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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불발' 냄비국회의 민낯을 보다


입력 2014.05.28 10:59 수정 2014.05.28 12:16        윤정선 기자

<기자수첩>대통령 담화직후엔 당장 될듯하다 유야무야

합의사항 내세웠지만 원점부터 다시 논의될 가능성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용태 소위원장이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일명 김영란법)' 등을 상정하고 있다.ⓒ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국회의 냄비근성은 여전했다. 특권을 내려놓길 바라는 국민적 바람은 미풍에 불과했다.”

세월호 침몰 이후 ‘관(官)피아’를 뿌리 뽑기 위한 후속 대책으로 떠오른 ‘김영란법’의 5월 임시국회 처리가 결국 무산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이후 여야 모두 김영란법을 신속하게 처리한다고 의지를 불태웠지만, 이도 얼마 가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7일 오전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일명 김영란법)’을 재심의했지만,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법안처리가 불발됐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 시작부터 법안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기운이 감돌았다. 예정된 회의 시작시간보다 40여분이 지난 10시40분께 회의장에 들어온 여야 의원의 표정은 어두웠다.

본격적인 회의 시작에 앞서 김용태 새누리당 소위원장은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한다”며 기자들에게 퇴실을 요구했다. 이에 같은 당 김종훈 의원은 “(기자들이) 나가기 전에 질문하겠다”며 기자들을 멈춰 세웠다.

김 의원은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에게 “(김영란법과 관련) 지금 언론에 비친 여러 가지 정황을 보면 마치 우리나라 실정법에서 (공직자의) 부정을 처벌할 수 있는 것처럼 국민에게 (잘못) 전달돼 있다”며 “시간에 쫓겨서 (김영란법을 처리하면) 천천히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의원 질문은 김영란법을 상반기 국회에서 처리하기 어렵다는 메시지에 가까웠다. 또 김영란법을 급하게 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해명 같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전·현직 관료의 유착고리를 끊는 방안으로 김영란법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할 수 있도록 부탁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공직사회의 부패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당시 여야 지도부는 입 맞춰 김영란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한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김영란법을 빨리 만들어내도록 하겠다”면서 “대가성이 없다 해도 앞으로 공직자가 금품을 수수했을 때 응당한 책임과 처벌을 받게 초당적으로 협의해 이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국회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일이 ‘김영란법’을 처리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열흘이 채 지나지 않아 여야는 이성(?)을 되찾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정무위는 이날 직업선택의 자유, 청원권, 민원제기 권리 등을 침해할 수 있어 법안처리를 하반기로 미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무위는 여야 합의내용을 덧붙였다.

여야가 합의한 사항을 보면, 가족을 포함한 공직자가 100만원 이상 금품을 받으면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형사처벌한다. 또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 공직자 범위를 사립학교, 유치원과 모든 언론기관 종사자로 확대했다.

법안처리 불발을 알리면서도 그간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누구에게 얼마만큼 처벌할지 합의했다'고 면죄부를 내세운 모양새다.

하지만 이 같은 합의내용이 실제 법안에 반영될지는 물음표다. 여야의 합의사항은 강제성을 갖지 못 할뿐더라 당장 내달이면 정무위 법안소위가 새로 꾸려지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김영란법이 다시 원점에서 논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은 국회를 포함한 공직사회의 저항에 밀렸다. 김영란법의 난관은 여야의 ‘이견’이 아니라 ‘저항’이었다.

김영란법은 김영란 전 대법관이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내던 시절 제안하면서 붙게 된 별칭이다. 김 전 위원장은 30년간 판사 생활을 하다 지난 2010년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 퇴임했다.

위헌소지가 있다며 법안 처리 불발을 알린 국회의 해명이 잘 들리는 않는 이유다. 지금 국민은 법을 바꿔서라도 바로잡기를 원하고 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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