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2.4일당 한명씩 군 사망사건 발생 이중 60% '자살'로 처리
군 의문사 유가족들 "군입대시킬 땐 조국의 아들이라 하더니..."
#1. 1998년 2월 24일 낮 12시경. 판문점 241GP 3번 벙커 안. 육사 출신의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국방부는 아들이 군 복무 중 자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15년간 아버지가 싸우고 또 싸워서 밝혀낸 진실은 ‘한심할 정도로 상식적’이었다. 조명시설도 없는 매우 깜깜한 상태에서 죽기 직전 아들의 눈물을 봤다는 특별합동 조사단의 주장을 당사자인 김아무개 일병이 부인한 것이다.
이후 국회와 대법원,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국민 권익위원회 등 4곳의 국가 기관도 해당 사건을 조사한 뒤 ‘적어도 아들이 자살했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2012년 3월 어느 날, ‘권총 발사 화약흔 실험’을 통해 아들이 자살하지 않았다는 결정적인 증거도 제시됐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국민 권익위원회는 2012년 8월 26일 “피신청인에게(육군 참모총장에게) 군 수사기관의 초동수사 과실 등으로 인해 사망 원인이 불분명하게 된 신청인의 아들의 순직 여부에 대해 재심의해 순직으로 인정할 것을 시정 권고한다”고 결론지었다.
그 후로 반년이 지난 현재, 아들은 아직까지도 순직처리 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사건의 주인공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모티브로 알려진 판문점 김훈 중위다.
#2. 초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1998년 6월 23일 늦은 밤, 불현듯 한 통의 전화가 울렸다. “여기 부대인데 B 일병 집이죠?”라는 한마디로 15년간의 악몽이 시작됐다. 부랴부랴 찾아간 군부대에는 아들이 말없이 매트리스에 누워 있었다. 아들의 몸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총으로 자살했다”는 군부대 관계자들의 말을 어머니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렵게 찾아간 사고현장에는 피 한방울의 흔적도 없이 깨끗했다. 너무 억울해서 장례도 치르지 못했다. 끝까지 싸워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모진 고생 끝에 찾아낸 진실은 참담했다. 아들은 선임병에 의해 일상적인 구타와 가혹행위는 물론 성추행까지 당했던 것이다. 어머니는 스스로 자신의 몸에 방아쇠를 당겨서라도 고통을 끝내고 싶어 했을 아들의 상처를 떠올리며 통곡했다.
진실이 밝혀졌음에도 국방부는 ‘자해 사망’이라며 아들의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싸웠다. 결국 2013년 3월 29일 아들을 국립대전묘지에 안장할 수 있었다. 그 세월이 무려 만 15년이다.
해당 사건의 주인공은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승원 일병이다.
#3. 제 오빠는 이젠 군 복무를 약 10개월 정도 밖에 남기지 않은 상병입니다. 그런데 2003년 1월 12일 밤에 정말 청천 하늘에 날벼락과도 같은 말을 듣게 됐습니다. 그렇게 착하고 성실하게 생활하던 오빠가 목을 매서 죽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사실이 믿겨지지 않습니다. 죽기 전날 부모님께 전화가 왔을 때 오빠는 평소 때와 같이 집 안부를 물었고 훈련 끝나서 기분이 좋다며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왔던 연하장에도 ‘올해는 전역의 해’라며 더 열심히 군대 생활을 하고 나와서 부모님께 효도하겠다고 편지까지 왔었는데...
그런데 그런 오빠가 무슨 이유에서 유서도 한 장 남기지 않고, 하다 못해 자신의 죽음에 대한 티끌의 이유도 남기지 않고 자살을 했겠습니까?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빠의 억울한 죽음을 꼭 풀어 주고 싶습니다. 부디 도와주세요.
해당 글은 2003년 수송부 차고에서 목을 매 숨진 강태기 상병의 여동생이 남긴 호소의 글이다.
강 상병의 시신은 군 병원 냉동고에 10년이 넘도록 보관 중이다. 유족들은 “아들이 왜 죽었는지 그 진실이 밝혀지고 명예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결코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12년을 기준으로 매년 27만여명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에 입대하지만, 그 중 150여명의 군인은 다시 그들의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군 복무 중 의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회와 국민들을 향해 진실을 밝혀 줄 것을 호소했다. 사진은 강원도 모전선 최전방 GOP 철책선에서 병사들이 야간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기사안의 특정 사실과 무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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