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발목잡기에 '손질' 필요성 느끼면서도 입법 주체라 조심조심
국회 내 몸싸움 방지와 다수당의 법안 강행 처리 차단을 골자로 한 국회선진화법(선진화법)을 두고 여야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은 해당 법을 지난해 4.11총선 공약으로까지 제시했던 새누리당이 다수당만의 법안 처리가 어려워지자 지금에 와선 위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위해 야당의 도움이 필요한 법의 특징을 악용, 국회의 법안 처리 기능을 마비시킨다며 맞서는 중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 “선진화법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않느냐는 말이 나온다”며 “우리 원내지도부로선 때로는 너무 힘들고, 어떤 때는 강경한 야당에 부딪혀 무력감마저 느낄 듯하다”고 말했다. 선진화법으로 인한 여당의 고충을 밝히며 야당의 협조를 에둘러 압박한 것이다.
다만 그는 선진화법 탄생을 주도했던 인사 중 한 명인만큼 법의 계승과 발전을 강조하면서 야당을 달래려는 모습을 보였다. 황 대표는 “선진국회의 꿈과 여야의 원숙한 의회민주주의 성취 능력에 대한 신뢰를 터 잡아 18대 국회에서 어렵사리 태어난 법”이라며 “혁명적 변화를 가져온 새 정치의 상징적 법을 계승·발전시키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어 “양당은 상호존중하는 마음으로 성급한 속단이나 지나친 공격성 발언을 삼가는 게 어떻겠느냐는 생각”이라며 “야당도 역지사지하면 집권 여당이 장벽으로 보이고, 나름대로 무력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해당 법안의 위헌 여부를 검토하는 것을 겨냥해 거칠게 반응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24시간 비상국회운영본부회의에서 “새누리당은 난데없이 선진화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심지어 위헌 소송까지 나오는데 참으로 코미디”라면서 “지레 겁먹은 건지, 날치기 본능이 꿈틀대는지 어느 쪽이든 선진화법 후퇴는 국회를 후진화시키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이어 “야당이 주장하는 법들을 함께 처리한다면 선진화법은 (국회 운영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고, 오히려 국회를 선진적으로 운영하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며 “국회를 후진화 하려는 새누리당의 음모를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 아무리 반대하고, 꼼수를 부려도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입법을 관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경필 "나쁜 전략" vs 원혜영 "일방적 독주"
아울러 해당 법의 논의 및 처리를 주도했던 인사들이 나섰다. 새누리당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 소속 의원들 중 남경필 의원과 민주당 ‘민주적 국회운영 모임’ 소속 원혜영 의원 등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각각 상대 당을 비판했다.
남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야당 지도부에 간곡히 부탁드린다”면서 “선진화법을 국회 정상화 이후 여당을 향한 투쟁의 전술로 악용하는 것은 당시 (선진화법의) 철학을 이해하지 못한 정치철학의 부재이며,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나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은) 이런 얕은 철학과 술수로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도 했다.
남 의원은 그러면서 “국회 등원 결정 이후 민주당의 지지가 반등하고 있다. 국민의 바람이 어디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러한 때 선진화법을 악용해 국회를 마비시킨다면 국민의 야당에 대한 지지는 철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 야당은 투쟁 도구가 없어 바깥으로 뛰어나가 국회를 마비시키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며 “야당이 이런 식으로 투쟁하면 (여당이) 아무것도 못한다는 걸 국민도 알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뒤이어 원 의원과 김동철·김성곤·김영환·김진표 의원 등이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남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들은 “정기국회를 앞두고 또다시 ‘위헌’ 운운하며 선진화법을 손보겠다고 하는 것은 정쟁과 몸싸움의 과거 국회로 되돌아가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야당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독주하겠다는 다른 표현일 뿐”이라고 맞섰다.
이들은 이어 “선진화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국회가 마비되거나 제 역할을 못한 적이 없다. 오히려 선진화법 때문에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정부조직법의 합의처리가 가능했다”며 “만일 선진화법이 없었다면 새누리당은 일방 처리했을 것이고, 19대 국회 역시 몸싸움으로 시작됐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들은 또 “선진화법은 정부여당을 공격하는 무기가 아니다. ‘민주’와 ‘민생’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시급하고 필요한 민생법안이라면 민주당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정부여당이 야당을 존중하고, 야당과 소통한다면 선진화법을 악용해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남 의원은 선진화법의 보완 필요성에 대해 “당 지도부와도 대화를 해볼 것이고, 이 문제는 야당과의 협의를 통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그쪽과도 논의를 해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현재 새누리당은 권성동·경대수·김진태 의원 등 당내 변호사 의원들을 중심으로 선진화법의 위헌 여부 등을 검토하는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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