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 한화' 이용규…FA 홍현우 잔혹사 덮을까
KIA 떠나 한화와 4년 67억 FA 계약
부상 근거로 과거 홍현우 사례도 제시
국가대표 리드오프 이용규(28)가 KIA를 떠나 한화 이글스로 둥지를 옮겼다.
이용규는 원소속팀 KIA와의 우선협상기간이 끝난 지 몇 시간 뒤인 17일 오전, 한화와 계약기간 4년에 계약금 32억 원, 연봉 7억 원, 옵션 7억 원 등 총액 67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강민호(롯데)의 4년 총액 75억 원, 이날 함께 한화로 이적한 정근우의 4년 총액 70억 원에 이어 역대 FA 3번째 고액 계약이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액수”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하지만, 선수 수급이 급한 한화 입장에서는 무리수를 던져서라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05년 이대형에 밀려 LG에서 KIA로 트레이드 됐던 이용규는 이적 당시만 해도 주목 받지 못했다. 아마 시절 유명세를 떨친 거물급 타자도 아니었고, 신체조건 역시 왜소해 큰 기대를 모으지 못했다. 리그 상위권 톱타자들에 비해 발이 빠른 것도 아니었고, 선구안 역시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KIA에 합류하기 무섭게 이용규는 대반전을 일으킨다. 특유의 근성을 바탕으로 공수주에서 맹활약을 나타냈다. 밀어치기를 특화시켜 안타제조기로 거듭났고, 후에는 당겨 치는 기술까지 갖췄다. 선구안의 약점은 ‘용규놀이’로 불리는 커트 기술로 상쇄시킨 지 오래다. 최다안타(2006년) 득점(2012년) 도루(2012년) 타이틀 획득은 물론 골든글러브 3회(2006년, 2011년, 2012년) 등 상복도 터졌다.
무엇보다 이용규를 빛나게 하는 것은 ‘국가대표 1번 타자’라는 수식어다. 이종범-이병규-김동주-이대호 등처럼 국제무대에서 눈부신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로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한일전 등 중요한 경기에서는 존재감이 빛을 발하며 ‘국가대표 1번=이용규’라는 이미지까지 각인시켰다.
그런 이용규는 이번 FA 시장에서 외야수-톱타자 최대어로 분류됐다. 이대형과는 커리어에서 차이가 크고, 이종욱과 비교했을 때는 나이에서 앞섰다. KIA 역시 이용규의 공헌도를 인정해 60억 원 안팎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지만 끝내 이용규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어쨌든 이용규는 KIA를 등지고 한화라는 새로운 팀에 거액을 받고 건너갔다. 그만큼 한화에 기여하는 것이 당면과제다. 계약기간 제몫을 못할 경우, 엄청난 비난과 야유에 몸서리 칠 수도 있다.
이용규(1985년생)는 함께 한화로 이적한 정근우(1982년생)보다 젊다. 하지만 더 불안하다. 지난 9월 왼쪽 어깨 수술을 받아 재활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회복까지는 약 9개월 소요된다는 진단도 받은 상태다. 정상적인 동계훈련은 물론 시즌 초반 결장도 불가피하다. 수술 후 예전과 같은 몸 상태로 나선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다른 타자들의 사례에서도 드러나듯 쉽지만은 않다.
일각에서는 “이용규가 홍현우(은퇴)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이종범과 타이거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홍현우는 공수주 겸비한 전천후 야수로서 FA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빠른 발에 홈런 생산능력도 뛰어나 현재의 이용규와 비교해도 가치가 훨씬 높았다.
그런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2000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조건인 4년 18억 원을 기록하며 LG에 건너갔다. 하지만 이렇다 할 활약 없이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잦은 부상과 그로인한 수술과 재활 등으로 갑자기 무너진 몸 상태 탓이다. 이용규와 홍현우가 벌써부터 비교되는 것이 KIA 팬들의 서운함 속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실리를 택한 이용규가 한화의 탈꼴찌를 주도하는 맹활약으로 홍현우 사례를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덮어버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