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직원법 등 개정하는 일명 ‘국정원 개혁 패키지 4법’ 추진
민주당이 국가정보원(국정원) 개혁에 대한 법안을 잇따라 발표하며 국정원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23일로 마무리됐지만, 국조의 핵심 증인으로 꼽아온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가 출석하지 않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증인선서를 하지 않고 위증을 하는 문제가 있었다는 등 불만이 많다. 이에 따라 이날 국조 보고서 채택도 거부했다.
당초 민주당이 목표했던 국정원 개혁을 이루지 못한 국조가 끝난 뒤 민주당은 강도 높은 장외투쟁 및 촛불집회와 특별검사제(특검) 논의 등으로 해당 기조를 지속적으로 끌고 갈 카드 몇 개를 만지작거리는 중이다. ‘법안 발의’는 그 카드 중 하나다. 국회의원의 ‘주무기’인 법안 발의 및 재·개정 권한이 ‘국정원 압박카드’로 유용하게 활용되는 것이다.
수사권 폐지,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불복종, '정보 비공개'는?
국조특위위원인 박영선 의원은 23일 국조를 마무리한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원법, 국정원직원법,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형사소송법까지 개정하는 일명 ‘국정원 개혁 패키지 4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는 ‘패키지 4법’을 통해 △대공수사권을 제외한 수사권 폐지 △직원 정치관여죄의 형량 강화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 의무 신설 △예산에 대한 감시 강화 △민간인 동향파악, 정보수집, 여론형성 금지 △기관, 언론사에 직원 상주 또는 상시출입 금지 △원장 허가 없이 국회에서 증언 및 진술 가능 △국정원 직원에 대한 연간 30시간 헌법교육 의무화 △증언 및 서류제출 거부권 폐지 △직무상 비밀로 신고된 물건에 대한 압수거부 요건 강화 등을 이루겠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이 바라는 ‘국정원 개혁 세트’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난 22일에는 국조특위 야당 측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국정원의 통신제한 조치나 통신사실 확인자료 요청과 관련, 주기적으로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토록 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 5월 국정원과 같은 정보 관장 기관이 수집 또는 작성한 정보를 원천적으로 비공개하도록 하는 현행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냈다. 그는 이 법안을 낸 이유로 ‘국민의 알 권리’를 들었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민병두 의원 또한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이 선서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진술이 허위라면 위증죄로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아울러 청문회에 채택된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 한다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본래 규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의 벌금형이다.
이외에도 민 의원은 국정원 직원이 국정원의 정치 관여 등 직무와는 무관한 사항이라고 보이는데 대해 알게 될 경우, 직무상 비밀을 누설해선 안 된다는 국정원의 비밀 엄수 예외를 허용하는 등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국정원직원법과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앞서 그는 국정원의 정치 관여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 적용 배제 및 국정원 직원이 정치 활동과 관련된 행위를 상부로부터 지시받으면 직원이 이를 거부해야 한다는 내용 등의 법안도 냈다.
이외에도 이원욱 의원이 지난 7월 국정원의 정치 개입 행위에 대한 내부 신고 의무화 및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하는 내용 등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냈다. 진성준 의원 또한 6월 △국정원의 대공 관련 직접 수사권 및 국내정보 수집권을 원칙적으로 없앰 △국정원의 명칭을 ‘통일해외정보원’으로 변경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국정원법 개정안을 냈다. 민주당 국조특위 지원단장인 진선미 의원도 국정원과 관련된 법안을 준비 중이며, 정기국회 중 발의할 예정이다.
'돈줄' 쥐고, 국회 내 국정원 개혁 특위도 구성하고...
아울러 22일 의원총회에선 국정원의 약 4000억원 규모의 예비비 예산을 없애는 내용의 ‘예산 회계에 관한 특례법’ 폐지가 당론으로 확정됐다. 보통 예비비는 긴급하게 자금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배정해놓은 예산으로 일반적으로 예비비 신청 부처는 사용 내역 증빙 제출 및 국회 결산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국정원은 특례법에 따라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민주당은 예산을 완전히 없애는 게 아닌 국회 심의에 방점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결론적으론 ‘돈줄’을 쥐고 국정원에 압박을 가하겠단 의도다.
민주당은 또 새누리당이 국정원 개혁에 공감한다면 국회 내 국정원 개혁 특위를 구성하는 형식의 국회 주도의 국정원 개혁을 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국정원에 주문한 국정원 내부 개혁에 중점을 두고, 8월 말 국정원 자체 개혁안이 나오면 국회 정보위원회 차원에서 개혁 방안을 논의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여당 일각에선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민 의원은 2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같이 당내에서 국정원 개혁에 대한 법안 등이 빗발치는 것과 관련, “국정원에 대해 압박을 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지속적인 법안 발의를 통해 국정원 개혁에 대한)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압박의 강도를 더 높이기 위해 현재까지 발의된 법안들을 한데 묶어 당론으로 추진하는데 대해선 “국정원 개혁 국면으로 넘어가면 그때 가서 해야 할 얘기”라고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새누리당까지 본격적인 국정원 개혁 국면으로 들어와 당 대 당으로 논의 테이블이 마련돼야 당론 결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원내대표단을 통해 당론 발의를 하는 경우가 가끔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의원들의 개별 입법 활동이 제약받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측 특위위원들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을 ‘위증죄’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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