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12승, 피홈런·병살3에도 포커페이스
팀 타선 3이닝 연속 더블 플레이 속에도
묵묵하게 호투 이어가며 팀 역전승 견인
류현진(26·LA다저스)은 평소 쾌활하다.
마운드가 아닌 덕아웃에 있을 때의 류현진은 야시엘 푸이그나 A.J. 엘리스, 후안 유리베 등과 장난을 치는 등 그야말로 개구쟁이다.
그러나 마운드에 오르면 달라진다. 웃음기는 완전히 사라지고 투구 하나하나에 집중한다. 덕아웃의 장난꾸러기 모습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때문에 류현진을 일컬어 포커페이스라고도 한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호투로 이어지는 원천이 된다.
류현진의 포커페이스가 전 스승인 김인식 감독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스승으로부터 마운드에서는 결코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배운 것이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라는 정글에서 생존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포커페이스 가치는 뉴욕 메츠전에서도 빛났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서 열린 ‘2013 MLB' 뉴욕 메츠와 홈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동안 홈런 1개만 맞았을 뿐 피안타 5개와 볼넷 1개를 내주고 삼진 3개를 잡아내며 1실점 호투, 4-2 승리를 이끌었다.
26타자를 상대해 16번의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은 류현진의 호투와 팀 타선의 적절한 지원이 조화를 이루면서 시즌 12승(3패)째를 가볍게 따냈다.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 맷 하비와의 선발 맞대결 완승이라 더 값지다.
류현진은 1회초 1사후 솔로 홈런이라는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보통 선수라면 생각하지도 못했던 홈런에 흔들릴 수도 있지만 류현진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홈런을 맞은 뒤 안타를 맞긴 했지만 4번 타자를 더블 플레이로 잡아내는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흔들릴 수 있는 요인은 또 있었다. 다저스 타선이 2회말부터 4회말까지 3이닝 연속 더블 플레이로 스스로 기회를 날린 것. 보통 한 경기에서 더블 플레이가 세 차례 나오면 이기기 힘들다는 야구계의 격언을 감안했을 때, 류현진이 흔들려도 하나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특유의 대담함과 함께 팀 동료에 대한 강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다저스 타선이 3이닝 연속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리는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몫을 해냈다.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철벽의 모습을 보이면서 다저스도 5회말과 6회말 기회를 맞았고 단숨에 역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류현진이 4-1로 앞선 상황에서 맞이한 7회초 역시 안타 하나를 허용하긴 했지만 다른 타자를 봉쇄, 승리투수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
더구나 이날 경기는 클레이튼 커쇼와 함께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꼽히는 뉴욕 메츠의 에이스 맷 하비와 대결이었다. 시즌 후 류현진 등판경기를 되돌아 볼때 하이라이트가 될 만한 승부다. 에이스와 대결은 득점이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어느 한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질 경우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류현진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고 4이닝동안 잘 막아내던 하비는 5회말과 6회말에 연속 2실점하며 4실점으로 무너졌다.
류현진은 올 시즌 치른 경기를 보더라도 갑자기 와르르 무너진 경우가 한 차례도 볼 수 없었다. 그렇기에 22차례 선발 등판에서 17차례나 퀄리티 스타트를 할 수 있었고 모두 5이닝 이상 소화할 수 있었다.
다저스는 벌써부터 포스트시즌을 겨냥하고 있다. 아직 페넌트레이스 경기가 많이 남긴 했지만 큰 이변이 없다면 다저스의 디비전 시리즈 진출은 무난할 전망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류현진이라면 메이저리그 첫 시즌 포스트시즌 역시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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