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씨에만 10만건 이상의 북한 의심 글, 그냥 놔둬야 하나?
“댓글 숫자가 73개에 불과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8차례에 걸친 정치중립 지시 사실로 볼 때 조직적인 선거 개입은 억지주장에 불과하다.”
“댓글 대부분이 ‘천안함 폭침’, ‘3대 세습’ 등 북한의 왜곡된 주장과 선동을 반박하고 비판하는 내용이었던 점을 감안해도 국정원의 대북심리전 활동의 일환이었다.”
국가정보원 직원의 댓글 의혹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결국 보고서 채택없이 끝난 가운데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선 이번 사건을 ‘3.15 부정선거’에 비유하면서 장외투쟁에 이어 특검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대체적인 평가는 “이번 국정조사에서 국정원 댓글사건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면 전환을 노린 민주당과 정치적인 출세를 노린 전현직 국정원 직원이 공모한 제2의 김대업 사건으로 본질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김대업 사건’은 2002년 16대 대선 직전 민주당이 병역브로커인 김대업 씨를 앞세워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에 대해 병역의혹을 제기한 사건이다. 이로 인해 대선 판세가 크게 흔들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회창 전 후보의 두 아들의 병역의혹은 결국 거짓인 것으로 판명됐으나 이미 끝난 대선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
우선 이 사건에 대한 경찰수사 결과를 되짚어보면, 지난해 12월 경찰은 국정원 여직원의 노트북과 개인용 PC를 임의제출 받아 수사에 착수했지만 문재인·박근혜 두 대선 후보에 대한 비방이나 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경찰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국정원 여직원이 포털사이트에서 댓글·게시글은 물론 찬반클릭까지 조사하는 내용으로 수사를 확대했지만 특정 대선후보의 실명을 거론한 비방 댓글은 작성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경찰은 정부정책에 대한 언급이 포함된 국정원 직원 2명의 일부 댓글이 정치관여에 해당된다고 보고 국정원 직원 등 3명에 대해 선거법 위반이 아닌 정치관여 혐의로 결론을 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대해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정치관여 혐의 역시 경찰의 대적심리전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잘못된 수사라는 점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며 “북한과 종북세력의 대남 선전선동활동이 인터넷에서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도 국정조사에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자유민주연구학회의 세미나에서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북한은 통일전선부와 정찰총국 산하 사이버 심리전 전담부서 등에 이른바 ‘댓글팀’을 신설하고, 사이버심리공작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사이버 전담부서에는 200명이 넘는 댓글전문요원이 활동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국정조사 과정의 참고인 조사에선 DC인사이드의 김유식 대표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지금까지 10만여건에 달하는 북한발 의심글이 게재되는 실태를 고발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주문한 사실도 있다.
이와 함께 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이번 국정조사에서 해당 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정치적 편향성이 명확히 드러나면서 정치관여 혐의 역시 권 전 과장의 편향된 수사에서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청문회에서 국정원 소속 직원들은 사이버상에서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를 이간질하는 북한의 심리전 활동에 대한 정당한 업무로 일방적 정부홍보와는 구별된다는 점을 강조했고,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여직원 역시 자신의 활동이 대적심리전에 필요한 합당한 활동이었음을 설명해서 설득력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번 국정조사에서 밝혀진 사실 중에는 참여정부 때에도 국정홍보처가 전 부처를 이용해 국정에 관련된 댓글활동을 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매관매직형 정치공작 주도한 인물은 누구?
국정조사 과정에선 오히려 검찰이 CCTV 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하는 등 사건을 왜곡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경찰 대화록에서 앞뒤 문맥을 모두 잘라내고 특정 내용만 편집해 배열함으로써 마치 경찰이 불법적인 댓글을 발견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경찰 녹취록에는 A:중요한 자료에요. B:어떤 거? A:“저는 이번에 박근혜를 찍었습니다” B:작성자는 ‘서태지나’잖아? A:로그인 상태에서 봤다는 거지요라는 대화이다. 하지만 검찰의 공소자료에는 A:중요한 자료에요. B:어떤 거? A:“저는 이번에 박근혜를 찍었습니다” 부분만 기록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이 ‘서태지나’라는 아이디를 가진 일반인 네티즌의 글을 단순 열람한 것에 불과한 것을 마치 선거에 개입한 글을 직접 쓴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검찰이 의도적으로 의미를 왜곡한 부분이 이미 폭로된 가운데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선거법을 적용하되 구속영장은 청구하지 않는’ 정치적인 절충안으로 해석되는 결론을 내린 상태이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이번 사건수사의 책임자인 A검사는 극좌 운동권 출신에다 검사 임용 이후에도 주한미군철수와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는 사회진보연대를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민주당과 함께 매관매직형 정치공작을 주도한 전직 국정원 출신 인사 중 B씨는 2009년 퇴직 후 작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 예비후보(경기 시흥갑)로 등록했지만 공천에서 탈락하고, 대선기간 선거캠프에 몸담고 있었다”고 했다.
“B씨가 국정원의 동향 후배이자 승진누락으로 불만이 있는 국정원 현직 직원 C씨에게 접근해 사건을 공모한 정황도 이번 국정조사에서 집중 제기됐다”는 것이다.
B씨는 국정원 여직원 댓글사건 하루 전인 12월 10일 이 여직원의 오피스텔 주차장에 잠복한 모습이 CCTV 확인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또 같은 달 10~11일 이틀간 문재인캠프 인사 두명과 40여차례 전화통화한 사실도 알려졌다.
수서경찰서 권은희 전 수사과장이 드러낸 정치적인 편향성도 국정조사를 통해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 전 과장은 수사과정에서 ‘경찰 수뇌부의 수사축소와 외압이 있었다’는 주장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권 전 과장은 국정조사에서 국가공무원 신분으로 용납될 수 없는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냈다”면서 “권 전 과장은 수사과정에서 검색 키워드가 100개에서 4개로 줄어든 것을 수사축소와 외압의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고 지적했다.
권 전 과장은 증인신문에서 여직원의 감금 판단 여부를 묻는 질문에 “오피스텔 대치상황을 감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피해자인 국정원 직원 김씨는 “오피스텔 대치상황 당시 감금을 당해 나갈 수 없었고,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한 서울 경찰청의 분석관 14명은 이구동성으로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경찰 내 권위자로 통하는 김수미 분석관은 “키워드를 사용하는 것보다 아이디나 닉네임을 추출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며 권 전 과장의 주장과 반대되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대적심리전 활동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고도의 헌법수호 업무로 국정원의 고유임무라는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선거법 위반 결론을 내림 것을 두고 ‘짜맞추기 수사’라는 비난이 적지 않다”고 했다.
“사건의 수사 책임자가 언론플레이를 통해 수사 진행상황을 흘리고 마치 법무부의 압력이 있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한 것은 물론, 상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초유의 행태를 보였다”는 비난도 그는 이어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은 특검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국정원 개혁을 빌미로 국정 흔들기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하지만 국정조사를 통해 이미 실체가 드러난 이번 사건의 이슈화를 지속시키려 한다면 강한 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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