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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귀환' 예우 손학규, 사실상 대선출정식?


입력 2013.10.08 22:51 수정 2013.10.08 23:10        조소영 / 이슬기 기자

8일 동아시아미래재단 7주년 기념식 안철수도 참석 2시간 자리지켜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8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7주년 기념식에서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렇게 좋아요? 아, 선거도 아닌데 뭘 그리….”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이 같이 말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해당 재단은 손 고문의 싱크탱크다. 이날 행사장은 손 고문의 지지자들로 북적였고, 손 고문의 주변에선 박수소리와 함성소리가 끊이지 않아 마치 그의 대선출정식을 연상하게 했다. ‘왕의 귀환’과 같은 분위기였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과 친손계(친손학규계)인 김유정 전 의원, 이낙연 의원 및 양승조 최고위원 등도 분위기를 북돋았다. 특히 양 최고위원은 참석자들을 향해 “손 고문이 오셔서 얼마나 든든한가”라며 “여러분도 마찬가지로 든든하고 힘이 난다고 생각한다면 손 고문에게 커다란 박수와 함성을 달라”며 호응을 유도했다. 곳곳에서 우렁찬 박수가 터졌다.

손 고문도 ‘대선출정식’ 분위기에 걸맞은 인사말을 준비했다. 지난 1월 독일로 떠난 뒤 8개월여 만에 갖는 첫 공식일정에서 손 고문은 첫 일성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내가)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우리 정치가 푸근한 정치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며 “요즘 메르켈(독일 총리)과 박 대통령을 비교하고 그런 게 꽤 유행인 모양인데…메르켈은 독일국민에게 수더분한 아줌마 같은 느낌인 것 같다. 그래서 ‘무티’라고 한단다. 독일말로 ‘엄마’라는 뜻”이라고 운을 뗐다.

손 고문은 이어 “‘무티리더십’, ‘무티메르켈’이라고 말한다. 안아주고 수더분한 엄마의 리더십”이라며 “그래서 메르켈이 야당의 정책을 뺏고, 녹색당의 원전폐기정책을 뺏고, 사민당의 육아보조금 정책을 가져가고, 그래서 야당이 이슈가 없는 선거를 해도 사람들이 그렇게 욕을 안하더라”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면서 “메르켈 같으면 백일접시에 뭐 하나 올려 돌리는 것처럼 그런 기분인데 이건 뭐 갖고 가서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야당이 줄곧 주장해온 복지정책 등을 대선 당시 활용한 뒤 당선 후에는 제대로 된 정책으로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일침이다.

그는 또 독일 기민당과 사민당 간 연정논의와 증세논쟁이 서로 간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형식에서 타협되는 예시를 언급한 뒤 “통합에는 반드시 내 것을 좀 내주는 게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 고문은 “내 것을 떼어줄 때 통합이 된다. 그래서 관용의 정치를 얘기하는 것”이라며 “나는 우리 대통령이 야당대표(김한길)가 저렇게 길거리서 노숙자 옷을 입고 고생하는데 뭐 좀 떼어주지,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지(하는) 통합의 정치가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정보원(국정원) 문제에 대한 야당의 핵심 요구사항들을 받아들이라는 압박을 한 것이다.

야당 향해 "국민은 네거티브 피곤해"

앞서 손 고문은 이날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 재단 직속 동아시아미래연구소 창립 심포지엄에 참석해서도 기조연설을 통해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일에서 귀국 후 경기 화성지역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한뒤 첫 공식 행보에 나선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8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연구소 창립기념 심포지엄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독일에서 귀국 후 첫 공식 행보에 나선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8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연구소 창립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는 “통합은 용광로에 새로운 힘을 녹여 만들어 미래로 나아가는 역동적 에너지”라며 “이것이 내가 독일에서 보고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근 논란이 됐던 기초노령연금 및 국민연금 등과 복지국가의 당위성을 언급하면서 “국민이 편안한 나라는 그 자체로 막강한 힘을 갖는다. 국가가 나의 삶에 도움을 준다는 믿음이 사회적 생산을 높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것이 바로 정의와 번영이 함께 이루어지는 나라”라며 “이렇게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통합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손 고문은 이날 야당을 향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사람이 제일 어려운 것은 남의 눈으로 나를 보는 것이다. 나도 국민의 눈으로 보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게 쉬운 일인가”라며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내 지지세력과 기반에만 눈을 돌려선 안 된다. 이번에 (독일 총선에서) 사민당도 처음에는 네거티브를 하다가 물러섰다. 하다 보니 자기네도 네거티브에 걸려있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하지만) 그 전에 그 자체로 점수가 이미 까졌다. 메르켈은 그런 비난을 안했다”며 “국민은 이게(네거티브) 피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8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편, 이날 관심을 끌었던 손 고문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 간 만남은 특별한 상황 없이 마무리됐다.

검은 정장에 노타이 차림을 한 안 의원은 행사 초반 역사어린이합창단의 기념공연 중 행사장으로 들어서 손 고문과 악수를 나눈 뒤 손 고문과는 다소 떨어진 좌석에 착석했다. 이후 안 의원은 2시간여 동안 행사를 지켜본 뒤 빠져나갔다. 손 고문의 인사말이 끝난 직후였다.

앞서 안 의원은 축사를 통해 “시기적절하게 독일에 갔다 와 많은 것을 깨닫고 온 손 고문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면서 “국가가 나아갈 방향과 시행착오, 정치인의 리더십 등 현장에서 보고 온 지혜를 많이 나눠주고, 이 위기상황에서 좋은 영향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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