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규제 풀어 판 키우기… '사고뭉치' 카드사 안돼
카드사 원죄로 사실상 네거티브제 전환 고려 대상도 안돼
최근 고객정보 유출로 금융당국 카드사 규제 풀어줄 가능성 더 줄어
금융권의 경쟁력을 강화키로 한 금융당국에 대한 카드업계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금융당국이 부수업무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키로 한 방침에 카드사만 제외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카드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건 사실이다. 과거 카드대란에서부터 최근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고까지 '사고뭉치'로 전락한 카드사들의 이익을 대변해주기엔 원죄가 가볍지 않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모든 책임을 자신들에게 떠넘기는 금융당국이 야속하다는 입장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새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신용카드업을 제외한 여전업의 부수업무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신고제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여전사가 영위할 수 있는 부수업무는 포지티브 방식"이라며 "앞으로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 금융회사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칸막이를 없앨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여전사 중 카드사 규제는 네거티브로 전환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네거티브 규제는 금지한 것 이외에 모두 허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따라서 금융당국에 신고만 하면 다양하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이와 반대되는 포지티브는 허용한 것 외에는 원칙적으로 모두 금지하는 것을 뜻한다. 규제 강도로 봤을 때 네거티브는 '자율'에 가깝고 포지티브는 '통제'에 가깝다.
금융당국이 유독 카드사에만 규제로 일관하는 건 '원죄' 때문이다.
지난 2003년 카드사 간 과열경쟁으로 카드대란이 발생했다. 카드대란의 후폭풍으로 신용불량자가 속출했고 가계부채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금융당국이 카드사를 신뢰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카드사 입장에선 원죄론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금융당국이 카드사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대란은 정부가 소비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풀어줘서 발생한 것"이라며 "이에 대한 책임을 모두 카드사에 씌우는 건 잘못된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도 "지금 카드대란이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규제일변도'로 카드사를 옥죄는 건 시장경제와 부합하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카드사 불만에도 금융당국이 카드사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고객정보 유출을 봐도 카드사에 규제를 풀어줬을 때 득보다 실이 많다"며 "가계부채 등을 고려했을 때 카드사에 대한 규제는 아직은 포지티브가 맞다"고 강변했다.
이어 그는 "카드사 부수업무라는 것 자체가 회원정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이는 카드사 부수업무 중 보험알선 수익이 가장 높은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카드사 부수업무 중 '카드슈랑스(보험 상품 대리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지난 2002년 3560억원에 불과했던 카드슈랑스 규모는 마이너스 성장 없이 꾸준히 성장했다. 지난해 카드슈랑스 규모는 1조7000억원(업계 추정) 정도다.
카드슈랑스는 카드사가 자사 회원의 정보를 이용해 제휴를 맺은 보험사 상품을 소개한 뒤 보험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주로 텔레마케팅(TM)을 통해 알선 업무가 이뤄진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