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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찰리가 던진 교훈 ‘타고투저는 핑계다’


입력 2014.06.25 17:40 수정 2014.06.25 17:44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LG 상대로 4년 만에 노히트노런 대기록

시대·환경 탓? 안주하면 미래 없다

NC 외국인투수 찰리 쉬렉이 역대 11번째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 됐다. (SBS 스포츠 화면 캡처)

한국 프로야구에서 무려 14년 만에 노히트노런이 탄생했다.

NC 다이노스 외국인투수 찰리 쉬렉(29)은 24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 트윈스전에서 9이닝 동안 볼넷 3개만을 내주고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2000년 5월 18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해태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노히트노런을 작성한 송진우(한화 이글스) 이후 14년만이자 프로야구 역대 11번째 대기록이었다.

올해 프로야구는 극단적인 타고투저 현상으로 요약된다. 25일 현재, 프로야구 9개 구단 전체 팀 평균자책점은 5.33으로 역대 최고수준이다. 매일같이 두 자릿수 득점이 속출하고 3할 타자만 30명이 넘는다. 타고투저를 넘어 타존투비(打尊投卑) 시대에 가깝다.

전체적으로 투수들의 평균 기록이 하락한 것은 그렇다 쳐도 최소한 리그 상위권을 호령하는 에이스급 투수 정도가 되려면 무언가 달라야 한다.

종전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으로 기억되는 1999년. 당시 국내 최고의 에이스로 꼽히던 정민태는 총 230.2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54, 20승 7패 3세이브 178탈삼진을 기록하는 만화 같은 활약을 펼쳤다.

찰리 이전 마지막 노히트노런 투수로 기억되는 송진우 역시 타고투저 경향이 득세하던 2000년에 대기록을 달성했다. 송진우는 그해 13승 2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3.40을 기록했다. 일급 투수라면 리그의 추세나 타자들의 기량에 상관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투구를 꾸준히 보여줄 수 있어야한다. 역대 어느 시대에도 리그를 지배하는 투수들이 있었다.

찰리는 올 시즌 14경기 90.1이닝을 던져 6승 3패 평균자책점 2.99를 기록하고 있다. 프로야구에서 현재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것은 찰리가 유일하다.

퀄리티스타트도 10회로 공동 선두에 올라있다. 노히트노런은 어쩌다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라 매 경기 치밀하게 관리하고 꾸준히 타자들을 공부해온 찰리의 꾸준함이 만들어낸 준비된 결과물이다.

LG전에서 찰리의 피칭은 특히 완벽했다. LG 타선이 다소 무기력한 면도 있었지만 경험 많은 베테랑과 좌타자가 많기 때문에 상대 투수들에게는 보이는 팀 전력 이상으로 까다롭게 느껴진다.

하지만 찰리는 이날 안정된 제구와 경기운영 능력을 발휘하며 LG 타선을 압도했다. 배터리와의 호흡과 수비지원 또한 마운드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찰리 스스로 노히트노런을 끌어낼 충분한 능력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는 타고투저 시대를 불평하고 있는 국내 투수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문제와는 또 별개로, 선수 개개인의 노력이나 근성이 예전만 못한 부분도 있다고 지적한다.

투수들도 포지션 분업화가 자리 잡고 투구수 제한이 보편화된 현대야구에서는 선발투수들이 예전처럼 혼자 힘으로 타자를 압도하거나 경기를 끝내겠다는 책임감이 떨어진다. 잘 던지다가도 갑자기 흔들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꼭 완투나 노히트노런이 아니더라도 투수라면 최대한 오랜 이닝을 끌고 가면서 끝까지 마운드를 책임지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5~6이닝 정도만 그럭저럭 던지고 자기 제몫을 했다고 안주하는 투수들은 절대로 그 이상 발전할 수 없다.

찰리가 과연 국내 투수들보다 더 차원이 다른 수준이거나 특출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에 노히트노런이 가능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타자들이 강하다면 그에 걸맞게 투수들도 기술적-정신적으로 진화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프로다. 스스로의 발전을 위한 노력과 준비를 게을리 하면서 시대와 환경 탓으로 안주하는 이들은 발전이 없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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