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식 다루기’ 김동주 긴 겨울잠 깨어날까
김성근 닮고 싶은 송일수 감독, 두목곰 거취 주목
베테랑 이름값 철저히 배제시킨 김성근 카리스마
“김성근 감독을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다.”
두산의 새 사령탑 송일수 감독이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송일수 감독은 지난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 및 선수단 상견례에서 자신의 야구철학과 내년 시즌 두산의 청사진을 함께 제시했다.
송 감독은 “타자들은 잘 칠 때도 있고, 못 칠 때도 있다. 수비를 강화해 실점을 줄이는 야구, 1점을 지키는 야구를 구상하고 있다”고 자신의 야구관을 밝혔다. 그러면서 “느슨하거나 방심하는 플레이는 지양할 것”이라며 우연한 승리는 있어도 우연한 패배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일교포인 송 감독은 ‘일본통’으로 통한다. 선수 시절 포수였던 그는 긴테쓰 버팔로즈에서 현역 생활을 했고, 말년에는 삼성(1984년~86년)에 입단하기도 했다. 이후 긴테쓰 배터리 코치를 거쳐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라쿠텐의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로 활동했다.
따라서 지난해 말 두산 2군 감독에 취임하자 다소 생소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송 감독의 야구 색깔은 팀의 단합을 중요시 하고 기본기에 충실한 수비 중심의 플레이로 ‘일본 야구’를 지향하고 있다. 특히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이원석 등 선수들에게 검은색 머리로 다시 바꿀 것을 주문한 것과 모든 선수들에게 양말을 바지 위에 올려 신는 일명 ‘농군 스타일’을 요구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면서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 바로 같은 재일교포였던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추구하는 야구관이 상당 부문 닮아있다. 실제로 송 감독은 두산 2군 감독에 취임한 뒤 김 감독을 찾아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김성근 감독의 야구관은 어떨까. 2000년대 말 SK 와이번스는 김성근 야구가 가장 화려하게 꽃을 피웠던 팀이다. 당시 SK의 색깔은 분명했다. 모든 선수들이 팀을 위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소위 ‘튀는 선수’는 철저하게 배제 당했다. 주전 경쟁을 위해 모든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려야 했고 이름값은 선발 라인업을 짤 때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SK가 이렇다 할 특급 스타 없이 왕조를 구축하게 된 배경이다.
특히 김성근 감독은 그동안 팀을 이끌었던 베테랑들에게 가혹할 만큼 혹독한 대우를 했다. 지금은 은퇴한 김재현과 박재홍이 좋은 예다.
김재현은 김성근 감독이 SK에 오기 전인 2005년, 타율 0.315 19홈런 77타점을 기록하며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 화려한 재기를 알렸다. 특유의 카리스마까지 더한 김재현은 SK 라커룸의 리더 역할을 담당했다. 박재홍 역시 KIA에서 SK로 건너온 뒤 마음을 다잡고 호타준족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SK 지휘봉을 잡자마자 두 선수를 외면했다. 주전 자리를 따내려면 후배들과 똑같이 경쟁하라는 뜻이었다. 결국 외야 포지션을 내준 박재홍의 자리에는 새 얼굴인 박재상, 김강민, 조동화가 나서는 경우가 많아졌다. 급기야 김성근 감독은 박재홍과 김재현을 지명타자 자리에 플래툰으로 기용하는 초강수를 뒀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특단의 조치는 한국시리즈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2007년 84경기에 출장해 타율 0.196 5홈런 19홈런으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김재현이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고, 박재홍 역시 이듬해 타율 0.318 19홈런 72타점으로 부활을 알렸다.
송일수 감독 역시 베테랑들을 어떻게 대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올 겨울 두산은 30대 선수들만 무려 8명을 내보내는 대대적인 리빌딩에 나섰다.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겠다는 프런트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남은 베테랑은 사실상 김동주와 홍성흔, 둘뿐이다. 두 선수는 FA계약 신분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크게 활약한 홍성흔과 달리 김동주의 입지는 다소 애매한 상황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도 1군 출전은 28경기에 그쳤고, 부상 등으로 2군 출전마저 요원했다.
‘두목곰’이라는 이름값과 팀 내 비중을 의식한 듯 송일수 감독도 지휘봉을 잡자마자 김동주를 가장 먼저 찾았다. 송 감독은 1일 선수단 상견례 이후 김동주와 개인면담을 했고 이 자리에서 “이번 스프링캠프때 2군 캠프에 합류해 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라는 뜻을 전달했다. 기회는 주되 출전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이겨내라는 뜻이었다. 고참 또는 스타플레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김성근 감독과 똑 닮은 부분이다.
또한 송일수 감독은 “현재 팀 내에서 주전으로 생각하고 있는 선수는 단 3명이다. 나머지는 다 불명확하다. 경쟁을 통해 주전을 가려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오히려 지난 2년간 충분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김동주에게 희소식일 수 있다. 과연 송일수 감독 체제 하의 김동주가 2014시즌을 어떻게 보낼지, 전적으로 선수하기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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