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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가 헌신짝? '의원직 사퇴' 이번엔 꼭 수리하길


입력 2014.05.09 08:54 수정 2014.05.09 08:55        백지현 기자

<기자수첩>지역위해 일하라고 뽑았더니 헌신짝처럼 우습게 안다고?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단체장 후보에 나선 의원들이 서슴없이 의원직 사퇴를 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사퇴서를 제출하는 것이 의지의 표명이라고 하는데, 개인의 정치적인 것이지 국민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단체장 후보에 나선 의원들이 서슴없이 의원직을 내던지는 행태에 대한 정치전문가의 쓴소리다.

선거철을 앞두고 국회의원의 소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광역단체장 후보로 나선 의원들이 ‘의원직 사퇴’로 배수진을 치면서 정치적 야욕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

국회의원이 광역단체장에 나설 경우 해당 규정에 따라 오는 15일과 16일 후보자 등록 전까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문제는 후보경선도 치러지기도 전에 ‘의원직 사퇴’를 아무 일도 아닌 양 서슴없이 내던지고 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으로 국민에 의해 선출된다. 그만큼 소임도 막중하지만, 자신의 정치적 손익계산에 따라 의원직을 내던지고 있는 것.

이들은 사퇴서를 제출하면서 정치적 소신에 대한 의지표명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 사퇴서를 제출한다고 하더라도 촌각을 다투듯 사퇴서가 처리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사퇴서는 본회의에 회부돼 국회의장이 수리를 하거나 본회의 의결을 거쳐 사퇴수용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국회는 선거철 마다 제출되는 사퇴서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이를 처리 하지 않은 일이 관행처럼 벌어졌다.

현재까지 국회에 사직서를 제출한 의원은 모두 7명이다. 새누리당에선 부산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서병수 의원을 비롯해 박성효(대전시장), 김기현(울산시장), 윤진식(충남지사) 의원과 인천시장 경선후보인 유정복 의원이 사퇴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에는 이낙연 전남지사 경선후보가 이미 두달 전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광주시장 경선후보였지만 전략공천 결정에 반발해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이용섭 의원이 사퇴서를 냈다.

경선과 관계없이 자신의 정치적 철학과 이념이 좌절돼 사퇴서를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김용익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2일 당 지도부가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한 기초연금법을 본회의에 상정키로 결정하자 이에 반발, 사퇴서를 지출했다.

이와 관련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도 쓴소리를 냈다. 그는 “사퇴서를 제출한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경선은 개인적인 사유인데 이로 인해 사퇴서를 제출하는 것은 국회의원직을 헌신짝처럼 우습게 보는 것”며 “국회의원직은 국민이 뽑은 것으로 아주 중요한 자리다. 따라서 단 일초라도 국회의원직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데 있어서는 오버하지 말고 순리대로 하는 것이 맞다. 규정에 따라 경선을 하면 되는데 사퇴서를 제출하는 등 액션을 취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며 “사퇴서를 제출한다고 하더라도 처리되는 것을 봤느냐. 이것만보더라도 말만 그런 것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한숨을 내쉬며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지역을 위해 일하라고 지역구 의원을 뽑아놨는데 자신은 다른 것을 하겠다며 사퇴서를 제출하는 것은 유권자를 기만한 행위다. 사퇴서를 제출하는 것이 의지의 표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는 개인의 정치적인 것이지 국민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회는 의원직 사퇴를 벼슬인양 의기양양하게 내놓는 국회의원의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현재까지 국회에 제출된 사퇴서를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국민을 기만하는 국회의원의 행태가 근절될 것이다.

백지현 기자 (bevanil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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