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토종 반전' 황선홍 포항…스틸타가 빛 발했다


입력 2013.12.02 13:55 수정 2013.12.02 14:02        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객원기자

모기업 투자 줄면서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 치러

K리그-FA컵 동시 제패…황선홍 감독 스틸타카 정착

포항의 조직력과 스틸타카는 분명 강하지만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치른다는 것은 늘 불안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 연합뉴스

올 시즌 K리그가 개막하기 직전 황선홍 감독은 시즌 목표를 'K리그 클래식 우승'으로 잡았다.

하지만 전문가나 기자들은 포항 우승에 대해 자신 있게 지지를 보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모기업의 투자가 줄어들면서 외국인 선수를 모두 내보내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가 우세했기 때문이다.

물론 황 감독에게 믿을 구석은 있었다. 바로 활성화된 산하 클럽에서 나오는 유망주들이었다. 유망주들이 성장해 포항의 주축을 이루고 그 결과 이명주나 박성호, 고무열 등 젊은 선수들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그래도 '포항이 우승한다'는 것에는 언제나 물음표가 붙었다. 개막전인 FC 서울과 경기만 하더라도 대부분 기자들은 포항보다 서울이 더 우세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그러나 포항은 이러한 예상을 너무나 우습게 뒤집었다. 시즌 초반부터 선두권을 달렸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아쉽게 16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포항으로서는 큰 보약이 됐다.

상위 스플릿에 들어간 포항은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줬고 결국 우승까지 이뤄냈다.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1일 벌어진 K리그 클래식 마지막 라운드에서 후반 추가시간 김원일의 결승골로 울산 현대를 물리치고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이뤄냈다.

사실 포항의 K리그 클래식 우승은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생각하기 힘들었다. 울산이 주중 경기에서 부산에게 최소한 비기기만 해도 포항의 K리그 클래식 우승은 사실상 어려웠다. 하지만 부산이 울산의 덜미를 잡으면서 포항에 마지막 기회가 왔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에 결승골을 넣으면서 승점1 차이로 역전 우승을 이뤄냈다.

포항의 역대 다섯 번째 우승은 누가 뭐랄 것 없이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치렀다는 점에서 뜻 깊다. 혹자는 이를 두고 "비싼 외국인 선수를 데려올 필요가 있느냐"는 평가를 하겠지만 포항이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던 것은 꾸준히 유망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유망주들이 하나가 돼 조직력을 갖췄고 황선홍 감독의 '스틸타카'가 빛을 발했다.

이전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이렇다 할 스타 선수 없이 K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AFC 챔피언스리그 정상까지 등극했던 '스틸러스 웨이'라는 포항의 문화가 그대로 이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포항은 외국인 선수가 없는 시즌에 사상 첫 더블을 이루는 대위업을 달성했다. 지난 1996년 대한축구협회(FA)컵이 시작된 이후 단 한 차례도 K리그와 FA컵을 동시에 우승한 클럽이 없었다. 포항이 지난 2007년 근처까지 갔지만 전남에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아쉽게 꿈을 이루지 못했다. 바로 이러한 대기록을 황선홍 감독이 해냈다.

또 황선홍 감독이 지도자로 데뷔한 뒤 처음으로 K리그를 제패, 젊은 감독의 전성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시즌 서울 최용수 감독이 K리그를 제패하고 올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까지 차지하며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데 이어 황 감독까지 K리그를 제패, 홍명보 대표팀 감독을 포함 40대 지도자들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어쩌면 포항의 진정한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포항의 조직력과 스틸타카는 분명 강하지만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치른다는 것은 늘 불안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 없는 올 시즌이 황선홍 감독의 결단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포항이 내년에도 계속 강한 면모를 과시하려면 올 시즌보다 더 전력이 강해져야 한다.

박상현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0
0
박상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