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대한항공, 국산 무인기 기술력 알고 보니...
13년된 무인기만 해도 북한과 차원 달라…차기 군단급 무인기 실전배치 임박
KAI, 북한 장사정포 잡는 데블킬러 개발 완료
대한항공, 스텔스형 무인전투기 프로젝트 개발 계획
최근 북한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 항공기가 잇달아 발견되며 우리 군의 대응능력과 국내 업체들의 무인기 개발기술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되는 북한의 무인기는 용도와 성능 면에서 우리 군과 제작업체가 보유한 무인기와는 전혀 개념이 달라 직접 비교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KAI(한국항공우주산업)나 대한항공과 같은 국내 무인기 제작업체들의 기술은 미국산 프레데터나 글로벌 호크 등과 같은 전략 무인기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모형항공기 수준인 북한과 비교할 바는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정찰용 무인기, 우린 없어서 못 보내나?
최근 국내에서 발견된 무인기들은 북한이 국내 주요 시설을 정찰하기 위한 목적으로 내려 보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적국에 아군의 상황을 내보이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북한의 정보 자산이 상대적으로 빈약함을 증명해준다.
북한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들은 모두 민간 모형항공기 동호인들이 사용하는 수준이거나 그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항속거리 100여km에 기껏해야 디지털카메라를 장착하고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역할이다.
장착된 카메라는 민간에서 널리 쓰이는 보급형 DSLR 카메라 ‘캐논 550D’(1800만화소)로, 무인기에서 촬영한 항공사진은 ‘구글 어스’ 등 인터넷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개 정보보다 화질이 낮다.
우리의 경우 이정도 수준의 정찰 목적이라면 굳이 무인정찰기를 보낼 이유가 없다. 우리의 대북 감시는 주요 시설의 사진을 확보하는 게 아니라 실시간 감시가 이뤄지는 것으로, 레벨 자체가 다르다.
미국으로부터 무인정찰기 프레데터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은 인공위성과 미국으로부터의 정보 제공 등을 통해 확보해 왔던 북한의 동향을 직접 24시간 감시하기 위해 프레데터 4기를 도입키로 한 것이다.
물론, 북한이 무인기에 무기를 탑재해 자폭용으로 사용할 경우 크건 작건 위협이 될 수 있겠지만, 현재 북한이 보유한 무인기 전력은 ‘첨단’을 논할 정도는 아니다.
우리 무인기 기술수준은?
국방부는 지난 8일 우리 군이 보유한 무인기 ‘송골매’와 ‘리모아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사실상 북한 무인기 사태로 인해 군 지도부가 궁지에 몰리자 타개책으로 내놓은 이벤트의 성격이 강하며, 이날 공개된 게 우리 무인기 기술의 ‘최대치’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군이 언론에 공개했다는 건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져 군사기밀이랄 것도 없는 장비라는 얘기가 된다.
송골매의 제원은 제작사인 KAI 홈페이지만 들어가 봐도 상세히 나와 있다. 개발명이 RQ-101인 이 기종이 군에 공급된 것은 2001년으로, 벌써 13년이나 지났으며, 개발 착수시점부터 계산하면 20년이 넘게 지났다.
이 송골매만 하더라도 ‘장난감’ 수준의 북한 무인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최고 150km/h의 속도로 6시간 체공이 가능하며, 작전 반경은 80km다.
작전 반경이 그리 길진 않지만, 북한 무인기처럼 디지털 카메라로 찍는 방식이 아니라 북한 상공에 가지 않더라도 남포-함흥을 잇는 축선의 영상정보를 수집할 뿐만 아니라 북한 전역의 신호정보까지 탐지할 수 있다.
KAI는 향후 군 편제 변경에 대비하기 위해 송골매보다 한 단계 위인 ‘차기 군단급 무인정찰기’도 개발 중이다.
KAI 관계자는 “군이 편제를 변경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고, 군단의 작전범위가 넓어지면서 거기에 맞춰 항공기들이 추가로 개발되고 있다”며, “기존 송골매 정도의 제원을 갖춘 기종은 군단급에서 사단급으로 격하될 것이고, 차기 군단급은 이보다 작전 반경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국방개혁 기본계획’에서 군단을 현재 8개에서 6개로, 사단은 42개에서 31개로 축소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군단의 숫자가 축소되면 1개 군단이 담당해야 할 작전책임지역이 확대될 수밖에 없고, 그 경우 무인정찰기가 커버해야 할 정찰 범위도 늘어나게 된다.
KAI는 ‘차기 군단급 무인정찰기’의 구체적인 제원은 보안상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확대되는 군단의 작전범위를 커버하려면 차기 군단급 무인정찰기의 작전 반경은 200km에 육박하는 수준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방개혁 기본계획에서 사단급과 대대급 무인정찰기를 운용하겠다는 방침이 정해지면서 기존 군단급보다 다운사이징된 무인정찰기도 개발 중이다.
KAI 관계자는 “사단급과 대대급 무인정찰기는 작전 반경은 기존 군단급보다 축소되겠지만, 대신 기체 크기를 줄이고 경량화해 휴대와 이착륙이 간편하도록 개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사업 확대를 통해 ‘항공 운송업체’에서 ‘항공기 제조업체’로 보폭을 늘리고 있는 대한항공 역시 무인항공기 개발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틸트로터를 장착해 운용성을 높인 수직이착륙형 고속 무인항공기 KUS-TR을 개발 완료했으며, 사단급 고성능 무인정찰기 KUS-DUAS도 올해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KUS-DUAS는 발사대에서 이륙한 뒤 착륙시에도 후크 제동이 가능해 산악이나 야지의 협소지역에서 운용하기에 적합한 무인기다.
또, 2017년까지는 프레데터와 같은 중고도급 무인항공기도 개발을 완료한다. KUS-15라는 개발명의 이 기종은 군사용으로 사용할 경우 감시정찰과 같은 무인정찰기의 기본적인 역할은 물론, 통신중계나 신호정보 수집 등의 기능을 갖추게 되며, 심지어는 전자전기로도 이용할 수 있다.
북한 장사정포 킬러에 스텔스 무인전투기까지
KAI의 차기 군단급 무인정찰기나 대한항공의 중고도급 무인항공기는 필요시 공격기의 역할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송골매보다 반경이 넓고 기체가 큰 만큼 탑재중량도 늘어나 미사일 등 무기체계 탑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륙중량만 충분하다면 미사일 발사장치를 장착하는 건 오히려 정보수집기능을 장착하는 것보다 기술적으로 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장기적으로 스텔스 형태의 무인전투기를 개발한다는 플랜을 짜놓고 있다. KUS-X라는 프로젝트명이 붙은 이 무인기는 B2 스텔스 전투기와 같은 무미익(꼬리날개가 없는) 형태로, 레이더 단면적을 감소시키는 형상 설계기술이 적용되며, 무인공격 및 폭격기 용도로 개발된다.
북한 무인기와 관련해 우려가 높은 '자폭형 무인기'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실전배치 가능한 기종이 개발돼 있다. KAI가 최근 개발한 데블킬러가 그것이다.
자폭형 고속 무인기 데블킬러는 육상과 해상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무게가 25kg 정도이고 날개도 접을 수 있어 전투병들이 휴대하다가 날려 보내 공격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전쟁 발발시 수도권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북한 장사정포를 잡을 수 있는 무기로 높은 효용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AI 관계자는 “북한 장사정포가 산 뒤에 숨어 있어 곡사화기로는 대응이 어렵다”며, “데블킬러는 좌표를 설정한 뒤 원격으로 조정해 산 뒤에 숨어있는 무기를 파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 체계”라고 설명했다.
데블킬러는 지난 2월16일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공개되기도 했지만 군에 언제 도입될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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