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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라지만..' 부정위타자 촌극 웃프다


입력 2014.03.12 08:55 수정 2014.03.12 14:58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시범경기 두산-롯데전, 타순 뒤죽박죽 촌극

꼬여버린 타선 경기 후에야 파악 '한심'

흔한 일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부정위타자 해프닝이 벌어진 경우가 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웃기면서도 슬픈, 아이러니하거나 어처구니없을 때 쓰는 ‘웃프다’라는 신조어를 떠오르게 하는 상황이 야구장에서 발생했다.

11일 두산-롯데의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벌어진 김해 상동구장에서는 말 그대로 ‘웃프다’라고 밖에 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이 펼쳐졌다. 이른바 ‘부정위타자(정해진 타순이 아닌 데 들어가서 타격한 것)’라는 것. 일반 야구팬들에게는 생소한 장면이 두 번이나 연출됐다.

두산은 6회말 수비 때 우익수 겸 1번타자로 출전했던 민병헌 대신 오재일(1루수)이, 1루수 겸 4번타자 호르헤 칸투 대신 박건우(우익수)가 투입됐다. 그렇다면 다음 타순에는 1번에 오재일이, 4번에는 박건우가 나서야 맞다. 어찌된 일인지 8회 1사 1루에서 1번 타석에서 오재일 대신 박건우가 등장했다. 한꺼번에 선수를 교체하다보니 수비 포지션과 타순의 혼동에서 비롯된 상황이다. 정작 두산도, 롯데도, 심지어 심판도 누구 하나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한번 꼬여버린 타순은 다음 이닝에도 이어졌다. 원래 4번이어야 할 박건우가 나왔으니 순서상 다음 타순에는 5번 홍성흔이 등장해야 맞지만, 9회초 두산 선두타자로 나온 것은 2번 최주환이었다. 최주환과 3번 김현수가 범타로 물러난 2사 이후에야 4번으로 박건우가 다시 나왔다. 어이없는 판단착오로 타순이 뒤죽박죽,박건우만 1번과 4번 타석을 오가고 오재일은 타격을 하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비록 박건우가 두 번 모두 범타로 ‘조용히’ 물러나며 큰 해프닝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상대 롯데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박건우가 잘못된 타순에 나왔다는 것을 어필하지 않았다. 야구 규약상 부정위타자는 상대팀이 어필할 경우에만 인정된다. 가령, 4번에 나와야할 타자가 1번으로 나와 정상적인 타격을 마칠 때까지 상대팀 어필이 없다면 그 타격 기록을 인정받고, 후속타자는 앞선 타순에 따라 2번이 아닌 5번부터 다시 정위타자로 이어지게 된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부정위타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경기가 끝난 뒤에야 밝혀졌다는 점이다. 두산은 9회 박건우가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을 때야 착오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어필 권한이 있는 롯데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박건우가 안타를 치거나 위기상황이 오면 뒤늦게라도 어필해 취소시켜도 무방했지만 박건우가 두 타석 모두 범타로 물러나 그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얼핏 가벼운 해프닝이지만 프로야구의 수준에 걸맞지 않은 한심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시범경기라고는 해도 엄연히 프로야구고 1군 선수들이 출전하는 정식 경기였다. 실제 개막 이후 정규시즌에서 이런 상황이 나왔다면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될 수도 있었다.

이날 경기가 열린 상동구장 전광판에 라인업 표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혼선을 가져온 원인으로 꼽힌다. 홈팀 권한을 가지고 있던 롯데가 사직구장 보수문제로 시범경기를 시설이 떨어지는 2군구장인 상동에서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산도 롯데도 야구 하루 이틀한 프로팀이 아니다. 1980년대 프로 초창기에도 나오지 않을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은 시범경기라고 무성의하게 생각하거나 야구와 팬들을 대하는 진지함이 부족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부정위타자 해프닝이 벌어진 경우가 있다. 지난해 7월 샌프란시스코와-LA 다저스전에서는 당초 3번타순이던 파블로 산도발 대신 버스터 포지가 나서 1타점 적시타를 날렸지만, 산도발과 타순이 바뀐 것을 간파한 다저스 항의로 포지가 아웃 처리되고 타점은 무효 처리된 바 있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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