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32개국 중 일본·이란 등과 ‘최하위 그룹’으로 분류됐다. 외신은 꼴찌의 반란 가능성조차 희박하다고 평가 절하한다. 화가 나지만 반박할 수 없다. 지난 평가전이 말해주기 때문이다.
크로아티아전 0-4, 멕시코전 0-4, 가나전 0-4, 미국전 0-2, 러시아전 1-2, 중국전 0-0 등의 결과가 말해준다. 전력은 갑자기 상승하지 않는다. 한국은 박지성 은퇴 후 헌신저 미드필더가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지더라도 영혼을 담아 뛰어야 한다. '하얗게 불태운다'는 각오로 달리고 또 달려야 한다. 체력을 남김없이 쏟아내면 누구도 대표팀을 원망하지 않는다.
‘투혼’은 대한민국의 상징이다. 1998 프랑스월드컵 벨기에전이 대표적인 예다. 홍명보, 이임생, 김태영, 이상헌 등은 닐리스와 음펜자의 소나기 슈팅을 온몸으로 막았다.
특히, 이임생은 이마가 찢어져 지혈이 필요한 상황 속에서도 “대충 감아! 경기장에 빨리 들어가야 한다”고 고함쳤다. 강인한 승부근성이었다. 김태영과 이상헌도 무릎관절이 너덜너덜한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뛰었다. 홍명보도 음펜자의 슈팅 순간, 머리를 들이댔다.
이 같은 투혼은 한국축구의 근간이자 태극전사 DNA다.
한국은 18일 오전 7시 브라질 쿠이아바에서 러시아와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리그 경기를 치른다. 승리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은 게 사실이다. 러시아 카펠로 감독은 한국과의 1차전에 사활을 걸었다. 수비 안정화 및 조직력, 득점 감각에서 러시아가 한 수 위다.
한국의 유일한 위안거리는 브라질의 높은 습도다. 추운 곳에서 자라온 러시아인은 더위와 높은 습도를 못 견딘다. 그러나 한국이 초반 실점한다면 날씨 이점도 승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나을까. 일본, 호주, 이란이 나란히 자국 축구팬들에게 ‘뭇매’를 얻어맞았다. 이란은 아시아 팀 중 유일하게 무승부를 거뒀지만, 오히려 ‘수면제 축구’를 해서 더 터졌다.
이란 축구팬들은 “이란을 대표해 세계무대에 나간 만큼, 지더라도 후회 없는 경기, 저력의 이란축구를 보여달라”고 부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란은 17일 나이지리아전서 엉덩이를 뒤로 뺀 뒤 잽을 날리는 시늉만 했다. 차라리 그럴 바엔 드록바 앞에 처참히 나동그라진 일본처럼 공격축구로 맞서 현실을 깨닫는 게 낫다.
한국은 일본, 이란보다 더 나은 경기를 해야 한다. 아시아 최초 ‘월드컵 4강’에 오른 안정환, 박지성 등 태극 선배들의 명성에 먹칠해선 안 된다. 승패는 중요치 않다. 열정을 불태워 전력을 기울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주장 구자철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기성용은 한 걸음 더 뛰어 적극적으로 수비 가담해야 한다. 원샷원킬 박주영은 예전의 감각을 살려야 한다. 이청용은 기회가 오면 자신 있게 때려야 한다.
홍정호, 김영권, 박주호, 윤석영 등은 축구장 안에서 '터프가이'가 돼야 한다. 선배 안정환이 말한 것처럼 “월드컵에서 얌전한 플레이는 독”이다. 마지막으로 위축된 정성룡 골키퍼는 ‘자신감’을 되찾아야 한다.
상투적이지만 축구는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된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이상, 한국선수들은 국가를 대표해 싸우는 전사다. 지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가나전 0-2가 됐을 때 낙담하고 2골 더 내준 승리욕 결여된 모습 만큼은 월드컵에서 보여줘선 안 된다.
한국축구는 잠재력이 있다. 정신력과 투혼은 한국축구 DNA다. 대량실점 하더라도, 또 3전 전패 하더라도, 후반 종료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뜀박질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나약한 면을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번 월드컵은 실패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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