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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장점도 단점도 결국은 '기업인 DNA'


입력 2014.05.24 10:02 수정 2014.06.15 20:57        조성완 기자

<측근들에 듣는다 우리 후보는요①-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한번 결정하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장점 부족한 정치적 스킨십 단점"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공원 백범광장에서 서울시장 공식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한 뒤 부인 김영명씨와 손을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장점은 현대중공업이고, 단점도 현대중공업이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명확했다.

정 후보의 장점으로는 하나같이 현대중공업 최고경영자(CEO)를 지내며 갈고닦은 저돌적이면서도 섬세한 리더십을 꼽았으며, 단점으로는 현대중공업 CEO라는 이미지만 지나치게 부각된 것을 지적했다. 즉, 장점이 단점이 되고, 단점이 장점이 된다는 것.

정 후보의 입장에서는 장점이 곧 단점인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다.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게 선거의 전략인데, 이 두가지가 동일시될 경우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를 의식한 듯 최근에는 스스로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 ‘알부자’ 정몽준”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재벌 이미지를 희석하면서 서민층과의 거리감도 줄이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정 후보가 보다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장점 = 단점'이라는 과제를 극복해야만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한번 결정하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기업인 DNA, 하지만 과정은 섬세하게

정 후보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시절 특보단장을 지냈으며, 서울시장 경선 캠프 총괄본부장을 지낸 이사철 전 의원은 18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 후보에게는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나 김황식 전 총리 같은 법조인 출신은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인 특유의 DNA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의 아버지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별명은 ‘해봤어’다. 정 전 회장이 임원들에게 사업을 제안했는데 기업 임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던지는 한 마디가 바로 ‘이봐, 해봤어’였기 때문이다.

정 후보는 이런 아버지의 DNA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자서전 ‘나의 도전, 나의 열정’ 머리말을 통해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커다란 열정을 가지신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1982년 만 30세의 나이에 현대중공업을 맡으면서 기업인의 길로 들어서면서 부친의 리더십을 전수받았다. 1988년 13대 총선을 통해 정치에 입문을 하면서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현대중공업 경영을 책임지면서 쌓은 경험은 최고의 무기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2002년 한일월드컵을 우여곡절 끝에 유치한 것도 결국 이 같은 경험 속에 쌓인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한일월드컵 유치로 지난 1997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아시아 차세대지도자로 꼽혔다. 그 여세를 몰아 2002년 대선에서는 지지율이 30%까지 치솟기도 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정 후보는 큰 사업을 성공시켜봤다는 경험. 그 사업체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노동운동을 펼쳤다는 노조가 있다는 점. 그 노조와 교섭을 해가면서 현대중공업을 지난 20년간에 세계 최고로 키워낸 성공의 실적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이어 “국회의원 7선을 하면서 의회주의에 투철했기 때문에 타협과 설득의 행정도 가능하다”며 “또 대한민국 최고의 세계인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업무를 추진할 경우 믿음이 간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결정되면 끝까지 밀고나가지만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섬세하고도 치밀한 사전작업을 진행한다.

측근들에 따르면 정 후보는 ‘문서 중독증’을 갖고 있다. 구두 보고보다는 문서로 된 보고를 선호한다. 장편으로 된 보고서보다는 ‘원 페이지’를 강조한다. 장황한 설명보다는 핵심을 요구하는 것이다. 보고 분야도 한곳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등 다양하다. 수많은 보고서를 일일이 확인하고 결론을 도출하면 그 이후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한다.

이노근 의원은 “정 후보는 사회현상이 사소한 것이든, 큰 것이든 바라보는 시각이 아주 예리하다”며 “완전히 서로 다른 성격의 사건도 모두 모아서 하나의 아젠다를 만들고, 아주 미세할 정도로 의견을 들은 뒤 그것에 대한 정책을 개발한다”고 설명했다.

6.4 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당선된 정몽준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14 전국동시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당선자 수락 연설 중 막내아들의 세월호 SNS 발언과 관련해 사과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공원 백범광장에서 서울시장 공식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한 뒤 부인 김영명씨와 손을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치킨에 소폭, 그리고 FIFA 넥타이...재벌 이미지 뒤에 가려진 수수함

이처럼 현대중공업은 현재의 정 후보가 있기까지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지만 ‘정치인 정몽준’에게는 단점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CEO가 만들어낸 ‘재벌 2세’라는 이미지가 일반 대중에게 너무 강력하게 각인됐기 때문이다.

정 후보 캠프측 한 관계자는 “정 후보의 정치활동 경력만 27년”이라며 “단지 재벌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간 쌓아온 정치적 역량들이 및을 보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쉽다”고 털어놨다.

실제 정 후보의 생활은 재벌 이미지와는 다르게 상당히 검소하고 수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그의 집을 방문한 기자들은 상상했던 것과 달리 오래되고 낡은 가구들을 보고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넥타이 일화는 유명하다. 과거 정 후보가 당 의원들과 모여 식사를 할 때 한 의원이 정 후보에게 기념으로 넥타이를 교환할 것을 제안했다. 재산이 많은 정 후보이기 때문에 당연히 넥타이도 비쌀 것으로 지레짐작한 것이다.

하지만 넥타이를 받아 든 해당 의원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정 후보의 넥타이는 고가명품이 아닌 ‘FIFA’ 마크가 찍힌 기념품이었던 것이다. 원래 메고 있던 넥타이가 정 후보의 넥타이보다 더 고가였다는 후문도 돌았다.

또 평소 와인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정 후보지만 의외로 국민 야식인 치킨과 소맥도 즐긴다. 치맥을 유행시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유행하기 전인 지난 2013년 8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가진 워크숍에서 정 의원들은 기자들과 만나 천연덕스럽게 손으로 치킨을 뜯어먹고 소폭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측근들이 우려하는 또 하나의 단점은 바로 스킨십이다. 정치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에게도 다가가서 얼싸안고 반가워해야 하는 데 그런 면에서 부족하다는 것이다.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선거철만 되면 수많은 시민들과 악수를 해 손에 붕대를 감고 다닐 정도였다. 당 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전 국민과 악수를 할 수 있다면 선거 승리는 따논 것”이라고 악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정 후보는 당 대표로 재임 중이던 지난 2010년 제5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유세를 다녔다. 하지만 전통시장 유세 등에서 적극적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오히려 악수를 권하는 시민을 보며 멈칫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전 의원은 “정치인은 아무나 붙잡고 인사하고, 반가워해야 하는데 그런 정치적 제스처가 좀 없다”며 “주변에서 그런 부분을 좀 강화하라고 해도 본인 스스로 가식적인 것을 잘 못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순수하고 솔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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