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가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례대표제포럼이 주최해 열린 ‘야당, 어디로 가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최태욱 교수,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재야 원로 인사들이 패권주의 형태로 변질된 야권의 계파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경영연구소 비례대표제포럼이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야당,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혁신적 신노선-리더십의 재편과 정당혁신의 방향‘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야당의 핵심 문제로 확립되지 않은 정체성과 나눠먹기식 정당지배구조를 지목했다.
먼저 고 교수는 “민주진보정당들은 진정한 의미의 대중정당이 아니다”라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명망가정당 혹은 호족연합정당이며, 진보정당들은 활동가정당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야당의 친노(친노무현), 비노(비노무현),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들은 모두 시대적 소명의식과 비전을 상실해버렸거나 시대적 한계에 부딪혀 있다”면서 “따라서 친노, 비노, 486 그룹들을 모두 뛰어넘는 혁신적 신노선을 통한 리더십의 재편이 시대적 과제로서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 교수는 구(舊)민주당에서 혁신을 주도했던 486 세력에 대해 “과거와 미래의 교두보 역할을 하기는커녕 계파 보스들을 뒤치다꺼리하는 아전정치, 하청정치에 몰두해 왔다”고 질타했다.
이어 “운동권 선후배로 묶여진 인연을 매개로 ‘패거리권력화’됐고, 19대 총선에서 친소관계에 의한 정실공천으로 상당수가 국회에 진출해 더 큰 기득권집단을 형성했다”며 “중간에서 힘의 중심이동에 따라 왔다 갔다 했으므로 당연히 독자적 가치와 비전을 정립하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꼬집었다.
고 교수는 “새로운 리더십은 단순히 새로운 계파가 아니라, 기존 계파구도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해야 한다”며 “기성 주류들이 인물과 계파를 중심으로 한 이합집산에 치중했다면, 신노선은 선명한 가치와 노선을 중심으로 결합된 새로운 집합적 리더십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도 “지금 친노 세력들에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 “우리는 폐족이다”라는 절절함이 얼마나 남아 있는가?“라면서 ”사실 노 전 대통령이 그렇게 스스로 정치적 존엄사를 택해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지금 친노 정치인 중 금뱃지를 달고 있을 사람이 누가 있었겠느냐“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486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그들의 전성시대는 20대였다. 컴퓨터에서 286, 386, 486, 586은 업그레이드를 상징하지만, 전성시대가 286이었던 정치인들에게 286, 386, 486, 586은 노쇠만을 의미할 뿐”이라며 “그들은 거의 30년째 학생회장하고 있을 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어설픈 중도는 NO, 진보적 정체성 확립해야"
어설픈 중도 노선과 ‘우클릭’에 대한 질책도 이어졌다. 고 교수는 “중도실용파는 진영논리의 극복을 핵심목표로 천명한다”면서 “그러나 중도실용노선은 자기정체성을 구성하는 가치와 노선에 대한 포지티브한 규정이 없이 단순히 중간만을 지향하다보니 정체성 혼란과 기회주의의 진원이 된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그러면서 “진영논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진영논리와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데도 ‘싸우지 않는 것이 중도’라는 등식의 함정에 빠져 선명한 실천적 행동을 못하게 된다”면서 “몰가치적 태도로 인해 주로 이해관계에 입각한 계파적 이합집산의 정치행태를 답습한다”고 우려했다.
한 교수는 “옛 민주당 시절부터 민주당을 배회하는 하나의 유령이 있다. 그것은 중도노선. 진보 표만 갖고는 이길 수 없으니 중도 표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역사적 경험도 현실도 그렇지 않다고 가르쳐준다. 이번 재보선의 성적표가 적나라하게 깨우쳐주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한 교수는 “안철수나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중도’ 노선이 아니라 차라리 제대로 된 ‘보수’ 노선을 폈다면 진보와 보수를 모두 아울러 지지세를 넓혔을 것”이라면서 “안철수는 중도노선의 의미와 필요성을 잘못 이해하여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정치적 기회와 자산을 다 날려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정동영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은 야권이 제대로 된 진보적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보정권은 결코 추상적이고 낡은 이념적인 목표가 아니다. 국민의 삶의 문제에 대한 가장 현실적 대안정권이며, 비정상인 사회를 정상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목표를 분명히 해야 길이 보인다. 우리의 목표는 2017년 진보정권 창출이며, 이를 위한 길은 곧 진보정당의 기치를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고문은 또 “당 강령에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강령1조), 노동권 보장(강령3조), 보편적 복지(강령4조), 한반도 평화체제(강령5조), 한미FTA(강령22조), 종편·원전 반대 등을 명시했다”며 “하나같이 진보 개혁적 정치인들이 저와 함께 현장에서 강력하게 주창했던 것들이었다”고 강조했다.
정 고문은 이어 “그러나 지금의 당헌과 강령에는 이러한 핵심가치들이 사라져 있다”면서 “진보정권의 창출을 위한 진보 정당을 위한 실천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첫째, 버릴 것은 계파요 취할 것은 정체성이다. 당헌에 진보적 가치를 다시 명확히 선언하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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