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박 대통령, 민주당 몽니에 맞설 해법은?
세제개편안 등 핵심 법안 발목 잡혀 난감
취임후 첫 결산국회 정치력 발휘여부 관심
후반기 국정운영을 둘러싼 박근혜 대통령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경제 활성화, 민생 공약 입법을 위해 국회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국가정보원 사태 해결만을 고집하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2014년도 예산안 밑그림에 대해선 새누리당 내 반발기류도 만만치 않다.
박 대통령은 러시아·베트남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 11일부터 곧바로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 대통령은 추석연휴 중에도 해외 순방과 대통령·여야 대표 간 3자회담 등으로 챙기지 못했던 경제, 민생 현안들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업무에만 치중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최근 근황과 관련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모든 관심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민생 회복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와 별개로 대내외 정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9월 국회 정기회가 개회했지만, 민생·경제 관련 법안 논의는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여야 간 입장차가 큰 쟁점법안에 대해선 민주당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국회 처리가 불투명하다.
특히 민주당은 23일 당 의원총회에서 정기국회 참여를 통해 원내투쟁을 강화키로 합의했으나, 기존 서울시청 앞 천막당사를 거점으로 한 장외투쟁도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론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철회하지 않은 만큼, 9월 정기국회도 지난 국회와 마찬가지로 순항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제개편안, 주택시장 활성화 법안 처리도 미지수
새 정부가 후반기에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세제개편과 주택시장 활성화다. 특히 세제개편은 박 대통령이 공약한 복지정책 재원 마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8일 소득공제를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꾸고, 부가가치세 감면 대상을 축소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중산층 증세 논란으로 박 대통령은 개편안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고, 정부는 지난달 13일 세 부담 증가 하한선을 3450만 원에서 5500만 원으로 조정한 수정안을 내놨다.
새누리당은 정부의 수정안을 합리적 대안이라 보고 조속히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반면 민주당은 근본적인 부자감세 철회를 주장하며 개편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대안으로 대기업 법인세율을 인상하고, 소득세 최고세율 38% 적용 구간을 1억5000만 원까지 확대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의 입장은 확고하다. 4.1 부동산 대책과 8.28 전월세 대책의 핵심인 취득세율 인하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는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다. 또 취득세 증발로 인한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에 대한 대책도 촉구하고 있다.
오히려 민주당은 ‘전·월세 대책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정부 정책 방향과 상반되는 전월세상한제와 자동계약갱신청구권 보장, 임대주택 대폭 확대 등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정부가 양보하지 않는 이상, 민주당이 정부가 내놓은 대책 원안에 순순히 협조할 리 만무하다.
민주당, 정부 경제활성화에 경제민주화 맞불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활성화 정책도 민주당의 경제민주화 입법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상반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개정안,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프랜차이즈법) 개정안 등 상당수의 경제민주화 법안이 처리된 만큼 후반기에는 경제활성화 입법에 주력한다는 방침이지만, 민주당은 보다 강도 높은 기업 규제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경제활성화 법안 중 핵심은 지주회사가 외국 기업과 합자로 증손회사를 세울 경우 지주회사의 의무지분율을 기존 100%에서 50%로 낮추는 내용의 외국인투자촉진법이다. 외국 회사의 국내 투자를 활성화해 경제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하지만 이 법안은 지난 6월 국회 임시회에서 민주당의 반대에 막혀 처리가 무산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3자회담에서 해당 법안의 처리를 촉구했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오히려 이를 대기업 편들기로 규정하며 경제민주화로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여기에 고용창출력이 큰 서비스산업을 키우는 서비스산업 발전기본법, 코넥스(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들도 야당의 반대로 처리가 불투명하다.
반대로 정부가 입법 예고한 상법 개정안의 경우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 반대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소주주 보호와 대주주 견제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논의가 시작된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선출 할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해당 법안들의 연내 처리가 무산될 경우 투자 활성화, 고용률 70% 달성 등 정부의 국정운영 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소통 끊긴 청·야, 제2의 정부조직법 사태 우려도
가장 큰 문제는 청와대와 제1야당인 민주당 간 소통이 사실상 단절됐다는 점이다. 현재 입법 논의는 당정이 먼저 합의한 내용을 두고 여야가 협의하는 식으로 돌아간다. 여야 간 협의가 틀어지면 다시 당정 협의를 거쳐 법안을 조정하고, 이를 두고 여야가 재협의하는 방식이다.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엔 52일 동안 새 정부 출범을 막았던 제2의 정부조직법 사태가 올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와 야당 간 직접협의가 아닌, 여당이 청와대와 야당을 중재하는 간접협의가 지속될 경우 청와대와 야당은 각자의 방침만 고수할 소지가 크다. 정부조직법 역시 이 같은 구조 속에 52일 간 상임위를 계류했다.
여기에 민주당이 정부조직법 처리 때처럼 쟁점법안들에 대해 안건조정위원회를 설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건조정위가 설치되면 최장 3개월 간 해당 법안의 상정이 불가능하다. 결국 후반기 국정운영의 키를 쥔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투쟁으로 방향을 잡을 경우 정부의 정상적인 작동은 어려워진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정부·여당에 대해 거친 독설을 쏟아내면서 강경투쟁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 대표는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고교무상교육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정책들을 모두 뒤집어 놓고 무슨 민생을 챙기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입술로는 민생을 걱정하면서 실제로는 민생을 옥죄는 정부여당에게 기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우선 원내투쟁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단언컨대, 국회의원은 어떤 경우에도 국회에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 야당 국회의원의 원내투쟁은 특권이자 의무”라면서 당내 의원들에게 장외투쟁과 더불어 원내투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