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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재보궐 다가오자 야권 잠룡들이 불뿜는다


입력 2013.07.14 10:09 수정 2013.07.14 10:13        조소영 기자

안철수-문재인 양측 신경전 이어 안철수-박원순 미묘한 설전

손학규 복귀 움직임 '꿈틀' 심상정 안측과의 연대 '설왕설래'

오는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야권 대표주자들 간 ‘주도권 싸움’이 이미 시작된 모습이다. 현재 10월 재보선은 수도권 3곳, 호남 1곳, 경북 2곳, 경남 1곳, 충남 1곳 등 8곳이 예정돼있으며, 규모는 다소 작은 선거지만 오는 6월 선거와 더불어 각 주자들이 ‘세 불리기’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단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민주당 소속 문재인 의원과 손학규 상임고문, 박원순 서울시장과 심상정 진보정의당 원내대표,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이 전투의 대표선수들이다. 특히 지난 18대 대통령선거 당시 ‘야권단일화’를 두고 한 차례 신경전을 벌였던 문·안 의원은 그 선봉에 서있다. 주로 문 의원은 ‘민주당’이라는 틀을 지키는데 주력하고, 안 의원은 이 틀을 뚫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최근 두 인사가 경쟁한 분야는 ‘지역행보’와 ‘인재영입’이다. 일단 안 의원이 지난 5일 대전, 6일 창원을 1박2일로 돌아본데 이어 문 의원은 9일, 부산시당 상무위원회에 참석했다.

안 의원은 대전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수정안을 비롯해 국가정보원(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창원에서는 진주의료원 폐원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특히 안 의원은 대전에서 “대안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며 “주변에 좋은 분들이 계시면 내가 함께 하자고 말씀드렸다고 전해달라”며 창당 의지를 비쳤다.

10일에는 안 의원의 ‘인재영입 작업’의 윤곽이 드러나기도 했다. 앞서 진보 진영 대표 후보로 교육감에 당선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게 안 의원 측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당(黨)’이라는 어깨띠를 메길 권유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 아울러 10월 재보선 지역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전주 완산을에 강준만 전북대 교수, 장세환 전 의원 등을 후보 대상자로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의원도 이에 지지 않겠다는 태세다. 그는 의원이 된 뒤 처음으로 부산 지역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부산시당 상무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내년 지방선거를 지금부터 잘 준비해 부산정치를 바꿔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부산시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기로 해 민주당의 인재영입 과정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당 인재영입위원장인 김영환 의원은 재보선·지방선거 후보군으로 10여명을 찾았다고 전해졌다.

이렇게 ‘지역행보’와 ‘인재영입’으로 맞부딪치기 전부터 두 인사 간에는 세를 넓히기 위한 ‘기싸움’을 벌이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시작은 ‘소주회동 사건’이었다. 지난달 14일 6.15선언 13주년 기념식에서 만난 두 의원 간 ‘소주회동’을 약속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후 안 의원이 “그렇지 않다”고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두 인사 간 애매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후 문·안 의원은 안 의원의 정치적 입장이 ‘진보적 자유주의’라고 알려진 때 한 번 더 부딪쳤다. 문 의원이 이에 대해 공감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과거에 이미 많은 분들이 써왔던 표현으로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며 “(안 의원이)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말을 독점할 수는 없다”고 하자 안 의원은 “‘혼자만의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맞받은 것.

뒤이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논란을 두고 새누리당에 반격하는 대응 기조가 같아 두 인사 간 거리가 좁혀질까 싶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NLL논란’으로 불거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와 관련, 이 요구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데 있어 문 의원은 ‘찬성’, 안 의원은 ‘반대’를 던지며 의견이 갈렸다. 안 의원은 이후 반대 의사를 꾸준히 표명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사진 왼쪽)과 박원순 서울시장.(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4.24 재보궐선거를 통해 19대 국회에 등원한 새누리당 김무성, 이완구 의원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회동을 가지며 함께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원순·손학규·심상정까지 '기싸움 대열' 합류?

사실 이 모든 ‘기싸움’의 원인은 ‘2017 대통령선거’와 연관돼있다.

차기 대선에서 최종적으로 새누리당 후보와 맞서기 위해선 야권에 포진하고 있는 ‘쟁쟁한 후보군’을 딛고 올라서야 하기 때문에 현재 치러지는 작은 선거에서부터 차례대로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 한다. 이 때문에 문·안 의원 간 기싸움이 점차 치열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박원순 서울시장·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심상정 진보정의당 원내대표까지 ‘기싸움 대열’에 합류한 양상을 띤다.

특히 박 시장·손 고문·심 원내대표까진 현재 비슷한 전력을 가졌기 때문에 자신들 간 기싸움을 벌이기보단 ‘골리앗’인 문·안 의원과 각을 세우며 보폭을 넓히는 모습을 보인다.

먼저 박 시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재선’을 노리고 있다. 박 시장이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치권에선 박 시장이 이를 발판으로 대선까지 바라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 시장은 재선을 위해 그간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당내 표심 잡기’에 나서는 것은 물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재선 의사를 여러 번 강조하고 있다.

박 시장의 부상(浮上)에 문·안 의원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야권 유권자들에게 야권 대선후보에 대한 보기가 하나 더 늘어나면서 지난 대선보다 야권 내 경쟁이 더 치열할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문 의원은 당내 ‘문·박 경쟁’부터 감당해야할 상황이 올 수 있다.

안 의원과 박 시장의 신경전은 이미 시작된 모양새다.

사실상 안 의원의 도움으로 서울시장직에 올랐던 박 시장은 과거 ‘안철수 신당 합류설’이 터지자 “나는 민주당 당원으로 이미 입당한 상태로 당연히 민주당의 이름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해야 한다”고 안 의원과 선을 그었다. 지난 8일에는 박 시장이 안 의원에게 인재영입난(難)을 겪는다고 들었다며 “SNS를 통한 인재영입을 하라”고 훈수를 두자 안 의원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얘기한 적 없다”고 일축했다.

몸은 독일에 있지만, 정치권에 꾸준히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손 고문에 대해선 10월 재보선 출마설이 돌고 있다. 지역은 신장용 민주당 의원의 경기 수원을이다. 의석을 수성하기 위해 민주당 측에선 명성과 전략을 겸비한 손 고문의 출마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손 고문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내 이름이 거론될 일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손 고문이 물밑에서 자신의 세력을 키우고 있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온다. 일명 ‘손학규계’가 당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는 것. 대표적으로 ‘손학규계’인 양승조 의원이 이번에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것을 봐도 “손 고문이 죽지 않았다”는 반증이라는 말이 나온다. 결론적으로는 앞으로도 손 고문이 민주당 안팎에서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가질 것이란 얘기다.

손 고문은 문 의원과는 지난 대선 당시 당 경선 때 ‘모바일 투표’를 두고 날을 세우며 감정이 상한 상태고, 안 의원과는 ‘연대설’이 여러 번 나오고 있지만 부정하고 있다.

특히 안 의원의 ‘진보적 자유주의’를 먼저 주장했던 손 고문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 시대에 이념을 따지는 것은 유치한 일”이라며 ‘제3정당’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도 “독일 자유민주당 등 유럽 내 제3정당들이 잘되는 것 같지만 아니더라. 결국 이들이 메이저는 되지 못한다”고 강하게 안 의원을 밀어냈다. 이는 당에 대한 의리 차원도 있겠지만, 야권의 유력 경쟁자를 견제하는 부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심 의원은 군소정당으로서 가질 수 있는 ‘특권’인 ‘연대카드’를 쥐고 흔들고 있다. 심 의원은 최근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책과 비전을 중심으로 한 연대는 세력과 개인을 불문하고 적극적으로 모색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10월 재보선에 대해서도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같은 전략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3정당인 통합진보당이 ‘종북 논란’이 일어 연대가 어렵고, 안 의원과도 경쟁관계에 놓인 만큼 민주당의 아군으로는 정의당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 대선까지만 해도 정의당 측은 민주당과 근거리를 유지했으나 현재는 특별한 접점이 없는 상태다. 인물로 대입시켜본다면, 문 의원에게는 심 의원과의 관계 극복 과제가 눈앞에 놓인 셈이다.

오히려 심 의원은 근래 안 의원과 가까운 모습이 포착되면서 ‘심·안 연대설’이 돌기도 했다. 4.24재보선에서 노회찬 정의당 공동대표의 지역구에 안 의원이 출마하며 다소 감정이 상했었지만, 서로 의원실이 가깝고, 같은 비교섭단체라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심 의원은 당분간은 ‘마이웨이’를 걷는다는 방침이다.

심 의원은 “안 의원은 이제 한 발자국씩 시작하는 단계로 (그 걸음의) 방향성을 보고 (연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이어 안 의원을 향해 “제도화된 권력은 미미하지만, 국민이 정치적 권력을 (안 의원에게) 충분히 주셨다”며 “권력은 국민이 정치개혁에 온몸을 던지라고 주신 것이다. 그 점을 명심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는 문·안 의원 모두에게 일정하게 ‘거리두기’를 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셈이 됐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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