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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북한은 물론 전세계 앞에 발가벗겨졌다


입력 2014.01.02 09:00 수정 2014.01.03 16:08        조성완 기자

여야 합의로 통과된 국정원 개혁법 "사실상 손발 다묶어"

전문가들 "정보전쟁시대 족쇄 채워 기능 마비 시키다니"

서울 세곡동 소재 국정원 현관.ⓒ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여야가 밤샘 마라톤 협상 끝에 국정원개혁법안에 합의한 가운데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특별위원회’전체회의에서 국정원개혁법안 처리된 후 정세균 국정원특위 위원장이 김재원 새누리당 간사, 문병호 민주당 간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여야가 밤샘 마라톤 협상 끝에 국정원개혁법안에 합의한 가운데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특별위원회’전체회의에서 국정원개혁법안 통과된 직후 남재준 국정원장이 인사말을 한뒤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남 원장은 “정보활동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곤혹스럽지만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히며 “통신비밀보호법, 국가대테러활동법 등 필수 법안 입법에도 관심을 기울여 주시길 바라며 국정원이 새 출발의 출발점으로 삼아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믿음직한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정원이 북한을 비롯한 전세계 앞에 발가벗겨졌다. 사실상 정보기관의 능력을 잃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31일 정보관(IO)의 상시출입 폐지, 국회의 예산 통제권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국가정보원 개혁안 법제화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13년 한 해 동안 정치권에서 지루하게 이끌어온 ‘국가기관의 정치개입’이라는 큰 현안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실상 국정원의 손발을 묶은 것”이라며 국정원이 정보기관으로서의 활동을 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생겼다고 우려했다.

“IO 상시출입 폐지, 북한-종북-좌익 세력들이 박수치고 난리날 것”

여야는 이날 오전부터 시작된 국정원개혁특위 여야간사 합의에서 진통을 겪어온 국정원개혁안 합의문을 완성했다. 이후 각각 가진 의원총회에서 이를 인준한 뒤 곧바로 국정원개혁특위 전체회의를 갖고 개혁안을 가결시켰다.

이날 가결된 개혁안은 △정보관의 법령에 위반된 상시출입 금지 △사이버심리전단 정치관여 금지 △국회의 예산 통제권 강화 △국회 정보위원회의 전임 상임위화 등이 주 내용이다.

이 가운데 IO문제는 ‘국가기관, 정당, 언론 등 민간을 대상으로 법률과 내부규정에 위반한 파견 및 상시출입 등 방법을 통한 정보활동은 금지한다’는 문구를 국정원법에 담기로 했다. 민주당이 그동안 요구한 게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구체적인 규율은 국정원 내규를 통해서 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국정원개혁특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 법이 통과되면 북한-종북-좌익 세력들이 박수치고 난리날 것이다(송영근 의원)”, “세계는 정보 전쟁시대다. 우리만 족쇄를 채워서 어떻게 하겠는가(이철우 의원)” 등의 반응을 보이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특위에 출석한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회 결정을 존중하며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정보활동에 대한 법적 규제에 곤혹스러움을 금치 못한다”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전문가들도 우려를 표했다. “상시출입이 제한될 경우 향후 정당한 활동에 대해서도 좌파단체나 야당 쪽에서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보 관련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당장 ‘이석기 사건’만을 두고 보더라도 IO의 출입문제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어느 곳이라도 마찬가지”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가안보를 정치적으로 논하는 우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전세계 모든 나라들이 정보기관을 확대, 강화, 발전시키고 있는데 우리는 자꾸 후퇴하려고 한다”며 “국정원의 대공수사능력을 약화시킬 경우 검찰도 인원이 부족해 이를 대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전문가는 “사실상 국정원의 손발을 다 묶은 것과 마찬가지다. 안보와 국익을 위해 정보활동을 하는 건데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됐다”고 강조했다.

“예산 공개, 사실상 정보활동 하지 말라는 전제조건 깔려 있는 것”

전문가들은 특히 국정원 예산에 대한 국회 통제권이 강화된 것에 대해 “사실상 정보활동을 하지 말라는 전제조건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개혁안에 따르면 국정원장은 국회에서 예산결산 심사 및 안건심사와 감사원의 감사가 있을 때 성실하게 자료를 제출하고 답변을 해야 한다. 또 국정원 예산심사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다른 기관에 계상할 수 있도록 한 예산도 국회 정보위에서 심사를 해야 한다. 해당 예산의 실질심사에 필요한 세부자료도 정보위에 제출하도록 했다.

사실상 국정원의 모든 예산이 여과없이 드러나면서, 세부적인 활동내용과 범위까지 덩달아 공개될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관계자는 “세계적으로도 정보기관의 예산을 공개하는 경우는 없다. 예산을 보면 정보기관의 활동범위를 명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북한을 비롯한 전세계 앞에 우리 정보기관의 활동내용이 발가벗겨 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활동의 원동력은 곧 돈인데 예산이 공개되면 정보기관이 정보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즉, 정보기관의 예산을 공개하는 것은 정보활동을 하지 말라는 전제조건이 깔려있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정원개혁특위는 1차 개혁안 마련에 이어 내년 2월까지 대테러 대응능력, 해외 및 대북 정보능력 등 실질적인 정보기능 강화방안 마련에 주력할 계획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국정원 정보기능 강화를 위한 휴대전화 감청 기능 부여 △사이버테러방지법안 처리 등을, 민주당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등으로 각각 주장이 엇갈리면서 상당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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