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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법안 쌓였는데 국회는 법안이 없어 개점휴업?


입력 2014.02.17 11:50 수정 2014.02.17 11:58        김지영 기자

<기자수첩>새누리당 의지 안보이고 민주당은 끝없이 특검에 목 매고

17일로 예정됐던 2월 국회 임시회의 첫 본회의가 개최를 하루 앞두고 돌연 취소됐다. 표결할 안건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여야가 무엇을 합의하든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7일로 예정됐던 2월 국회 임시회의 첫 본회의가 개최를 하루 앞두고 돌연 취소됐다. 표결할 안건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여야가 무엇을 합의하든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다.

당초 여야는 이달 17·20·27일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을 표결 처리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2월 임시국회가 열린 지 보름이 지나도록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전무하다. 상임위에 상정된 법안들은 대부분 지난해 가을 발의됐지만 정쟁에 발이 묶여 소위원회 계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데에는 여야가 민생과 관련 없는 정쟁에 매몰된 탓이 크다. 새누리당은 6월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박심(朴心)’ 논란으로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고, 민주당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무죄 판결,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위조 논란과 관련해 또 다시 특별검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때문에 당장 7월부터 시행돼야 하는 기초연금법안, 지난해부터 논의되고 있는 북한인권법안, 원격의료 허용을 포함한 서비스산업 활성화 법안 등은 이달 내 처리 여부가 불분명하다.

이 같은 상황이 가장 답답한 쪽은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정부다. 특히 지난해 발의된 창조경제 관련 법안 중 현재까지 처리된 법안은 단 1건에 불과하다. 앞으로 6월 임시국회가 남아있지만, 6월과 7월 선거일정을 고려하면 2월 임시국회를 넘긴 법안들은 실질적으로 9월 정기국회에 가서야 처리가 가능하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수차례 공식석상에서 국회에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일자리·복지 분야 업무보고에서 “국민들이 기다리는 복지정책들이 하루 빨리 입법을 마칠 수 있도록 국회의 협력을 다시 한 번 부탁한다”고 말했다. 5일 국정평가 종합 업무보고에서는 유관부처 장관들에게 “이번에는 반드시 국회 통과를 위해서 총력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4일 국무회의에서도 박 대통령은 “법안들도 다 타이밍이 있다. 밥도 따끈따끈할 때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이것이 정책이라고 한다면 아무리 우리가 애를 써서 만들어도 효과를 못 보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지난달 2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민생법안에 한해서라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회의 답은 없다. 당정협의를 통해 자신들이 제출한 법안도 책임지지 못하는 여당, 민생은 뒷전에 두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야당, 이 사이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본적인 행정업무들뿐이다. 비정상적인 관행의 정상화를 비롯해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국정과제들은 일찍이 동력을 상실했다.

정부는 법안을 제출할 수 있지만, 법안 처리는 국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대통령의 공포를 통해 효력이 발생한다. 결국 어떤 정책이든 행정부와 입법부 간 소통과 합의를 통해서만 실현 가능하다. 저소득 노인을 지원하는 당연한 정책에 있어서도 국회가 외면하면 정부는 손발이 묶인다.

당초 민주당은 민생을 돌보는 일에 있어서는 언제든 정부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입장에서 민생은 목표가 아닌 듯 보인다. 민생의 조건으로 정부와 여당에 국정원 특검 등 쟁점 현안들을 둘러싼 자신들의 요구사항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자신들의 목적을 관철하지 않고선 국민도 없다.

새누리당 역시 말로만 “민주당은 민생법안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할 뿐, 국회에서 어떤 리더십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황우여 대표가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불참을 이유로 정홍원 국무총리와 면담을 취소한 사실만 보면 민생에 대한 새누리당의 의지가 그리 강해보이지는 않는다.

벌써부터 궁금하다. 입법이 지연돼 올해 국정운영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얼마나 정부를 비난할지. 또 새누리당은 어떤 이설로 민주당에 잘못을 떠넘기려 할지.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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