 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반감이 적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반감이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대한 배신감으로 이어지면서 두 종류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첫 번째 바람은 새누리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쇄신의 바람’이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만큼, 과거 한나라당과 달리 그동안 믿고 지지해준 영도의 ‘바람’을 이뤄주길 바라는 것이다.

15일 부산시 영도구 청학동 거리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후보가 조카 며느리인 배우 심혜진 씨, 응삼이로 유명한 배우 박윤배, 심양홍 씨 등과 함께 시민들의 사진촬영 요구에 응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5일 부산시 영도구 흰여울 문화마을에서 김비오 민주통합당 후보가 문화마을 입주 작가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5일 부산시 영도구 청학동 거리에서 민병렬 통합진보당 후보가 주민들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0대의 한 택시기사는 “여기 영도에서 김형오 욕 안하는 사람이 없어. 여기가 원래 야성이 강한 곳이었는데 그나마 YS가 밀어줘서 된 거잖아”라며 “김무성이 뭔가 보여줘야 돼. 안 그러면 다음번에도 된다고 보장 못해”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백 씨도 “여기는 항상 여론조사랑 결과가 좀 다르게 나와. 지난 총선에서도 여론조사와 달리 여당과 야당 표 차이가 별로 안 났어. 다음번에 되고 안 되고는 김무성이 어느만큼 하는가에 달린거야”라고 지적했다.

가정주부인 이모 씨(58)는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면서 인물도 많이 바꿨으니까 이번에는 뭔가 달라지겠지. 김무성은 김형오와 다를거라는 생각도 들어. 진짜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믿어보자’는 마음이야”라고 말했다.

두 번째 바람은 새누리당이 아닌 다른 대안을 원하는 ‘변화의 바람’이었다. ‘한나라당 = 새누리당’이라는 인식 하에 더 이상 새누리당에 뭔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 씨(26)는 “이제는 좀 바꿔야 안 되겠습니까. 어른들이 그동안 믿고 지지해줬는데 돌아온 건 없고, 더 이상 믿어봐야 달라질 것 같지는 않네요”라고 말했다. PC방 아르바이트생인 이모 씨(25)는 “선거 결과도 거의 정해져 있고, 어른들도 아직까지는 ‘무조건 1번’인데 우리 또래는 좀 달라요. 새누리당이 되면 거기서 거기죠”라고 말했다.

청학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56)도 “지난 20년 가까이 김형오한테 속았는데 또 속으려고 하는가. 판잣집도 그대로고 여전히 낙후된 상태잖아. 지금껏 마이 속았다 아이가. 새누리당은 무사안일주의라서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비판 섞인 말을 뱉었다.

“2번은 누군지 아예 모르겠고, 3번은 사람은 좋은데 이정희 때문에 안 되겠네”

하지만 새누리당을 향한 반감이 ‘반(反)김무성’ 여론으로 결집되기에는 야당 후보들이 다소 역부족인 상황이다.

최근 언론사의 여론조사와 각 진영의 내부 여론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김무성 후보가 50%를 넘는 지지를 얻으며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반면 김비오 민주통합당 후보와 민병렬 통합진보당 후보는 각각 15% 남짓한 지지율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다. 김비오-민병렬 후보의 지지율을 합쳐도 김무성 후보 지지율을 과반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인 것이다.

김비오 후보의 경우에는 주민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낮은 점이, 민병렬 후보의 경우는 ‘당’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특히 김비오 후보의 경우 지난 13일 영도가 고향인 문재인 의원이 지지유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심지어는 김비오 후보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을 정도였다.

김 후보는 이날 영도구 영선동에 위치한 ‘흰여울 문화마을’을 방문, 입주 작가들과 문화마을 개선책과 발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흰여울 문화마을’은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고 지역민들의 문화복지를 위해 지난 2011년 11월 백련사 인근 빈집을 수리해 만든 곳이다.

간담회 이후 김 후보는 인근을 지나는 한 주민에게 악수를 청하고, 버스에 탄 승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상점을 운영하는 금모 씨(47)는 “1번하고 3번은 누군지 알아도 2번은 누군지 전혀 모르겠다. 관심도 없다”고 말했으며, 미술학원 차를 운전하는 김모 씨(70)는 “1번 외에 다른 사람은 누군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3번은 지난번에도 나와서 얼굴은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영선동 절영해안산책로 주변에 거주하는 이모 씨(58)는 “여기는 이미 1번이다. 2, 3번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며 “문재인이 지원한다고 해서 특별히 나아질게 있겠나. 사람들 마음 속에 이미 다 낙점됐다. 지금 와서 바꿀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민병렬 후보는 ‘본인’에 대한 평가는 좋았지만 통진당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발목을 잡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대선 토론회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독설을 쏟아 부었던 이정희 통진당 대표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민 후보는 이날 오후 청학동 일대 골목 구석구석을 발로 뛰어다니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해진 코스가 없는 듯 발길 닿는 데로 움직이며, 눈에 띄는 주민들에게는 어김없이 다가가 두손을 내밀었다.

이런 민 후보를 향해 주민들은 “지난번에도 찍었어요”, “힘내세요” 등의 응원을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당이 그래서는 안 돼” 등의 질타도 쏟아냈다.

민 후보가 유세를 하던 현장 한편에서 요구르트를 판매하던 노모 씨(52)는 “3번은 저렇게 열심히 해도 이정희 때문에 욕을 많이 먹어. 사람은 좋은데 참 안타까워”라고 나지막이 귀띔했다.

과일 노점상을 하는 김모 씨(62)도 “민병렬은 이야기 해보면 트인 거 같아. 지난번에도 난 저 사람 찍었어, 근데 이정희 때문에 문제야. 문제”라고 혀를 찼다.

한 40대 중반의 택시기사는 “민병렬은 참 좋고 지난번에 나왔을 때도 당초 예상과는 달리 표가 제법 나왔어. 근데 문제는 당이야. 당 때문에 안 돼”라고 말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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