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고향에 비박계 선출 김부겸도 약진
광주 '안철수의 남자' 전략공천에 지지율 급락
대구와 광주는 흔히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으로 맞이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지역의 민심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마냥 집토끼로만 있을 수 없다는 성난 민심이 표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선 공신' 대구, 돌아온 것은 역차별과 경제 침체...불 붙은 민심
대구는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텃밭이다. 특히 대구 출신의 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하면서 그 지지기반은 보다 탄탄해졌다. 하지만 대구시장 후보로 친박계가 아닌 비박계를 선택하고, 김부겸 새정치연합 후보에게 높은 지지율을 보내면서 새누리당을 향해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대구의 민심을 들끓게 만든 가장 중요한 이유로는 역차별이 꼽히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박 대통령까지 두 번의 보수정권을 탄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예산과 정책지원 등에서는 역차별을 받아왔다.
특히 장기적인 경기 침체는 대구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거래소의 ‘국내 지역별 상장사 분포 및 시가총액 변동 현황’에 따르면 대구지역 증시 상장사들의 평균 시가총액이 7대 특·광역시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구경제의 초라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계속되는 역차별과 장기적인 경기침체는 결국 대구로 하여금 이번 지방선거에서 개혁과 변화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당 안으로는 친박계 대신 비박계를, 당 밖으로는 야당 후보에게 높은 지지율을 보내고 있다. 더 이상 특정 계파와 정당만을 위한 집토끼를 하지 않겠다는 신호탄을 쏜 것이다.
당 내부에서는 권영진 후보를 선택하면서 변화를 예고했다. 당초 양강구도로 예상됐던 친박계 서상기-조원진 의원을 제쳐두고 비박계 권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대구가 박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만큼 친박계 의원이 승리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완전 뒤집어 버린 결과다.
당 외부로는 김부겸 새정치연합 후보에게 관심을 쏟고 있다. 김 후보가 지난 19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을 상대로 40%가 넘는 득표율을 올린 점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새누리당에게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특히 권-김 두 후보의 공통점은 바로 ‘변화와 개혁’이다. 과거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개혁 소장파 모임인 ‘미래를 위한 청년 연대’의 동지였던 두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변화와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권 후보는 ‘기통차개(起通次改)’ 정신을 내세우며 일찌감치 개혁을 강조했다. 이는 대구 경제와 시민들의 자부심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起), 낮은 자리에서 시민과 소통하며 벽을 허물고(通), 차세대를 위한 먹거리를 만들고(次), 대구의 변화와 발전을 가로막는 낡은 제도와 관행을 확 뜯어 고치겠다(改)는 의미다.
김 후보는 지역 공약으로 산업화 세력을 대표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박정희 컨벤션 센터’를 내세웠다. 민주화 세력의 대표로 꼽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김대중 컨벤션센터’와의 교류를 통해 양 세력의 화합을 도모하겠다는 주장이다.
변화와 개혁이라는 공통점을 보인 양 후보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 엇갈리고 있다. 여론조사마다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대구문화방송’이 여론조사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2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권 후보(47.5%)가 김 후보(26.3%)를 20%p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요신문’이 여론조사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같은 날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는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 후보는 지지율 43.0%를, 김 후보는 43.8%를 기록하면서 불과 0.8%p 차를 보인 것.
이와 관련, 대구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지난 1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대구시민이 누구를 선택하든 그 결과에 상관없이 변화는 이미 시작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주의 중심' 광주, 민주주의 저버린 새정치연합 향해 회초리 들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핵심 지지층인 광주는 대구와는 달리 당 지도부의 ‘깃발 꽂기’를 향해 ‘성난 민심’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경선 승리 = 본선 승리’였던 과거의 절대공식에 기댄 지도부를 향해 광주는 ‘무소속 후보 지지’라는 회초리를 휘두르고 있다. 민심을 외면한 전략공천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지난 2일 광주광역시장 후보로 각종여론조사에서 가장 지지율이 저조한 안철수 공동대표의 최측근인 윤장현 예비후보를 전략공천했다. 이에 당초 새정치연합 소속이었던 이용섭-강운태 예비후보는 전격적으로 탈당을 선언,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
특히 14일 이-강 예비후보가 늦어도 오는 28일까지 무소속 후보 단일화를 하는데 전격 합의하면서 ‘새정치연합-무소속’이라는 양강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광주의 민심은 현재까지는 이 후보와 강 후보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들 두 후보가 윤 후보에게 지지율에서 앞선 것으로 확인된 것.
‘무등일보’와 ‘광주CBS’가 공동으로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광주·전남 유권자 1400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와 무선전화(RDD방식)를 통한 면접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강 후보가 22.2%로 가장 앞섰으며, 이어 이 후보(19.3%), 윤 후보(17.6%) 순으로 나타났다.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무소속 후보가 우위를 점했다. 강 후보(39.5%) 대 윤 후보(32.5%)의 경우 강 후보가 7%p 앞섰으며, 이 후보(33.8%)대 윤 후보(31.9%)에서는 이 후보가 1.9%p 앞선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신문’과 ‘조원씨앤아이’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양일간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무소속 후보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이 후보는 42.6%의 지지율을 기록해 윤 후보(35.3%)를 7.3%p 차로 따돌렸다. 반면 강 후보와 윤 후보의 경우에는 윤 후보가 47.3%를 기록해 강 후보(40.1%)보다 7.2%p 앞선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광주의 민심이 새정치연합에서 돌아선 것은 이번 전략공천을 통해 광주시민의 선택권이 철저히 배제당했기 때문이다. “연휴가 시작되는 밤중에 광주시민과 국민을 우롱한 것이며, 대단히 잘못되고 현명치 못한 선택(박지원)”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민주화 운동의 대표로 꼽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배출하면서 스스로 ‘민주주의의 성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광주에서 전략공천을 행한 것은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손학규 상임고문이 지난 7일 “광주에서 국민과 당원의 선택권을 빼앗은 전략공천은 민주주의 정신, 민주당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돌직구를 날린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다급해진 것은 안 대표다. 사실상 ‘안풍’의 진원지였던 광주에서 본인이 직접 전략공천한 윤 후보가 낙선의 고배를 마실 경우 본인의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 가운데 ‘안의 사람’이 윤 후보 혼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안 대표 입장에서는 광주에서 벌어진 ‘집안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인 민병두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두 대표가 진솔 되게 광주시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죄송하다고 말하고, 그러나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하는 생각에서 공감을 해주길 간청 드린다면 광주시민들의 마음이 녹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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