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수비축구를 내 세운 이란은 17일 오전(한국시각) 브라질 쿠리치바 아레나 다 바이샤다에서 벌어진 2014 브라질월드컵 나이지리아와의 F조 예선 첫 경기에서 0-0 비겼다.
호주와 일본이 첫 경기에서 패한 가운데 이란이 아시아팀 중 첫 승점을 따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영광이라기보다는 아시아 축구의 이미지만 망친 수준 이하의 안티풋볼이었다.
공격축구가 득세하고 있는 이번 월드컵에서 골이 터지지 않은 경기는 지금까지 이란-나이지리아전이 유일하다. 이란은 경기 내내 최전방 공격수까지 전원이 수비에 가담한 뒤 역습을 노렸다. 한국을 상대했던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때와 똑같은 스타일이었다.
월드컵에서 최약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이란의 전력상 불가피한 부분도 있었지만 90분 내내 하프라인 아래 맴돌며 소극적인 경기를 펼치는 운영은 팬들이 기대하는 월드컵 수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렇다 할 볼거리 없이 경기를 마치자 지켜보던 관중들까지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수비를 뚫지 못한 나이지리아 역시 책임은 있다. 두꺼운 텐백 전술을 들고 나온 이란을 상대로 나이지리아의 전방 패스는 부정확했고 선수들이 개인 기량에 의존하다가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잦았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과 한 조에 배정됐지만 탈락했던 나이지리아는 4년 전에 비해 조직력이나 기량이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의심할 나위없는 이번 월드컵 최악의 경기로 기억될 전망이다. 같은 조에 최강 아르헨티나가 속해 있고 보스니아의 전력 또한 만만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란과 나이지리아가 보여준 수준 이하의 결정력과 소극적인 전술로는 16강 진출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란마저 첫 승에 실패하며 이제 아시아 국가 중 첫 승의 과제는 대한민국으로 넘어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8일 오전 7시 러시아를 상대로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우려되는 것은 정면승부에 나섰다가 패배를 맛본 일본이나 호주와 달리, 한국도 승점을 위해서는 이란 같은 극단적인 안티풋볼을 펼쳐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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