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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3연패' 류중일 감독 우는 소리의 울림


입력 2013.10.05 09:23 수정 2013.10.06 12:04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우승 티셔츠·모자 받고 기념사진 찍는 게 전부”

한국시리즈 밀려 정규시즌 우승 가치 폄하 아쉬움 토로

삼성 류중일 감독. ⓒ 삼성 라이온즈

삼성 라이온즈의 정규시즌 3연패를 이끈 류중일 감독은 지난 3일 뜻밖의 말을 했다.

전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짓고 축하하는 자리에서 "왠지 서글픈 기분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정규시즌 보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더 인정해주는 분위기 때문이다.

류중일 감독은 "정규시즌 우승을 해도 그냥 티셔츠와 모자받고 사진 찍는 게 전부였다"며 "정규시즌 우승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지면 2위가 돼버린다. 남들은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건 좀 아닌 것 같더라"며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류중일 감독 지적처럼 포스트시즌이 오히려 정규시즌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있어왔다. 야구뿐 아니라 포스트시즌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프로 스포츠들이 안고 있는 공통적인 딜레마다.

정규시즌 우승팀은 진정한 챔피언이라기보다는 그저 챔피언결정전에 먼저 직행하는 승률 1위팀 정도로 취급받는 게 현실이다. 한국프로야구(KBO)의 '역대 기록실' 목록에서도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정규시즌 우승팀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

야구는 다른 단체 종목에 비해 경기수도 월등히 많고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야구 다음으로 경기수가 많은 프로농구도 54경기로 프로야구(128경기)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축구는 2011년까지 정규시즌 외에 별도의 6강 플레이오프 제도와 챔피언결정전을 시행하다가 지난해부터 정규리그 성적만으로 우승팀을 가리고 있다.

한국보다 프로야구가 활성화된 미국과 일본도 포스트시즌 제도가 오래 전부터 정착돼왔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경우 양대 리그 혹은 각 지구 제도가 정착돼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포스트시즌은 각 리그나 지구별 우승팀들이 자웅을 가리는 일종의 '왕중왕전' 성격이 짙고 정규시즌 우승은 우승대로 인정을 받는 분위기다. 반면, 한국은 단일 리그제 하에서 또다시 단기 토너먼트로 우열을 가리는 일종의 옥상옥 시스템에 가깝다.

물론 그동안 정규시즌 우승팀이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는 경우가 월등히 많았기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프로야구가 1989년부터 전후기제가 폐지되고 단일 시즌이 도입된 이후 한시적으로 양대 리그가 운영된 1999·2000 시즌을 제외하면, 페넌트레이스 승률 1위팀이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경우는 22번 중 19번이나 된다. 약 86.4%의 높은 확률이다. 2002년 이후로는 11년 연속 정규시즌 1위=한국시리즈 우승의 공식이 이어져오고 있다.

하지만 정규시즌 우승팀이 정작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놓친 마지막 사례가 바로 삼성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삼성은 2001년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고도 3위에 그친 두산에 한국시리즈에서 2승 4패로 무너졌다. 류중일 감독은 코치로서 당시의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한국시리즈의 위상과 가치를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정규시즌 우승팀을 경시하는 분위기는 시정돼야 할 필요가 있다.

삼성의 정규시즌 3연패는 KBO 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한 번의 우승도 쉽지 않은데 정규시즌을 세 번이나 연속 제패했다는 것은 단기전인 한국시리즈를 연속 우승하는 것보다 더욱 어려운 성취다. 한국야구가 구단 숫자가 더 늘어나고 양대 리그제가 도입되지 않는 한 풀리지 않을 난제인지도 모른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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