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 손흥민이 주르륵 흘린 눈물의 씨앗
손흥민, 맹활약 하고도 아쉬운 결과에 눈물 터뜨려
평균연령 26세 3개월에 불과..성장통으로 받아들여야
‘2014 브라질월드컵’에 나선 태극전사들은 아직 젊다.
평균연령 26세 3개월에 불과하다. 시련은 곧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나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이 27일 오전 5시(한국시각) 월드컵 H조 3차전에서 벨기에에 0-1로 패했다. 정성룡 대신 나선 GK 김승규는 경기 내내 안정적이었지만, 후반 77분 얀 베르통언에게 통한의 왼발 슈팅을 허용해 무릎 꿇었다.
이로써 한국은 1무2패 조 최하위로 브라질월드컵 모든 일정을 마쳤다.
전반 44분 벨기에 수비형 미드필더 스테번 드푸르(26)가 퇴장 당했지만, 한국은 수적 우세를 살리지 못했다. 한국이 못했다기보다 벨기에 수비 조직력이 완벽했다. 벨기에는 ‘끈끈한 수비’로 한국의 공격을 틀어막았다. 유럽 지역예선 10경기에서 4골만 내준 팀다웠다.
경기 후 손흥민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여러 감정이 교차한 눈물이었다. 알제리 캡틴 페굴리(24·발렌시아)는 눈물을 보인 손흥민을 끌어안았다. 그러나 손흥민은 최선을 다했다. 전력을 쏟아 부었기에 후회나 미련이 있을 수 없다.
손흥민은 세계무대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주눅 들지 않고 평소의 기량을 펼쳐보였다. 같은 조, 러시아-알제리-벨기에 모두 손흥민을 막기 위해 2명 이상 달라붙었다. 손흥민의 기량을 인정한 것이다.
손흥민은 전성기 이천수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이천수보다 일찍 유럽무대에 진출했고 독일 레버쿠젠에서 ‘리틀 차붐(차범근)’ 신화를 이어갈 태세다.
시련을 경험했기에 손흥민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세계의 벽을 실감하고 보완할 점이 무엇인지 파악한 것만으로도 크나큰 수확이다. 월드컵 H조에서 3전 전승한 벨기에도 2002 한국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본선에 진출했다. 2006 독일월드컵과 2010 남아공월드컵 유럽지역예선에서 고배를 들면서 벨기에 축구계는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깨닫고 정진했다.
그 결과가 에당 아자르, 펠라이니, 루카쿠, 뎀벨레, 콤파니 등 황금세대의 출현이다. 체계적인 유소년 정책의 산물이다.
한국도 이번 월드컵 실패가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잠재력 무궁무진한 26세 3개월 태극전사들이 억만금으로도 살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 그 중심에 손흥민이 있다. 그리고 손흥민보다 어린 바르셀로나 3총사 백승호(17), 이승우(16), 장결희(16)도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한국축구의 유소년 정책은 여전히 건강한 이유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젊고 미래가 촉망되는 선수들이 많은데 내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어린 선수들이 매우 좋은 경험을 했다. 앞으로 치열한 도전을 통해 더 발전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홍명보 감독은 2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에 사상 첫 동메달을 안겼다. 그 세대가 이번 월드컵에서 한계를 느꼈을 뿐이다. 비록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가혹한 비난은 곤란하다. 지금은 ‘성장통’이다. “이날을 잊지 않고 노력하겠다”는 기성용의 각오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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