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경험자'들도 구하지 못한 의리사커
박주영-정성룡 등 월드컵 경험자들 활약 미미
홍명보 감독, 이름값 기댄 무한신뢰가 화의 근원
‘의리사커’의 끝은 절망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3일(한국시각) 알제리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알제리에 2-4로 패했다.
러시아전(1-1)에서 보여준 희망은 사라졌다. 수비 조직력은 모래성처럼 무너졌고 공격의 날은 무뎠다. 팀이 정신을 못 차리고 허우적대고 있을 때 분위기를 잡아줄 베테랑도 없었다.
무엇보다 뼈아팠던 것은 홍명보 감독이 누구보다 아끼고 중용했던 월드컵 유경험자들의 부진이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대표팀을 주로 20대 위주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했다. 월드컵 출전 경험이 있는 선수는 박주영, 정성룡, 이청용, 기성용, 김보경 등 5명에 불과했다. 이청용을 제외하면 모두 홍명보 감독과 2012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 신화를 함께 한 주역들이기도 하다.
30대 이상의 베테랑이 거의 없는 이번 대표팀에서는 월드컵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사실상 베테랑의 역할을 대체해야 했다. 하지만 알제리전에서 월드컵 경험자들의 공헌도는 미미했다.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박주영은 2경기 연속 '슈팅 0'이라는 치욕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대표팀 부동의 오른쪽 날개로 꼽히는 이청용도 존재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전방에서 볼을 빼앗기지 않고 안정적으로 간수하는 능력은 그나마 좋았지만 슈팅찬스에서 자신감 없는 움직임으로 공격의 템포를 끊었다.
결국, 박주영과 이청용은 후반 김신욱과 이근호라는 국내파들로 각각 교체됐다. 오히려 이들이 빠지고 난 뒤 공격이 더 살아났다.
월드컵 개막 전부터 기복이 심한 경기력으로 도마에 오른 GK 정성룡의 수비는 이날도 실망스러웠다. 러시아전에서 보여준 선방은 온데간데없었다. 고질적인 약점인 위치선정과 수비조율능력, 낮게 깔리는 슈팅을 막지 못한 순발력의 한계 등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특히, 세트피스 상황에서 내준 두 번째 실점은 골문을 비운 정성룡의 위치판단 미스와 어정쩡한 펀칭시도가 부른 쐐기골이었다.
기성용이 그나마 중원에서 적극적인 몸싸움과 과감한 중거리슈팅으로 체면을 세웠을 뿐, 대표팀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하다는 유럽파와 베테랑들의 부진은 홍명보호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었다.
첫 월드컵 출전이지만 비올림픽팀 출신 멤버인 손흥민, 이근호, 김신욱 등이 보여준 투지와 승리욕과는 대조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예전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들을 이름값만 믿고 무한 신뢰한 홍명보 감독의 용병술이 화의 근원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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