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호구가" vs "그래도 부산 아이가"
<2014 지방선거 뜨거운 유세현장을 가다③-부산>
오거돈 '인물론'에 맞서 서병수 '1번론' 민심 팽팽
"변화를 위해 한번쯤은 바꿔줘야 안 되겠습니까. 20년 동안 한쪽만 계속 시장을 하면서 오냐오냐해주면 안된다구. 사람을 바꿔야 도시도 바뀌는 것 아니겠습니까."
새누리당의 주요 표밭 중 하나인 부산 시민들의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
23일 6·4지방선거의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찾은 부산, 흔들리는 표심으로 선거 승패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이었다. 때문에 부산은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부산역에 내려 올라탄 택시에서 이번 선거 분위기를 묻자 기사 서모 씨(71·남)는 냉큼 "바뀌어야되지 않겠습니까"라며 "오거돈 뽑을랍니다"라고 답했다. 이 같이 부산 시민들의 표심을 흔들고 있는 진원지는 다름아닌 바로 오거돈 무소속 후보다.
오 후보는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에 맞서 중앙일보와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38.0%로 같은 지지율을 보이며 접전을 펼치고 있다. 이외에도 고창권 통합진보당 후보도 함께 경쟁에 나선 상태다.
서 씨는 "우리 가족은 다같이 모여 가족회의를 하고 선거에 참석하는데 이번에 41살 먹은 아들내미가 20년 동안 새누리당이 해왔으니 이번만큼은 바꿔야되지 않겠냐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나도 똑같이 생각합니다. 2세, 3세를 위해서 한번쯤 바꿔서 새누리당 정신차리게 할 필요가 있지"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실시 이후 20년 동안 새누리당이 시장 자리를 단 한번도 놓친적 없는 부산이지만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는 것이 서 씨의 생각이었다.
"열정 참 대단해" 인물 평가 오거돈이 한수 위
한참 새누리당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피력하던 서 씨는 이어 "서병수는 해운대 사람들만 알지 다른 지역 사람들은 잘몰라요"라며 "점잖긴 한데 결단력이나 카리스마 같은게 없어요. 행정은 오거돈이 똑똑하게 잘할겁니다"라며 인물에 대한 장점도 짚었다.
이와 같이 인물에 대한 평가 역시 오 후보가 새누리당의 표밭을 흔드는 힘이기도 하다.
부산역 광장에서 만난 장모 씨(64·여)는 "서민들은 뭐 딴거 있나. 그저 우리 힘 안들고 좀 편하게만 살 수 있게 해주면 되지"라며 "서병수는 가끔 한번씩 얼굴 비추는데 누구인지 잘모르는데 오거돈은 벌써 몇번씩 저렇게 나오잖아. 참 정치에 대한 열정이 있는 것 같아"라며 오 후보 지지 입장을 밝혔다.
또 회사원 장모 씨(31·여) 역시 "어르신들은 아무래도 새누리당을 뽑겠지만 젊은 사람들은 생각이 다르지요"라며 "당 이런 것보다는 인물보고 뽑을려고 합니다. 저는 아무래도 오거돈이 믿음이 간다 아입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듯 오 후보 역시 변화와 행정 능력을 앞세우며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날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오 후보는 "부산은 참 가능성이 많은 도시이지만 새누리당이 지난 20년간 일당독점해오며 얼어붙었다"며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과 반새누리당의 선거가 아닌 인물 대결"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래도 부산인데… 아직은 1번 아이가"
하지만 이 같은 부산 표심의 변화에도 여전히 선거의 결과를 섣불리 예상할 수 없는 상태다. 부산이 전통적으로 새누리당의 표밭인 점을 고려할 때 아직까지 그 저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 지역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다는 점 역시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택시 기사 주모 씨(67·여)는 "아이고 아무리 인물 좋아도 부산은 무조건 1번이다. 뭐 세월호 때문에 부산 사람들 말 안하고 가만히 있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대통령 있는 새누리당 뽑지 않겠나"며 서 후보 지지 입장을 밝혔다.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모 씨(33·남) 역시 "부산은 아직 1번이지 않겠습니까. 박 대통령도 있고 그래도 새누리당인데. 저는 서병수 지지합니다"며 단호하게 입을 뗐다. 이어 "오거돈 후보가 행정 일을 오래해서 인물 좋다는 이야기들은 많이 하는데 그래도 아마 다들 인물만 보고 뽑진 않을겁니다"라고 덧붙였다.
서 후보 역시 박근혜정부와의 관계와 새누리당 등을 강조하며 부산 표심 굳히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오후 부산 동래구 메가마트 앞에서 진행된 선거유세에서 서 후보는 "오거돈 후보는 과거에는 열린우리당으로 나왔다가 이번에는 무소속으로 위장해 선거에 나온 인물이다"라고 비난하며 "침체된 부산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집권 여당의 힘있는 시장 후보에게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메가마트 근처에서 8년째 옷장사를 하고 있다는 박모 씨(42·여)는 "부산에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인만큼 옷장사를 시작하고 벌써 3번째 선거 유세를 지켜봤지요"라며 운을 뗀 뒤 "뭐 세월호며 인물이며 말들은 많은데 그래도 아마 1번이 될깁니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손님들 와서 하는 이야기들 들어보면 부산 민심도 많이 바뀌긴 했지요. 세월호 때도 그리 말들 나오는거 보면 확실히 예전같지 않은건 맞다아입니까"라며 "나는 오거돈은 알아도 서병수는 잘 모르는데 근데 그래도 1번 찍을 겁니다. 아마 부산 사람들은 후보가 누군지 몰라도 다 그럴낍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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