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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예고편?’ 제2의 검은파도 예보


입력 2013.11.30 09:26 수정 2013.11.30 17:34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2014 시즌 후 계약만료 6명..연쇄적 감독 교체?

감독 권위 약화, 어설픈 프런트 야구 득세 우려

27일 전격 경질된 김진욱 감독. ⓒ 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김진욱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은 야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올 시즌이 막 끝났을 때만 해도 9개 구단 중 공식적으로 감독교체를 선언한 구단은 없었다. 올해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감독이 한 명도 없었고, 경질설이 나돌던 감독들도 일찌감치 재신임 받으며 모처럼 올 겨울에는 감독 교체 없는 스토브리그를 맞이하는 듯했다.

하지만 김진욱 감독이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 실패의 책임을 지고 끝내 지휘봉을 빼앗기면서 다시 한 번 프로스포츠 세계의 비정한 생리를 실감하게 하고 있다. 준우승을 차지한 감독마저 계약기간을 보장받지 못할 만큼 현재 야구계에서 감독들의 입지가 불안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프로야구계에 소문을 돌고 있는 '제2의 감독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 두 번째는 프런트 야구의 득세다.

김진욱 감독의 경질은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첫 테이프를 끊으며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 이미 2014시즌 또 감독교체의 광풍이 프로야구를 강타할 것이라는 예상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지난 2010년에서 2012년까지 2시즌 사이에 신생팀 NC를 제외한 프로야구 8개 구단의 감독이 모두 교체되는 대혼란을 겪었다. 오랫동안 한 팀에서 근속하는 장수 감독들이 사라졌고 초보 감독들이 약진이 최근 프로야구의 두드러진 현상이었다.

특히, 2014년에는 계약이 만료되는 감독들이 유독 많다. 이미 경질된 김진욱 감독을 제외하고도 SK 이만수 감독, KIA 선동열 감독, LG 김기태 감독, 한화 김응용 감독, NC 김경문 감독까지 무려 6명에 이른다.

이중 올해 4강 진출 실패로 입지가 크게 좁아진 이만수와 선동열, 김응용 감독은 당장 다음 시즌 가시적인 성과물을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다. 올 시즌 선전으로 호평을 받은 김기태-김경문 감독도 다음 시즌에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장담할 수 없다. 반드시 경질이 아니더라도 계약만료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별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2015시즌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김시진-염경엽 감독 등도 마찬가지다.

바꿔 말하면 감독들에게도 재취업의 기회이기도 하다. 몇몇 구단들의 경우, 2014시즌 이후 계약이 만료되는 몇몇 감독들의 차기 영입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김재박, 김인식 등 재야에서 재기를 노리는 감독 후보군들도 있다. 구단에 의한 감독 교체뿐만 아니라 감독들의 타 구단으로의 활발한 자리 이동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감독들의 입지가 하나같이 불안하다보니 프런트의 입김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거처럼 팀에서 무소불위의 전권을 행사하는 제왕적 감독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좋게 말하면 현장과 프런트의 분업을 통한 발전적 공생이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전문성이나 장기적 비전이 결여된 프런트의 경우,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갑을관계에 치우쳐있다는 비판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최근 감독들이 잦은 경질은 성적만이 이유는 아니다. 4강에 진출하고도 김진욱 감독처럼 우승을 못했다고 경질되기도 한다. 팀의 방향에 따라 프런트와 비전이 다르거나 대립하는 양상을 보일 경우, 아무리 팀에 예전 공헌도가 많아도 토사구팽 당하는 것은 순식간이 될 수 있다. 결국, 현장의 최고 책임자가 돼야할 감독의 전문성과 권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2~3년이 멀다하고 감독교체가 빈번한 한국프로야구의 현실 속에서 감독만이 현장에서 모든 책임을 져야하지만, 정작 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고 운명 공동체라는 책임감을 가져야할 프런트는 아쉬울 때마다 현장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감독들이 성적 부진에 대처하는 프런트의 방패막이로 전락한다면 프런트 야구는 자칫 리더십과 팀워크의 분열을 초래하는 아마추어 야구로 전락할 위험도 크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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