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조선때 군인들은 귀양 안보내고 바로 사형
북한 더 압박하면서 초콜릿 뿌리고 당근 흔들어야
다산 정약용 선생이 남긴 저작물을 볼 때마다 “만약 선생이 그 긴 세월 유배를 당하지 않았더라면?”하는 생각과 함께 옛 귀양제도란 게 참으로 창의적(?)인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많은 문학작품이나 저작물들이 대개 귀양지에서 집필된 것이기에 말이다.
옛날엔 지금같이 형무소가 없었다. 판결이 날 때까지 감옥에 잠시 가두어 두었다가 태형이나 사형을 집행하면 그만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징역형은 대개 멀리 유배를 보냈다. 헌데 재미있는 것은 이 귀양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양반 중 문반(文班)만 갈 수 있었다. 선비는 죄를 지어도 반성할 기회를 주었다. 혹 다시 쓰임이 있을지 모르는데다가 까짓 힘없는 선비를 죽였다간 후세 선비[史家]들에게서 폭군으로 기록되어 역사에 길이길이 부풀려질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역사를 통틀어 무반(武班), 즉 무장들에겐 유배가 없었다. 죄가 있다면 사형이 있을 뿐이었다. 먼 곳에 유배 보냈다간 그곳에서 난을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남이, 김덕령, 임경업 등 수많은 무신들이 나라에 절대적인 공을 세우고도 대개는 모함을 받아 죽임을 당했다. 유일하게 죽임을 면해 백의종군했던 이순신 장군만 예외였다. 그러니까 공을 세울수록 왕권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영웅은 적과 싸우다 전사하기보다도 모함 받아 죽임을 당할 위험이 더 컸던 것이다. 그게 조선이란 선비의 나라다.
더불어 그들은 역사에서 지워지고 겨우 무당들의 받들림으로 그 한을 달래어왔다. 통일신라 이후 무당들이 박해와 멸시를 받는 이유도 그들이 한 많은 영웅들을 영혼들을 받들기 때문이었다. 신장[神將]을 받드는 우리나라 무속은 신라 화랑의 유습이라 할 수 있다. 당시 그들이 지내던 군례(軍禮)가 민간으로 흘러 무속과 결합한 것이다.
선비는 불사이군(不事二君)?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라가 망하게 되면 장수들은 모조리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 함께 무기와 그것을 다루는 무예도 말살시켰다. 해서 전 세계에서 국가의 병장무예가 지금까지 온전히 전해지는 것은 조선의 ‘십팔기(十八技)’뿐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조선의 국기(國技)를 몰라보다니 세상에 이런 황당한 일이 어디 있으랴. 하나밖에 없는 세계의 보물이니 하루빨리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재해야 한다.
역사의 기록은 문사(文士)들의 몫이다. 해서 이순신 장군이 《난중일기》를 남겼을 것이다. 만약 그 일기가 없었다면 지금 누가 그를 영웅으로 기억하겠는가? 역시나 십팔기 교본인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가 남아있지 않았다면 십팔기가 조선의 국기인 줄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무사(武事)가 우리의 역사에서 지워졌는지 짐작할 수조차 없겠다. 반쪽짜리 한국사가 그래서 재미없고 교과과정에서도 푸대접 받는 것이다. 조선 국기가 저자거리에서조차 푸대접 받고 있는 것처럼.
어쨌든 고대에는 나라가 망하게 되면 살아남은 무장들은 대개 국외로 도망쳤었다. 그 옛날 중국에 전란으로 나라가 망하게 되면 국외로 도망쳤는데, 당연히 한반도로도 쉼없이 넘어왔을 것이다. 또 가야, 백제, 고구려, 발해, 통일신라, 고려(삼별초)가 망했을 때 많은 무장들과 그 일속들이 만주, 왜(倭), 유구(琉球)로 건너갔다.
그러나 문신(文臣)들은 굳이 도망갈 이유가 없었다. 그들을 죽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둬도 난을 일으킬 용기나 능력이 없는데다가 그들이 지닌 경험과 재주는 나라를 다스리는데 유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정몽주처럼 끝까지 고집부리는 문신만 모범적으로 한두 명 목을 배면 그만이었다. 그러니까 불사이군(不事二君)이란 무장에게 해당하는 말이지 실은 선비[文臣]와는 상관없는 말이다. 자고로 무신(武臣)에겐 봉사이군(奉事二君)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통일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상황
북한이 어떤 몸부림을 치든 이제는 한계에 온 것 같다. 말 그대로 벼랑 끝이다. 지구상 남은 몇몇 독재정권들과 함께 파산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세계적인 경제위기 때문에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국가의 남북한 통일에 대한 입장도 예전 같지가 않다. 통일을 위해서라면 한국이 계속 지금처럼 강경책으로 일관하는 것이 맞다. 예서 풀어준들 시간을 좀 벌어주는 것뿐, 어차피 북한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
중국도 이제는 세계의 리더로서 북한 같은 정권을 더 이상 두둔하기 어렵게 되었고, 자신들의 비호 때문에 2천만이 넘는 북한 주민들이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부끄럼을 느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무엇보다 드넓은 만주개발을 위해서도 한반도 통일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러시아는 자원과 극동지역 개발. 일본도 이번에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스스로 회복은 어렵겠고 외부적 요인이 절실할 것이다. 그리고 세계의 자본은 이제 더 이상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그러니 결국 알박기 꼴인 북한을 제거할 수밖에 없다. 그리만 되면 동북아는 향후 반 세기가량 세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통일비용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 없다. 독일 통일과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게다가 국가 재산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왜냐면 북한 땅은 모두 국유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에게 나눠주고도 절반은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향후 수십 년 동안 풍선처럼 불어날 것이다. 그러니 세계의 자본들이 줄을 서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인 게다. 오히려 통일 한국을 반대하는 나라만 따돌림 당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중국은 북한을 포기해야
중국과 한국은 전통적으로 선린관계를 유지해왔다. 역사적으로 중국 변방의 수많은 오랑캐들 중 중국을 괴롭히지 않은 민족은 한민족 밖에 없다. 단 한 번도 중국을 침범하거나 노략질 한 적이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니 통일 한국이라 해서 결코 중국에 폐 끼칠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군 주둔 등 군사적인 긴장과 갈등도 경제적 이익에 비하면 충분히 감내할만한 일이다.
혹 통일이 되면 남한의 진보좌파들이 “미군 물러가라!”며 들고 일어날 것이라 걱정하는 미국민들도 있다지만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통일 되는 순간 중북좌파세력을 연기처럼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누구도 그들의 구호에 귀 기울이지 않을뿐더러 설사 남한사람들은 봐준다 해도 북한 주민들이 가만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통일한국이 미, 중, 러, 일 사이에서 균형자적인 역할 충실히 해낼 수 있다.
게다가 중국으로선 대만과의 통일 문제가 남아 있다. 북한이든 대만이든 미국과의 이해관계와 직결되어 있어 북한을 내놓지 않는다면 결코 대만과의 통일은 없다. 그러니 먼저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고 한반도 통일에 적극 앞장서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자연스레 지구상 마지막 남은 분단국 중국과 대만의 통일에 대한 당위성이 세계인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통일에 대한 약속을 북한에 제시해야
개성공단 폐쇄 등 핵실험 이후 일어난 북한의 강경책은 전적으로 북한 군부의 소행임은 물어보나 마나겠다. 남북한에서 지금 이 시점에서 통일을 가장 두려워하고 반대하는 부류라면? 십중팔구 남쪽에서는 종북좌파들이고, 북쪽에서는 공산당원, 특히 군부일 것이다. 종북 세력(이제는 권력)들이 말로는 평화 통일, 미군 철수를 주장하지만 그들의 속내는 그 반대겠다. 북한을 편드는 척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분단 상태가 지속되어야만 자신들의 존재 명분이 서기 때문이다.
막상 미군이 물러나면 북한의 위협을 느낀 대한민국 보수들이 반공으로 그들을 때려잡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모두가 미국이 있기에 안심하고 생떼를 쓰며 그 속에서 자신들의 권력을 도모해나가는 것이겠다. 그러니까 종북 세력의 최대보호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이 아닌 미국이라 하겠다.
그리고 통일이 된다면 저희들 세상이 온다든가? 분명코 북한 사람들이 남한의 좀비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부르짖는 평화란 영구 분단 대치 상태 유지에 다름 아니겠다. 북한 동포들이 독재자에 의해 쥐어 짜여 굶어죽거나 말거나! 이게 이 땅의 진보, 종북, 좌파들의 본색이겠다. 해서 짝퉁이란 거다.
어쨌든 북한 군부가 통일을 가장 겁내고 있을 게다. 해서 이들을 안심시키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민주국가에선 옛날 봉건국가처럼 군인들에게 죄를 묻지 않는다고! 그들과 가족들의 안녕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원한다면 제3국으로의 망명도 허용한다고!
그리고 주민들에게는 통일이 되면 자신들에게 뭣이 얼마나 돌아갈지 알려줘야 한다. 세끼 쌀밥은 물론 집과 땅, 직장, 자가용, 냉장고, 해외여행 자유 등등. 민주니 평등이니 참정권이니 하는 것은 뒤로 밀어두고, 실질적으로 주민 개개인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제시해서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겨야 한다.
이제까지 많은 한국의 국책 혹은 민간 기관에서 통일에 대비한 시나리오와 통일 후 북한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준비해왔지만 실제 북한 주민들의 삶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런 거창한 청사진도 당연히 준비해야겠지만 군부와 주민을 안심시킬만한 통일촉진제로서의 청사진(약속)도 제시해야 한다. 역사에서 백만 대군보다 민심을 흔드는 노래 한 소절이 더 위력적일 때도 있었다.
현대의 정치인들에게도 귀양제도를!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감옥 사는 동안 읽은 많은 독서가 큰 자산이 되었고,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 역시 독재자이자 혁명가의 딸로서 인생의 절반 가까이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 그동안 중국어도 배우고 펑유란(馮友蘭)의 《중국철학사》도 탐독할 만큼 많은 책을 읽었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 대화록을 놓고 여의도가 간만에 정치를 좀 하는 듯한 분위기다. 허나 이제까지 알려진 내용이 그대로 사실이라면 문서 공개의 적법성 여부는 별도로 처리하더라도 도무지 그냥 덮을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비록 전 대통령이고 사후라 해도 탄핵감이다.
여기에 깊이 관계한 지난 정권 핵심 인사들은 하루빨리 자리를 내놓고 봉하마을로 내려가야겠다. 극단적인 시민들이 트랙터라도 끌고 올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곳에서 묘지기하며 NLL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독서라도 하고 살았으면 싶다. 어찌 알랴, 불후의 회고록이라도 하나 나올지.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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