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최대 수혜자는 이영표?

민교동 객원기자

입력 2014.06.28 09:58  수정 2014.06.28 10:10

SBS 몰락, 차범근 지고 문어영표 시대 활짝

시청률 적중률 월등, 해설위원 세대교체 시사

외신 매체들까지 주목할 만큼 정확한 예측력을 선보인 이영표 해설위원은 브라질 월드컵 최대 수혜자로 불린다. 방송가에선 신문선과 차범근의 대를 잇는 초대형 해설위원의 탄생이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네티즌들 사이에선 이번에 선보인 탁월한 분석력과 예측력을 바탕으로 이영표 해설위원을 차기 국가대표 감독 후보로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 MBC SBS KBS

누가 보더라도 결과가 눈에 보이는 승부였다. 분명 그들은 전설 속 스타들이다. 안정환 송종국 이영표 김남일 등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축 멤버들이 이번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공중파 방송 3사의 해설진으로 나섰다.

월드컵이면 늘 생각나는 이들이 해설자로 변신했다는 것은 분명 화제성이 높은 소식이었다. 그렇지만 이들에게는 넘기 어려워 보이는 장벽이 있었다. 바로 차범근이다.

차범근 해설위원의 SBS는 말 그대로 최강 전력을 갖춘 드림팀을 완성해 놓고 브라질 월드컵을 기다렸다. 영화 '반지의 제왕'을 활용해서 표현하자면 SBS 방송진은 ‘절대반지’를 확보한 막강 세력이다. 우선 독일과 잉글랜드를 누비며 레전드의 반열에 오른 차범근과 박지성이 각각 브라질 현지와 국내 스튜디오에서 해설위원과 방송위원으로 출연한다. ‘두개의 탑’이라 부를 수 있는 막강 진영이다.

여기에 2006 독일월드컵 당시 차범근 해설위원과 호흠을 맞췄던 차두리가 이번에 또 다시 부자 해설을 맡았다. 여기에 배성재 아나운서가 캐스터로 나선다. 또한 유럽 리그 축구 중계로 마니아 팬을 확보한 박문성 장지연 해설위원까지 갖췄다. 두 개의 탑을 중심으로 뭉친 이들은 ‘절대반지’에 비견될 만큼 강력한 드림팀이었다. 결국 이번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방송사는 SBS가 될 것이라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공통된 예측이었다.

절대 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일찌감치 ‘반지원정대’를 소집한 곳은 SBS였다. 김성주 캐스터와 송종국 해설위원이 일요 예능 ‘일밤-아빠!어디가?’에 출연하며 시청자들과의 접촉 빈도를 높인 것. 여기에 올해 초부터는 안정환 해설위원이 가세했다.

안정환과 송종국은 모두 월드컵에서 득점까지 올린 불세출의 스타들이다. 안정환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결정적인 골든골을 집어넣으며 8강 진출을 일궈낸 주역이며, 송종국은 대한민국 최초의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당대 최고의 스타 루이스 피구를 경기장에서 지워버린 승리의 주역이다.

‘아빠! 어디가?’의 인기로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이들은 안정환의 거침없는 어록과 독설 섞인 해설로 화제몰이에도 성공한다. 이로 인해 2014 브라질 월드컵 개막전 이후 초반 경기들에선 MBC가 공중파 방송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예상외의 상황은 초반전에서 SBS가 가장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다. 방송 3사는 각각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료를 내세워 가장 성공적인 월드컵 방송을 만들고 있다며 홍보전에 나섰다. 그만큼 박빙의 승부였지만 대체적인 자료로 볼 때 MBC가 조금 앞서 있고 KBS가 이를 맹추격하는 상황에서 SBS가 조금 뒤쳐진 형국이었다.

진검 승부는 지난 18일 오전 7시(이하 한국시각)부터 시작된 러시아와 대한민국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예선 H조 첫 경기였다. 월드컵 초반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던 ‘절대반지’ SBS의 약진이 이뤄질 수 있을지, 아니면 ‘반지원정대’의 맹활약으로 MBC가 확실하게 1위 자리를 굳힐 수 있을 지 방송가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예상 밖의 내용이 됐다. KBS가 러시아 전 시청률 1위 자리에 오르며 진정한 저력을 뽐낸 것. 월드컵 준비 과정부터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며 사실상 꼴찌를 예약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KBS가 ‘절대반지’와 ‘반지원정대’를 모두 물리치고 시청률 1위의 영광을 품에 안았다.

러시아전 다음 날인 19일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코리아는 대한민국과 러시아의 조별예선 첫 경기 시청률은 KBS가 22.7%(전국 기준 · 전후반 평균)로 1위에 올랐다. 그 전까지 대부분의 브라질 월드컵 경기에서 시청률 1위를 유지했던 MBC는 18.2%로 2위를 기록했으며 SBS는 11.6%였다. MBC는 계속 1위 질주를 하며 내심 러시아전에서도 시청률 1위를 기대했지만 결국 이여표의 KBS에게 밀리고 말았다.

조별예선 2차전인 알제리 전도 마찬가지였다. KBS가 14.0%로 선두에 오른 가운데 MBC(9.2%)와 SBS(5.1%)가 그 뒤를 이었다. 한국 대표팀의 16강 진출이 실패한 상황에서 지상파 시청률 경쟁만 놓고 보면 완벽한 KBS의 압승으로 마무리된 2014 브라질 월드컵이었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이영표 해설위원이다. 족집게처럼 경기 결과를 예측해내 화제가 되곤 하던 이영표 해설위원이 결국 시청률의 제왕으로 거듭났다. 그렇다면 이영표 해설위원이 ‘절대반지’를 파괴한 호빗 족 프로도라는 얘기가 된다.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면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반지원정대가 결성돼지만 결국 절대반지를 파괴한 것은 반지원정대에서 나와 독립적으로 움직인 프로도였다. 어찌 보면 이영표 해설위원과 프로도가 살짝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스페인의 몰락, 일본의 패배, 이근호의 맹활약 등을 정확하게 예측해낸 이영표 해설위원은 브라질 월드컵이 시작된 뒤 연일 화제를 양산했다. 이런 이영표의 거듭된 예측에 관심을 보이던 시청자들이 결국 러시아와의 일전에선 그가 해설하는 KBS를 선택한 것이다.

차범근 배성재를 중심으로 박지성 영입에 공을 들여온 SBS는 공중파 방송 3사 가운데 가장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차범근의 깊이 있는 해설은 이미 2006 독일 월드컵, 2010 남아공 월드컵 등을 통해 검증된 흥행 카드였다. 여기에 배성재 아나운서가 차범근의 파트너로 손색이 없을 만큼 성장했으며 차두리까지 가세했다. 또한 박지성까지 방송위원으로 영입했으니 조용했지만 가장 완벽한 준비라고 여겨졌다.

MBC는 지난해부터 ‘아빠! 어디가?’를 통해 브라질 월드컵을 서서히 준비해왔고 이번 월드컵에서 분명 그 효과를 어느 정도 보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호흡을 맞춘 김성주 안정환 송종국 조합은 월드컵 생중계에 예능적인 요소를 가미해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반면 KBS는 가장 준비가 미흡해 보였다. 뒤늦게 예능 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 축구편에 이영표 해설위원과 조우종 아나운서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우리동네 예체능’ 축구편 방송 초기에 구자명의 음주운전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졌다. 이로 인해 ‘우리동네 예체능’을 통한 KBS의 브라질 월드컵 분위기 띄우기 계획은 크게 틀어지고 말았다.

검증 안 된 이영표 해설위원 카드는 차범근-차두리-박지성 라인의 SBS에 밀리는 모양세였으며 예능 프로그램 활용 붐업 프로젝트는 이미 1년 넘게 준비해온 MBC보다 많은 늦은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외신 매체들까지 주목할 만큼 정확한 예측력을 선보인 이영표 해설위원은 브라질 월드컵 최대 수혜자로 불린다. 방송가에선 신문선과 차범근의 대를 잇는 초대형 해설위원의 탄생이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네티즌들 사이에선 이번에 선보인 탁월한 분석력과 예측력을 바탕으로 이영표 해설위원을 차기 국가대표 감독 후보로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관건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을 계기로 차범근 해설위원의 전성시대가 막을 내리느냐다. 시청률만 놓고 보면 SBS가 최하위다. 따라서 SBS가 차범근 대신 새로운 축구 해설위원 영입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서서히 차범근의 시대가 저물고 이영표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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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교동 기자 (minkyodo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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