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환율전쟁 ②>'엔저' 가격경쟁력 약화, '위안고' 원가 상승…이중고
한·중·일의 엇갈린 환율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 달러화와 일 엔화의 약세가 연일 이어가고 있는 한편 중 위안화는 강세를 보이면서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의 통화 역전현상으로 한국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크다. 엔저로 인해 우리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위안화의 초강세도 원자재 수출 전선을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 주변국 환율전쟁에 샌드위치 압박을 받으면서 우리 수출기업의 시름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반일감정 실은 위안화 타고 중국인이 몰려온다
②엔저·위안고 샌드위치 압박에 시름하는 중소기업
③'밀물' 차이나머니·엔저 리스크에 자금시장은 '찻잔 속' 태풍
8일 오후 남대문 시장 인근 환전소에선 남대문·명동 등지에서 쇼핑을 즐기려 환전하려는 외국인들로 북적거렸다. 10분 동안 환전소를 들린 고객 22명 가운데 중국인이 15명으로 가장 많았던 반면 과거 명동일대를 휩쓸었던 일본인 관광객은 4명에 불과했다.
남대문·명동 일대에서 환전상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모두 "일본 관광객이 많이 줄어든 반면 상대적으로 중국인들이 늘어나 엔저·위안고를 실감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엔저(低)·위안고(高)를 체감할 수 있는 곳은 비단 남대문과 명동뿐만 아니다. 중국과 일본을 대상으로 수입·수출을 하고 있는 업체들은 현재 엔저와 위안고로 인한 '수출 한파'를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다.
'엔저'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뾰족한 환헤지 묘수 부재"
특히 엔저로 인한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은 이미 '빨간불'이 켜져 있는 상태다.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하기 전인 2012년 10월까지만해도 원·엔 환율은 1400~1500원 수준에서 증감을 거듭했지만 엔화를 시중에 풀어놓겠다는 아베신조 총리가 집권하면서 엔저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진행형'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일 기준 일일 원·엔 환율은 1020원이다. 외환시장에선 지난해 연말, 올해 연초에 장중 원·엔환율 1000원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엔화가 과거에 비해 약 20~30% 가량 절하됐기 때문에 일본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상당 수준 상승한 상태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IT, 전자·통신기기, 자동차 등 세계시장의 여러 분야에서 일본과 경합을 벌이고 있어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은 점점 밀릴 수밖에 없다.
일본으로부터 원자재를 값싸게 구입해 수출하는 업종의 경우 엔저가 반가울 수 있지만 대부분 일본과 경쟁을 벌이거나 대일본 수출로 사업을 꾸리고 있는 업종은 '울상'을 짓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에 수출을 하고 있는 표면처리약품 제조 전문 중소기업인 '서안켐텍'의 이승준 이사는 엔저로 인해 수익이 30%가량 감소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서안켐텍'은 사업 방향을 내수로 어느정도 돌리는데 성공했지만 엔저로 인한 환위험에 대처 방안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환율 방어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승준 이사는 "사업을 원·엔환율이 1400~1500원 사이일 때부터 하고 있는데 환율이 1000대가 무너졌을 때는 앞이 깜깜했다"면서 "제품 가격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우리 기업의 입장에서 가장 적정한 원·엔 환율은 1200~1300원 선"이라면서 "하지만 현재 환율은 1000원대 초반이기 때문에 회사 경영이 힘든 상황인데, 자동차 업계나 전자부품, 스마트폰 관련 업계는 우리 기업보다 상황이 안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이사는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이 해외 수출로 먹고 사는데, 환율이 그만큼 중요한 변수"라면서 "환율 변동성을 잡아줄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곽동철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제품 단가 조정의 압박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엔저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기업들의 환헷지 전략에 대해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엔저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국가들과 연대해 환율방어에 나서지 않으면 환위험에 노출된 수출기업들에겐 뾰족한 대응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곽 연구위원은 "중소기업들의 환헷지 현황을 살펴보면 이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이나 전문가가 없어 환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면서 "환헷지라고 하면 대부분이 기업 대표가 뉴스를 통해 관련 정보를 얻는 정도이고 그나마 드물게 은행이나 관련 기관을 통해 모니터링 정보를 얻는 것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서정훈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도 "중소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는 환헷지 상품이 다양하지 않고 거래비용 또한 비싸다"라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원엔 환율의 변동·추이를 모니터링 하면서 환전에 대한 적절한 타이밍을 잡거나 은행권에서 환헷지 상품 동향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는 G20국가들 가운데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국가들과 공조해 엔저 현상에 대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복병' 위안화…실익보다 손실
엔저로 인해 수출기업들이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위안고는 우리나라 기업들에 대한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안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높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이 G2 국가로 부상하면서 위안화를 기축 통화의 지위에 올려놓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행보가 위안화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더불어 중국의 무역흑자와 불어나고 있는 외환보유액도 위안화 강세에 한 몫했다.
표면적으로 이같은 위안고 추세는 중국 관광객의 증가와 중국의 내수시장 공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가 취하는 실익보다 손실이 많다.
전문가에 따르면 대 중국 수출가운데 50~70%가량이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제3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현지 생산공장에 원자재를 보내는 것이다.
중국 내수시장 공략용 완제품 수출이 아닌 중국 현지 생산기지에서 제품 생산을 목적으로 들여보내는 원자재가 대부분을 차지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중국 현지 생산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제품들의 위안고로 인해 원가가 상승, 해외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이 추락하게 된다.
중국의 원자재를 수입하는 업체의 경우도 피해가 막심하다. IT분야나 냉장고 등의 간단한 부품소재를 중국에서 들여오는 경우가 많아 우리나라 제품의 가격경쟁력 악화가 예상된다.
이봉걸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대중 수출 대부분은 중국에서 제품을 가공하기 위한 원자재 수출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위안고의 혜택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위안고로 인해 기본적으로 가전업체나 IT분야 업체들의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봉걸 수석연구원은 "위안화가 절상된 상황에서 우리나라 원자재를 중국으로 들여보내 상품을 제조, 제3국으로 수출하면 그만큼 제품의 가격 인상폭이 상승한다"면서 "기업들은 중국에 대한 수출구조를 내수시장형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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