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입법 스프린터들은 어떤 ‘삶의 원칙’을 지키며 살고 있을까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3.04 07:07  수정 2026.03.04 07:07

국회 폭주 앞에 속수무책인 사법부

정부․여당 거대 권력권 형성에 성공

국민의힘은 자학적 분열을 일삼고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블어민주당은 범죄 수사체계를 전면적으로 뒤집어엎었다. 압도적 국회 의석수를 무기로 삼아 파죽지세로 밀어붙인 것이다. 국민의힘이 저항하고 나섰지만 말 그대로 중과부적(衆寡不敵), 어차피 감당할 수 없는 싸움이었고 결과는 민주당의 오만한 승리였다. 범죄 수사와 피의자 기소의 중심에 군림해온 검찰청은 오는 10월이면 폐지된다. 수사권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그리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담당한다. 공소권은 공소청 몫이다. 검찰 역할과 기능 및 권한의 분해-재조립이라고 하겠다.

국회 폭주 앞에 속수무책인 사법부

민주당이 국가형사사법체계 개혁(그들의 말로)의 마무리 작업으로 계획했을 사법부 손보기 3법(그들은 사법개혁 3법이라고 한다)의 입법이 지난달 28일로 매듭지어졌다. 법 왜곡죄, 재판소원제, 대법관 증원 관련 법안들이 차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이제 이재명 대통령의 공포 절차만 남았다. 이 대통령이 이들 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 사실상 그 자신이 주도했다고 할 수 있는 법안들을 왜 마다하겠는가.


사법부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은 3일 출근길에 국회 입법 활동에 대한 ‘전적인 존중’을 전제로, 한 번 더 심사숙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이미 지난달 23일 이 문제에 대해 자신의 뜻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바 있다. 그는 이 법안들이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중대한 내용이며 헌법 개정사항이 될 수도 있는 중대한 내용으로, 국민에게 직접적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며 공론화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일각에서 사법제도 개편의 근거로 ‘사법 불신’을 거론하는 데 대해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갤럽 조사에서 법원에 대한 신뢰도가 미국은 35%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47%라고 말했다. 또 세계 법치주의 평가에서 19위를,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중 4위라고 지적하며 객관적 지표를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이 재판소원제와 관련, ‘독일의 사례’를 제시한 데 대해서 조 대법원장은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는 헌법상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위헌심사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우리 헌법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헌재가 다시 판단할 수는 없게 돼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23일). 25일엔 박영재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주재로 전국법원장회의가 열렸다. 참석 법원장들은 “사법부의 우려 표명에도 공론화와 숙의 없이 본회의에 부의된 현 상황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 27일엔 박 처장이 3개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보직을 사퇴했다.


사법부의 대응을 장황하게 소개하는 까닭은 국회의 전격전(電擊戰)식 입법 전횡 앞에 사법부가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를 상기시키자는 뜻이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일체성을 과시하게 되면 국가 3권의 다른 한 축인 사법부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조 대법원장에게 심사숙고 요청 이외의 대응 방법이 없었던 것처럼.

정부․여당 거대 권력권 형성에 성공

물론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태생적으로 정치성(政治性)에 갇혀 있다. 순수 법률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판단의 장이라는 이미지가 짙다. 형법은 행위 중심 구조인 데 대해 헌법은 가치 중심 구조라는 점에서도 정치성 개입의 여지가 넓다고 하겠다. 복잡하게 에둘러 말할 필요가 없겠다. 중대한 문제일수록 힘을 가진 쪽이 더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재판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한계다.


이제 한국 좌파 정치세력의 염원이었던, 수사 및 재판에 대한 민중적(혹은 진영적) 통제 체제가 갖춰졌다. 그건 자신들이 장악한 행정+입법권이 사법시스템에 개입하고 사법권을 상대로 힘을 과시할 수 있는 권력구조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대한민국 수립 후 이어진 좌파에 대한 제도적 탄압(그들의 용어)의 역사를 종식시키는 과업을 완수한 셈일까? 그건 알 수가 없다. 어쨌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살인(그들의 언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정치 탄압(역시 그들의 주장)의 구원(舊怨)은 제대로 풀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그것만을 위해 국가 수사 및 사법 조직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장악하려 했겠는가. 그건 장기 집권의 제1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 할 일은 개헌이다.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던 국민투표법이 개정됨으로써 제9회 6·3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가 가능해졌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물리적으로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국민의힘이 서둘러 스스로 지리멸렬해 줄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당장의 개헌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이를 포기할 리가 없다. 입법 수완에 있어서는 헌정사 최고의 기술자들이니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두면 그 힘으로 야당을 무력화시키고 내친김에 개헌까지 강행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바야흐로 ‘이재명과 민주당의 정치’는 사법부까지 아우르는 거대권력권(巨大權力圈)을 형성함으로써 ‘터 닦기 작업 완료’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대선 전까지 8개 사건, 12개 혐의, 5개 재판의 피고인으로서 전도가 캄캄하던 이 대통령이 이제는 국가 최고의 권력자가 되어 정부 요인들은 물론 국민까지 가르치게 됐을 만큼 정치와 인심의 변화는 격렬하다. 반면 거대 권력에 맞서야 할 제1야당 국민의힘은 적전분열에 여념이 없다.

국민의힘은 자학적 분열을 일삼고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이 사법 3법의 국회 통과에 항의하고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여의도→청와대 도보 행진을 벌였지만 뚜렷한 인상은 남기지 못했다. 당내 자학적 분열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와중에 무슨 일을 한들 제대로 되겠는가. 이 대통령은 필리핀 순방 중인데 청와대로 간 것도 그렇거니와 집회 신고를 안 해서 구호를 외치지도 못했다는 보도에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이런 정도의 저항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당 안팎으로 싸우는 소리만 요란한데 지지 국민인들 무슨 흥으로 호응하겠는가. 그래서 앞으로도 한동안은 민주당 1당 정치를 감수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그런데 민주당에 묻고 싶은 게 있다. 우선 입법 전횡을 이끌고 있는 당내 유력자들은 역사 앞에서 자신들의 의도와 행위에 대해서 부끄럼 없이 당당히 진술하고 증언할 각오는 되어 있는지 어떤지? 지금은 기세가 등등하니 시비 거는 사람이 적겠지만 언젠가 그 힘이 쇠해졌을 때 책임추궁이 매서우리라는 것을 예감이라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국회를, 민주당이 작성하는 법안들의 인쇄소로 전락시키고 있는가?


또 하나 알고 싶은 것은 인격적으로나 행실 면에서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인사들을 조직의 구성원으로 안고 있으면서 그처럼 기세등등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권력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어서인지, 아니면 권력을 가진 기회에 ‘원도 한도 없이’ 자랑해보자는 심사인지 정말 알고 싶다. 조국의 미래를 위해서?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 정의의 구현을 위해서? 겉으로 보기에 이런 가치를 추구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서 묻는 것이다.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인사’의 예를 들기는 좀 거북하지만 “저는 제 삶에 원칙이 있고 그 원칙을 지키는 삶을 살아왔다”고 기자들 앞에서 당당히 말한 그 인사(지금은 탈당한 상태이지만)는 어떨까? 공천헌금 1억 원을 받아 챙기지 않고 돌려줬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결국 구속됐다. 불체포특권 행사가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저지당한 결과였다. 작년 6월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보좌진 갑질 및 거짓 해명’ 의혹으로 자진사퇴한 이력도 있다.


이 사람을 특별히 기억하게 된 것은 그의 ‘원칙을 지키는 삶’이 너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피의사실일 뿐이니까 그의 해명을 ‘허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그의 자기 선언을 잠시 빌리려는 것이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이끄는 스프린터들도 원칙을 지키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 ‘삶의 원칙’을 들을 기회가 있기를 소망한다.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0

0

기사 공유

1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상식맨
    입법부가 사법기관을 폐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나라가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라는 증거다.
    2026.03.04  08:14
    0
    0
1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