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장외나선 민주당, 뚜껑 열어보니 '빈수레만 요란?'


입력 2013.08.02 17:57 수정 2013.08.02 18:03        김수정 기자

구체적 로드맵 없어 의원마다 딴소리 시작부터 삐걱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국회를 떠나 1일부터 서울시청 광장으로 나선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설익은 전략과 일정 진행으로 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혼선을 빚는 등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국가정보원(국정원) 국정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새누리당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질타, “‘국조정상화’를 위해 장외투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결의에 찬 모습으로 장외정치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또 일각에서 이번 결정을 두고 지도부가 당내 강경파에 밀려 급하게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도 극구 부인, “결코 당 내 갈등은 없다”고 일축해왔다.

그러나 민주당의 당찬 포부와는 달리 막상 뚜껑을 연 장외투쟁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민주당은 첫날부터 무단으로 서울광장에 천막당사를 설치해 서울시로부터 변상금을 무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민주당은 서울시의 결정에 즉각 수용하면서도 ‘부득이 한 사정으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항변만 늘어놓았다.

박용진 대변인은 민주당이 조례를 어기면서까지 천막당사를 설치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5일 전에 신고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는데 당시는 여야가 NLL관련 정쟁 중단을 이야기하던 때라 서울광장의 천막본부를 생각하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또 미리 조례에 따라 5일전에 신고했더라면 국회파행을 미리 준비했다는 얘기밖에 안 되기 때문에 지금은 시민 권리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불가피 상황 정도로 봐달라”고 말해 ‘장외투쟁’이 꼼꼼한 준비과정 없이 급진적으로 추진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미리 장외투쟁의 구체적인 전략 틀을 마련하지 못한 탓에 당 의원들조차 일정과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 명확하게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본 기자가 앞서 1일부터 이틀 간 서울시청 앞 천막당사를 방문한 민주당 의원들을 만날 때마다 의원들의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거나 번복됐다.

가령, 1일 오후 2시경 천막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난 최원식 민주당 의원은 “오는 2일 오전 11시에 국민과 함께하는 의원총회를 할 것”이라고 공표한 반면, 1시간 후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비공개 회의 후 가진 브리핑에서 “일부 기자 분들이 내일 오전 11시 현장 의원총회를 하는 것으로 아는데 유동적이다.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을 바꿨다.

또한 오는 3일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촛불집회에 당 의원들 참석 여부에 대해서도 미묘하게 말이 갈리고 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경우 ‘권고 사안’ 정도에 방점을 두는 반면 일부는 ‘당 의원으로서의 책임의식’을 거론해, 장외투쟁에 출석하지 않고 있는 문재인 의원 등 당 내 ‘주요 인사들의 출석’ 여부에도 의원마다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하는 실정이다.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민주당 ‘장외투쟁’, 구체적 로드맵 없어

더 큰 문제는 앞으로 행보다. 특히 장외투쟁 선포 이후 민주당은 각종 시민단체들로부터 ‘국정 개혁 촛불집회’에 함께 동참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일 오후 7시부터 장외투쟁 현장에서 시민단체 260여개 모임인 시국회의 간사단체 대표단과 만나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의지를 다졌다.

김 대표와 만난 박석운 진보연대 대표는 “오늘이 국정원 국정조사가 시작된 지 딱 한달 되는 날”이라며 “대부분의 국민들이 한달 동안 허송세월했다며 비분강개 하고 있다”면서 오는 3일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5차 국민 촛불대회를 비롯해 10일 전국에서 열리는 10만 국민촛불에도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김 대표는 “시민단체 간사들의 말씀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의견을 수렴해 지도부에서 논의하겠다”며 직접적인 참여의사를 표하는 것에는 말을 아낀 채 2일 오후 5시 현재까지도 별다른 입장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오는 10일과 14~17일에 예정된 촛불에 참가하지 않는다면 해당 시민단체와 지지 여론에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부담감과 함께 자칫 당론으로 촛불을 들 시 대선에 불복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 간과할 수 없어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노회찬 전 정의당 공동대표는 2일 이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는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노 전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현해 “새누리당에게 정상적인 국조에 협조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 국조를 이렇게 파토 낼 것인가를 선택하도록 하고 그 선택에 따라서 민주당이 갈 길도 정해져야 한다”며 “민주당이 뭔가를 두 가지 길을 놓고 고민하는 식으로 자꾸 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새누리당의 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결연한 태도가 아니면 바꿀 수가 없다”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할 수 없었다는 결론을 민주당이 생각하고 있다면 차라리 장외투쟁을 안 하는 게 낫다. (국정조사) 의지가 분명하다면 민주당이 선택할 길은 외길”이라고 충고했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김수정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