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JAPANESE ONLY' 비난…이충성 위한 공분일까
일 언론, 우라와 레즈 서포터 현수막에 거센 비난 가해
재일교포 이충성 위한 것이 아닌 서구 비판 의식한 행보
재일교포 4세 이충성(29·리 타다나리)을 위한 공분일까.
우라와 레즈 구단은 지난 8일 J리그 사간도스전에서 한 서포터가 내건 “오직 일본인만(JAPANESE ONLY)” 현수막을 방치해 질타를 받았다.
사실 이 현수막의 ‘숨은 뜻’은 우라와가 올 시즌 영입한 재일교포 4세 이충성을 겨냥한 것이다. 우라와 서포터 중 일부는 이충성이 재일교포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척해왔다.
암시적 현수막이 오히려 역풍을 불렀을까. ‘오직 일본인만’ 문구는 광범위한 인종 차별로 간주돼 서구 시선에 민감한 일본 열도가 발끈했다.
J리그 연맹은 축구장에서 있어선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우라와에 벌금과 무관중징계를 내렸다. 일본 언론도 연일 강도 높이 비판하고 나섰다. 심지어 우라와가 일본의 ‘국격’을 훼손했다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의외다. 우라와 서포터의 ‘인종차별’에 치를 떤 일본 언론이 평소 ‘한국계 차별’엔 침묵으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일본 극우세력이 한인 밀집지역 신오쿠보와 오사카를 점거한 채 연일 “김치 냄새나는 재일교포는 일본에서 나가라” 외치며 혐한 활동을 전개해도 일본 언론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우라와 서포터를 비판하는 일본 언론의 공분이 재일교포 이충성을 위한 것이 아닌 이유다.
실제로 일본 축구팬도 “우라와 경기장 출입구에 걸린 ‘오직 일본인만’ 문구를 본 ‘백인 관광객’이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정작 재일교포 이충성이 받은 상처는 일본인들 사이에선 관심 밖이다.
이충성은 경기가 끝나면 우라와 서포터석으로 가 인사를 하는데 우라와 서포터는 이충성 앞에서 대형 전범기(욱일기)까지 흔든다. 이 부분에 대해 일본 언론은 한 번도 문제 삼지 않았다.
우라와 서포터가 직접 이충성을 겨냥한 현수막을 내걸었다면 일본에서 별 일 아닌 듯 조용히 묻혔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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