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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으로 그린 류현진·추신수 맞대결 한 컷


입력 2013.07.17 10:02 수정 2013.07.18 10:48        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오는 28일 다저스타디움 맞대결 유력

왼손에 약한 투타 대결 '진검승부' 기대

류현진(왼쪽)과 추신수. ⓒ 연합뉴스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경기는 편향적이다.

공격 혹은 수비의 한 상황에서만 응원이 가능한 구조라 그렇다. 하지만 적어도 28일 단 하루는 공격과 수비 모두 응원이 가능한 구조가 이뤄지게 됐다. 오는 28일 10시10분 류현진(26LA다저스)와 추신수(31신시내티)의 맞대결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던지는 LA를, 추신수가 타격하는 신시내티를 응원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승패의 의미보다는 두 선수가 잘 치고 잘 던지는 경기가 이뤄지는 게 가장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 즉, 추신수가 류현진으로부터 안타를 뽑아내고 승리는 류현진이 챙기는 식. 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시리즈다.


한국인의 날 '야구 한류' 홍보

다저스도 이런 환상의 매치업을 놓치지 않았다. 다저스는 26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신시내티와의 4연전을 '한국인의 날'로 지정, 각종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다저스 역사상 최초로 열리는 한국인 투타 맞대결을 마케팅으로 승화한 것. LA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는 다시 보기 힘든 명경기다.

다저스가 아닌 메이저리그의 한국인 투타 맞대결은 지난 2010년 7월 박찬호와 추신수의 맞대결이 마지막. 메이저리그의 최초 한국인 투타 맞대결은 2004년 4월 김선우와 최희섭의 대결이었다. 이후 박찬호-최희섭, 김병현-최희섭, 서재응-추신수 등의 맞대결이 이뤄진 바 있다.

볼거리도 다양하다. 다저스의 초청을 받은 소녀시대 써니와 태연, 티파니가 애국가 제창과 시구를 할 예정이다. 야구 맞대결만 아니라 야구 한류와 문화 한류를 동시에 홍보하는 문화 행사의 의미도 있다.


류 VS. 추 '최고의 왼손 맞대결'

둘은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와 타자다. 추신수는 부산고 시절 투수로도 활약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투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타석에 들어선다. 반면, 류현진 역시 투구 못지않은 타격감을 지녀 투타 모두에 능한 두 선수의 맞대결이라는 점이 또 다른 관심거리다.

장외 설전도 팽팽하다. 류현진은 선배인 추신수를 상대로 "초구는 등 뒤로 던지겠다"고 농을 건넸고, 추신수는 의외로 "봐 주는 것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진지하게 응수했다. 배짱이 두둑한 류현진과 진지한 추신수의 평소 성격이 잘 묻어나는 설전이다.

류현진은 7승 3패 평균자책점 3.09로 전반기를 마친 반면, 추신수는 타율 0.287 13홈런으로 전반기를 접었다. 전반기 피날레는 대조적이었다. 류현진이 애리조나전에서 승을 챙기지 못했지만 추신수는 시즌 13호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를 기록, 시즌 100안타를 채우고 깔끔한 마무리를 했다.

상승 추세의 타격감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한 추신수의 창이 일단은 날카로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의 배려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류현진의 구위도 위력적일 수 있다.

매팅리 감독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류현진을 4번째 선발 로테이션으로 돌렸다. 후반기를 20일 워싱턴과의 원정 3연전으로 시작하는 다저스는 선발 로테이션을 리키 놀라스코-잭 그레인키- 클레이튼 커쇼로 짰다.

류현진은 그 다음 3연전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첫 경기에 배정됐다. 전반기 116.2이닝을 던진 류현진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한 배려다. 류현진은 11일 애리조나전 등판 이후 무려 12일의 휴식을 갖게 된다. 특히, 후반기 원정 시리즈가 모두 류현진이 난조에 빠졌던 동부(워싱턴과 토론토) 원정이라는 점이다. 동부 원정에서 시차 적응에 애를 먹었던 류현진을 배려하는 의미도 담겨있다.


'왼손에 약한' 창과 방패

원정을 마친 후 류현진은 추신수를 홈에서 맞상대한다. 류현진 입장에서는 충분한 휴식 이후 추신수를 만나 최고의 컨디션에서 상대할 가능성이 높다. 둘의 진검승부가 기대되는 이유다.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는 왼손 투수와 타자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바로 추신수가 좌투수에 약하고 류현진은 좌타자에 약하다는 점이다. 추신수의 좌투수 상대 타율은 0.175에 불과하다. 우투수 상대 타율 0.342에 상당히 쳐진다. 류현진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0.289)이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0.230)보다 훨씬 높다.

류현진과 추신수는 단 한 차례도 공식경기에서 맞붙은 적이 없다. 추신수가 부산고를 졸업한 뒤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해 메이저리그로 진출했고, 류현진은 동산고 졸업 후 한화에서 활약했기 때문이다. 공식 경기는 없었지만 둘은 지난해 말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동시 출연한 바 있다. 모두 보라스 사단이기에 가능했던 일.

‘런닝맨’ 출연진과 팀을 짜서 대결을 펼친 둘의 최초 맞대결에서 웃은 쪽은 추신수다. 류현진의 느린 커브를 3루쪽 기습번트로 연결해 득점을 성공시킨 바 있다. 예능에선 정면 맞대결이 아닌 기습번트에 류현진이 허를 찔린 셈.

둘의 실제 맞대결에서 다시 추신수가 류현진을 상대로 기습 번트를 시도할 수도 있다. 좌완에 약한 추신수라면 류현진의 허를 한 번 더 찌를 수 있다. 다만, 이번엔 예능이 아니고 실전이라는 점이 다르다.

첫 맞대결에서 류현진이 후안 유리베에게 전진 수비를 지시한다면 류현진은 추신수에게 당한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 유리베가 전진하지 않는다면, 기관차의 빠른 발이 류현진을 한 번 더 속일 수도 있다. 왼손에 특히 약한 투수와 타자이기에 일어날 법한 맞대결 시나리오다.

이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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