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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도 퍼뜨리는 '한국의 정'


입력 2013.11.29 17:07 수정 2013.11.30 15:14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한국 특유의 정 문화에 유럽선수들 매료

맛보면 잊지 못해..한국 그리워하는 스타들

퍼디낸드(왼쪽)은 한국의 정을 잊지 못하는 대표적인 스타다. 하하, 이광수와 함께 인증샷을 찍은 퍼디낸드. ⓒ 하하 트위터

정(情)은 한국인의 고유한 정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간판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는 박지성을 통해 한국인 정을 경험했다.

퍼디낸드는 지난 2010년 트위터에서 “박지성이 자신에게 온 소포 선물과자를 맨유 동료에게 나눠줬다”며 “그의 행동이 생소했지만, 곧 한국인 특유의 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놀랐다. 이어 “루니와 나는 박지성이 준 초코과자를 정신없이 먹어치웠다. 영국 웨건힐즈와 비슷한 맛이 나는 한국산 파이에 매료됐다”고 극찬한 바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중년배우 김갑수도 당시 맨유 퍼거슨 감독(은퇴) 앞으로 “글로벌 제자들과 다과회를 열라”며 초코과자 수십 상자를 보내기도 했다.

한국인 정을 경험한 퍼디낸드는 유럽에 진출한 태극전사를 눈여겨보고 있다. 국내 팬들과 SNS 소통을 통해 "이청용은 당장 빅 클럽에 갈 재능" "기성용 별명은 기라드" "맨유도 손흥민에 관심이 있다"는 다양한 소식도 꿰차고 있다. 또 지난 8월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3-2 역전승을 이끈 김보경(카디프시티)에 대해선 트위터로 “내가 말했지? 한국에서 온 유망한 선수야. 미스터 킴의 드리블은 놀라워”라고 극찬한 바 있다. 퍼디낸드식 정 전파였다.

박지성에게 정을 받고 응용해 베풀거나 전파한 선수는 퍼디낸드만이 아니다. 파트리스 에브라, 뤼트 판니스텔루이 등도 있다. 에브라는 지난 25일 카디프시티-맨유전(2-2 무)에서 동점골을 넣은 ‘적군’ 김보경에게 다가가 손을 맞잡으며 축하해줬다. 에브라는 또 박지성 자선경기에 참가하고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바 있다.

네덜란드 축구영웅 판니스텔루이도 최근 박지성(PSV에인트호벤) ‘부활’을 진심으로 반겼다. 2013-14시즌 에레디비지에 4라운드 에인트호벤-헤라클레스전에서 박지성이 후반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자, 판니스텔루이는 실시간 트위터로 “지성박!!!!”을 외치며 환호했다.‘느낌표 4개’까지 찍은 판니스텔루이의 박지성 짝사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영국을 방문했을 당시 박지성과 함께 한 사진을 공개하면서 “영원한 벗, 정감 있고 인격적으로 훌륭한 친구”라는 글을 남겼다.

일본 전현직 국가대표 미우라 카즈요시, 마츠이 다이스케, 엔도 야스히토 등도 박지성과 안부를 주고받는 등 매우 친하다. ‘사무적 관계’가 빈번한 일본 J리그 출신 슈퍼스타조차 박지성의 정(情)에 매료된 셈이다. 특히 미우라는 박지성 자선경기에 자주 출전할 정도로 우애가 깊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티에리 앙리의 ‘무한도전 짝사랑’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앙리는 박지성과 한 팀에 소속된 적 없지만 한국에서 ‘젠틀맨’ 유재석을 경험했다. 앙리는 지난 2007년 유재석이 진행하는 ‘무한도전(MBC)’에 출연해 유쾌하게 즐기고 갔다. 당시 앙리는 유재석과 노홍철, 박명수 등을 가리켜 “너희들 친구냐? 나도 끼워줘. 학창시절 친구들이 생각난다”고 즐거워했다. 이어 방송이 끝난 후 “한국인의 뜨거운 정과 배려에 감사하다. 다시 한 번 ‘무한도전’에 출연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13년 앙리는 “내 인생 중 가장 흥미로운 시간이었다”고 회상하며 국내 언론을 통해 재차 ‘무한도전’ 출연 의사를 전달했다. 앙리의 발언은 의미가 깊다. 앙리는 미국 토크쇼·중국 연예 등 수많은 국제방송에 출연했지만, 재출연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 유일하게 한국 예능 ‘무한도전’만이 그의 머릿속에 선명히 각인돼 있다.

이는 일본 방송과도 비교된다. 지난 2004년 데이비드 베컴과 호세 마리아 구티가 일본 예능 ‘스마스마(후지TV)’에 출연했지만, 시종일관 적막이 감돌았다. 스맙 멤버(나카이, 기무라, 고로, 츠요시, 싱고)의 ‘일본식 5차원 개그’에 베컴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고, 구티는 난해한 표정의 연속이었다. 또 호나우딩요 스마스마 편에선 츠요시(초난강)가 호나우딩요의 튀어나온 앞니를 부각한 분장으로 나타나 호나우딩요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반면, 앙리는 ‘무한도전’의 대중적 유머감각과 초대 손님을 섬세하게 배려한 유재석의 깊은 정(情)에 매료됐다.

한국인 정에 취한 이들은 선수뿐만이 아니다. 거스 히딩크, 세뇰 귀네슈 등 세계적인 지도자도 한국을 잊지 못한다. 3년간(2007~09) FC서울을 이끌었던 귀네슈는 지난 2009년 고별기자회견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서울 사령탑 취임식 이틀 전 한국을 찾았을 때 몹시 추웠다. 매서운 한파 속 공항까지 마중 나운 한국 팬들의 정(情)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며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다시 돌아오겠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귀네슈는 그해 11월 FC서울 제자들의 뜨거운 배웅 속 터키행 비행기에 올랐다.

‘귀네슈의 조국’ 터키 또한 2002 한일월드컵 3-4위전서 보여준 한국인 정에 여전히 취해있다. 월드컵 직후 터키 명문 트라브존스포르로 이적한 이을용은 터키 국민의 환대에 몸 둘 바 몰랐다. 당시 터키 공항에 내리자마자 구름처럼 몰려온 터키 축구팬들이 이을용을 무등 태워 공항 한 바퀴를 돌았다. 그리고 지금, 분야가 다른 여자배구에서 김연경(페네르바체)이 터키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맨유 동료에게 과자를 나눠준 박지성, 국제 신사 유재석, 귀네슈를 배웅한 FC서울 제자들 등, 이들 덕분에 한국인 ‘정’이 유럽 축구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김보경을 진심으로 축하한 에브라와 퍼디낸드의 정, ‘무한도전’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앙리의 정이 훈훈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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