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메달 위업’ 홍명보 아이들…이러다 독 될라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3.07.05 11:32  수정 2013.07.05 11:38

한국축구 중심 ‘올림픽대표팀’ 멤버들 논란도 중심

자신감이 팀 위한 헌신과 책임감 되지 못하면 만용 변질

'홍명보의 아이들'이 오히려 팀워크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할 현실이다.ⓒ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이 이끈 2012 런던올림픽 대표팀은 사상 첫 동메달이라는 업적을 달성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2010 남아공월드컵 원정 16강에 이어 한국축구사에 손꼽힐 만한 쾌거였다. 당시 주역이었던 젊은 선수들은 '홍명보의 아이들'로 불리며 한국축구의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후 1년. '런던올림픽 세대'는 논란의 중심에 있다. 특히, 한국축구의 간판으로 불리는 해외파 스타들 자세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성인대표팀이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며 몇몇 선수들이 도마에 올랐고, 심지어 국내파와 해외파 선수들 사이의 분열과 '파벌'이 존재한다는 설까지 나돌며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최근 국가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 최강희 감독의 인터뷰 파문과 기성용-윤석영의 트위터 논란은 그간 대표팀을 둘러싼 무성한 소문들이 결국 사실이 아니었냐는 의혹만 더 부채질했다. 최강희 감독은 인터뷰에서 일부 해외파 선수들의 SNS 논란과 대표팀에서의 태도에 아쉬움을 표했다. 결국, 대표팀 내 해외파들로 인해 갈등이 있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꼴이 되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최강희 감독의 발언이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처음 SNS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됐던 기성용은 자신의 이름으로 된 계정을 모두 삭제하고 SNS에서 탈퇴했다. 곧이어 윤석영은 자신의 SNS에 최강희 감독의 발언을 비꼬는 듯한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사과와 해명의 글을 남겼다. 유럽파인 기성용과 윤석영 모두 런던올림픽 멤버 출신이고, 최강희호에도 승선한 경험이 있다.

이 사건은 당사자들과 대표팀에 모두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오해나 갈등이 있었다고 해도 직접적인 소통으로 풀 수 있는 문제를, 언론과 SNS를 통한 간접적이고 모호한 발언들이 결과적으로 또 다른 오해를 더 부추긴 셈이 됐다. 의도야 어찌됐든 전 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이 서로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모양새가 된 것은 그 자체로도 이미 볼썽사납다. 더구나 위계질서와 팀워크가 특히 강조되는 기존의 한국축구 문화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면이라 팬들이 받은 충격도 크다.

이번 사건이 남긴 후유증은 대표팀의 위태로운 현주소를 보여줌과 동시에 홍명보 감독에게도 큰 짐을 던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대표팀 갈등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신구세대 이질감, 국내파와 해외파간의 분열에 있어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홍명보의 아이들'이라는 점은 예사롭게 볼 문제가 아니다.

홍명보의 아이들은 런던올림픽을 통해 역대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업적을 이뤘다. 일찍부터 유럽무대에 진출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선수들도 역대 가장 많다. 박지성이나 이영표 같이 존재만으로 후배들의 경외심을 자아내는 리더가 없는 현 대표팀에서 ‘홍명보의 아이들’은 자신들이 한국축구를 지금 이끌어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팀을 위한 헌신과 책임감이 되지못하면 만용으로 변질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최근의 해프닝에서 드러난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행태는 분명히 도를 벗어났다.

홍명보 감독은 런던올림픽에서 이 선수들과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런던올림픽 세대의 홍명보 감독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도 두텁다. 하지만 성인대표팀에서는 보다 다양한 세대와 환경의 선수들을 포용해야하고 그들로부터 일치된 팀워크를 이끌어내야 한다.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이라는 홍명보 감독의 철학처럼 가장 필요한 것은 팀을 위한 희생이다. 어쩌면 이 과정에서 '홍명보의 아이들'이 오히려 팀워크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할 현실이다.

홍명보 감독이 팀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가장 먼저 고민할 것은 런던올림픽 세대와 유럽파들을 어떻게 끌어안느냐다. 최강희 전 감독은 분명 유럽파 선수들을 장악하지 못했고 그들과의 소통에도 실패했다. 홍명보호에서도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과거에 홍 감독과 그들의 좋았던 관계가 대표팀 미래에 영향을 끼쳐서도 곤란하다.

유럽파 선수들 역시 대표팀을 위한 희생정신은 물론 자신들의 언행이 스스로의 이미지와 대표팀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각하는 성숙한 책임감이 필요하다. 저질러놓고 책임지지도 못할 언행과 SNS를 통한 가십의 양산은 축구선수로서의 본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분명히 자각해야할 사실은 지금 그들이 누리고 있는 위상도 한국축구와 K리그, 그리고 선배들이 거쳐 온 토양에서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한국축구가 그들을 잘나게 키운 것이지, 그들 스스로 잘나서 한국축구를 키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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