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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늘려라' 고개 든 충청, 볼 멘 호남, 느긋 영남


입력 2013.11.14 09:33 수정 2013.11.15 12:19        조성완 기자

"인구 격차 비해 의석수 적다" 선거구 획정 목소리

새누리당 호남권 "후안무치" 영남권 "지켜봐야..."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이 1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충청권 선거구 증설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새누리당 소속 충청권 의원들이 선거구 재획정을 공론화시키면서 당내 분위기도 지역별로 엇갈리고 있다. 당장 의석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큰 호남권에서는 “후안무치한 일”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한 반면, 영남권에서는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충청권 의원들은 12일 충청 인구가 호남을 앞지른 만큼 선거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충청 의석은 25개로 호남(30개)보다 5석이 적다. 인구는 지난 8월을 기점으로 이미 호남에 앞서고 있다. 격차는 앞으로 점점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충청의 의석수를 늘리기 위한 가장 1차적인 방법은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현재 전체 300석인 의석수 자체를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9대 총선에서 단 1석을 늘리는 데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것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는 힘들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결국 차선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타 지역의 의석수를 줄이는 것이다. 실제 충청권 의원들도 이를 감안한 듯 표의 등가성을 전제로 선거구 재획정을 주장하고 있다.

대전의 경우 지난 9월 기준 인구는 153만여명으로 국내 총인구(5109만 8000여명)의 3%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246석의 지역구 의석 중 단 6석(2.4%)만이 배정돼 있어 타 광역시들에 비해 표의 등가성에 위배되고 있다. 충북과 충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반면 전북과 전남은 인구 대비 의석수가 타 지역보다 현저히 높은 가치를 기록하고 있다. 충청권 의원들이 호남지역 의석 조정을 주장한 것은 이 같은 논리가 바탕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당내 호남 인사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선거구 재획정 문제는 단순히 인구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유수택 최고위원은 1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등가성이나 평등의 원칙 등 충청권 의원들이 하는 말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면서도 “수십년 동안 그런 현상이 있어왔는데, 물론 선거구 개편, 국회의원 정수 조정 등은 호남의 어려운 여러 정치적 상황을 심층 고려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최고위원은 “충청도는 세종특별자치시가 있고, 오송단지와 대덕연구단지 등은 물론이고 중앙부처까지 이전해가면서 많은 배려가 있었다”며 “그렇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야지 거기서 하나 더 요구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옳지 않다. 후안무치한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영남권 “어차피 제20대 총선에서 재획정은 이뤄져...지금은 지켜봐야 할 때”

상대적으로 영남권 의원들은 충청권 야당 의원들로부터 공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느긋한 분위기다. 매번 총선 때마다 선거구 재획정은 이뤄졌기 때문에 지켜봐야 된다는 것이다.

앞서 11일 민주당 소속 충청권 의원들은 전병헌 원내대표를 만나 충청권 선거구 재획정을 요구했다. 이는 ‘충남 대 호남’의 대립구도를 피하면서 동시에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의 의석수를 줄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인구와 지리적 조건, 행정구역 등을 감안해서 해야 될 문제”라면서 “어차피 다음 총선이 다가오면 선거구 재획정 문제가 거론될 것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야당에서도) 당장은 영남지역 의석을 두고 공격을 하겠지만 일단 지켜봐야 한다”며 “호남 문제도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 결정 등 (선거구 재획정까지는) 여러 가지 복잡한 과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재획정 문제가 단순히 ‘의석수 조정’만이 아닌 총선과 대선을 노린 충청권의 정치적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지성향이 양분된 영호남과 달리 중원지역인 충청권에서 의석이 늘어나면 그만큼 충청권 의원들의 당내 세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충청을 잡아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목소리가 충청권에서 빈번하게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선거구 재획정 주장은 단순히 의석수를 늘리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포석을 깔아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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